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들 그러십니까?""아닙니다. 아무것도."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저기 있는 진달래, 벚꽃, 개나리 중에 어느 것이 가장 먼저 피는 줄 아느냐?""말씀하신 순서대로 아닌가요?""천만의 말씀. 햇빛을 가장 많이 받은 꽃이 제일 먼저 피느니라. 하면 어떤 꽃이 먼저 지는지 아느냐?""가장 먼저 핀 꽃이 제일 먼저 지지 않을까요?""천만의 말씀.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는 꽃이 제일 먼저 지느니라."
"편하게 모시겠다는데도 구태여 이런 곳에서…….""계속할 테냐? 그러면 이제부터는 거지 생활 십 년 동안 갈고닦은 육두문자로 상대 해주마. 너의 출신이며 부모까지 싸잡아 잘근잘근 씹을 것인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
"또 오향장육이냐?""어제까지는 잘 드셨잖아요.""맛난 음식도 하루 이틀이지.""다음부턴 다른 걸로 갖고 오겠습니다.""그냥 오향장육으로 갖고 와라.""내일 되면 또 딴소리를 하시려고요?""그건 내일이 되어 봐야 아는 거고."
"안 그래도 다들 타성에 젖어 있는 것 같았는데 모처럼 활기가 도는군. 이참에 나도 불씨를 꺼트리지 말고 모닥불로 한번 키워 볼까 하네. 그리고 더덕주는 다음에 마시도록 하지.""예?""예?""다들 놀라시기는. 대신 삼백 년 묵은 산삼주로 하지요. 오래된 더덕이 좋다고 한들 산삼만 하겠습니까?""감사합니다!""존경하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