그놈의 사랑이 먼지.짧고 함축적이고 대담하고 여백의 미가 황홀하다. 전체 도면을 펼쳐보는 것보다, 여러 단면들을 통해 전체적인 그림을 유추해 내면, 잘 보이진 않지만 추악한 황금 용이 나타난다.누구나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게 사람들에게 명예라든지 외부적인 그림들이라든지 그런 것 따윈 필요 없고, 조금 더 양심에 맞게 진심이 묻어나는 내면의 삶이 있다면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이다.…죽으면 끝이다. 장례식이 참 좋은 장치인 게 예의는 죽은 사람에게 하는 것인데, 죽은 뒤에 예의를 표할 대상이 없으면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결국 남을 위한다는 건 헛소리에 가깝다. 모든 건 나를 위해서 산다.-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들과 친절한 각주들이 이 아름답고 씁쓸한 이야기에 맛을 더한다.-나는 내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외부에 있는 사람처럼 -57p나의 존재가 오히려 단들이 있다는 느낌을 한층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132p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느끼는 대로 읽고 보고 음 그렇군 하며 허세도 부려보고 이해하는 건 아니 이해한다는 정의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번역가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할 것 같고, 이게 왜 유명한 건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글 쓰는 방법에 대한 강박이 없어지는 신기한 체험도 동시에 느꼈다. 내가 이런 시를 적었으면(참 의미 없는 말이지만 뒤에 적을 말을 하기 위해서) 선생님한테 귀한 종이에 무슨 짓이냐 하고 한대 처맞을, 무슨 말장난 같다는 느낌이다.이제야 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양자역학처럼, 이해는 못 하지만 탐독할 때는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의 행복을, 이런 시를 읽을 때도 무슨 의도인지 전혀 이해를 못 하지만 그냥 즐기면서 읽으면 된다고 자기 최면을 걸 수 있다는 정신승리를 얻을 수 있다. 주제별로 나눈 건 정말 좋았는데, 조금 산문 같은 느낌의 장은 매끄럽게 음미하며 살짝 맛볼 수 있는 시들도 꽤 된다.시의 매력에 빠져보실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도대체 머가 먼지 하나도 모르지만, 즐겨야만 된다는 자기 최면은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다.표현의 신선함에 점수를 살포시 놓고 간다.
모른다모른다모른다고!신화를 숭배하는 한심한 인간들과합법적인 사기꾼들의 영역.——처음으로 상대성이론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했었던 사건이 있다. 대학 시절 담당 교수님과 함께 나 포함 이삼십 명의 학생들이 도쿄 디자이너스 위크 전시회에 참가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나리타행 비행기 창가 쪽 두 자리. 내 옆자리에 교수님과 합석을 하게 되었을 때다.같은 김 씨라서 그런가 왜 하필 교수님과 같이 앉게 되었는지, 동기들과 후배들은 더 멀리 가고 싶다고 들뜬 마음들이었지만 나에겐 두 번 경유해서 가는 미국행 출장보다 휠씬 더 긴 시간을 아찔하게 느꼈었다. 이게 바로 안티 로또구나. 이게 바로 상대성이론이구나 하고 아주 강렬한 기억이 내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맞다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흐른다. 나의 추억이 상대성이론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주는 예시는 절대 아니겠지만, 최소한 나에겐 완벽한 설명으로 이해되고 남아있다.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에(맞나?) 우주의 끝을 우린 볼 수가 없다. 양자역학도 그렇다. 정지된 이미지를 ‘본’다면 그건 과거의 일이고, 지금 ‘현재’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언제나 우린 과거만 바라보는 것이다.과학과 종교는 그 뿌리가 같다는 저자 말대로 인류는 무지함에 불안하고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이십일 세기는 과학이 종교의 자리를 확실히 대체했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지나온 길을 보면 전율이 흐른다. 그러나 영겁의 시간을 따진다면 이 정도는 필연이라고 생각되는데, 나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느 책 저자가 말한 대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아는 것도(말이 이상하다) 정말 대단한 거라는 이야기처럼, 앞으로 모르는 것들을 하나씩 알게 되겠지만 모든 것을 아는 날이 진정 올까? 말에 어폐가 있다. 모든 것이 무엇인가? 지식의 끝이란 게 애당초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 나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불가지론자가 되는가 보다.
인간이 정량화 표준화 가치 대비 등등 구분하고 나누고 크기에 집착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 같다. 키 크면 좋고 재산도 많으면 좋고 집도 크면 좋고 명예도 많으면 좋고 차도 가방 비싸면 더 좋다. 내가 접할 수 있는 사이즈에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압축해놓은 것 같은 이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학 논문집을 보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 느껴지고, 공부 정말 많이 하셨구나라고 부럽기도 하다. 얼마나 공부를 했으면 이렇게 술술 연구한 것을 이렇게 건조하게 풀어낼까.사이즈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이 자료집은 그 거대한 만큼이나 책 읽는 재미는 없다. 스케일, 세상의 법칙 같은 류를 사랑한다면 무조건 읽기를 권한다. 정보 전달용으론 최고다. 하지만 좋은 내용과 좋은 책이란 건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가 아닐까.——관련 추천 도서마크 뷰캐넌의 ‘우발과 패턴’더글러스 엠린의 ‘동물의 무기’
처음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쉽지만 긴가민가한 전문용어들을 알려주어서 좋고, 코드까지 친절하게 표시해 바로 작업에 적용시킬 수 있게 배려한 좋은 자료집.널린 게 자료들이라고 하지만, 직접 검색해서 적용하고 간격 레이아웃 자간 컬러 배치 등등 시안이 반이라면 나머지 미세한 수정에 걸리는 시간이 전부다. 제안은 여기저기 많지만 직접 시안에 적용한 프리뷰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들은 분명 작업시간을 줄여주는 고마운 노하우이자 소스이다.모니터 화면과 실제 인쇄물과의 괴리감이 정말 심한데, 그런 노하우도 알려주었으면 더욱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