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모른다모른다고!신화를 숭배하는 한심한 인간들과합법적인 사기꾼들의 영역.——처음으로 상대성이론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했었던 사건이 있다. 대학 시절 담당 교수님과 함께 나 포함 이삼십 명의 학생들이 도쿄 디자이너스 위크 전시회에 참가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나리타행 비행기 창가 쪽 두 자리. 내 옆자리에 교수님과 합석을 하게 되었을 때다.같은 김 씨라서 그런가 왜 하필 교수님과 같이 앉게 되었는지, 동기들과 후배들은 더 멀리 가고 싶다고 들뜬 마음들이었지만 나에겐 두 번 경유해서 가는 미국행 출장보다 휠씬 더 긴 시간을 아찔하게 느꼈었다. 이게 바로 안티 로또구나. 이게 바로 상대성이론이구나 하고 아주 강렬한 기억이 내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맞다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흐른다. 나의 추억이 상대성이론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주는 예시는 절대 아니겠지만, 최소한 나에겐 완벽한 설명으로 이해되고 남아있다.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에(맞나?) 우주의 끝을 우린 볼 수가 없다. 양자역학도 그렇다. 정지된 이미지를 ‘본’다면 그건 과거의 일이고, 지금 ‘현재’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언제나 우린 과거만 바라보는 것이다.과학과 종교는 그 뿌리가 같다는 저자 말대로 인류는 무지함에 불안하고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이십일 세기는 과학이 종교의 자리를 확실히 대체했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지나온 길을 보면 전율이 흐른다. 그러나 영겁의 시간을 따진다면 이 정도는 필연이라고 생각되는데, 나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느 책 저자가 말한 대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아는 것도(말이 이상하다) 정말 대단한 거라는 이야기처럼, 앞으로 모르는 것들을 하나씩 알게 되겠지만 모든 것을 아는 날이 진정 올까? 말에 어폐가 있다. 모든 것이 무엇인가? 지식의 끝이란 게 애당초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 나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불가지론자가 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