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천회는 벌떡 일어서면서 두 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고는 관호청과 눈이 마주치자 광소를 터트렸다."와하하하! 하하……하……?"드디어 자신을 발견했으니 우선 탄성이 튀어나올 것이고 그 뒤에는 융숭한 대접이…….그런데 이게 웬일인가?환대는 고사하고 그저 동굴 벽을 보는 듯한 저 무심한 눈길은?자신을 마치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 하나쯤으로 취급하는 듯하지 않는가!"나 여기 있어요! 여기!"소리 높여 외쳐 보았지만 전혀 듣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암중인에 대해서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혹시 보지 못하고 지나쳐 온 것은 아닐까?’한번 의심이 고개를 들자 그 뒤를 이어 불길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속았어! 그자에게 완전히 우롱당한 거야!’‘이미 죽었을 수도…….’
일 보, 이 보…… 일 장, 이 장…….그에 따라 좌측을 포위한 복면인들과의 거리는 단축되어 갔다.삼 장, 이 장, 그리고 일 장!팽팽한 긴장감이 장내에 감돌았다.일촉즉발(一觸卽發)!그러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신은 대체 누구요?"뇌마의 힘없는 질문에 죽립인은 차갑게 응대했다."아직도 모르겠느냐?"
"너는 누구냐?"뇌마의 물음에 죽립인은 침묵으로 답했다. 상대의 침묵이 주는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뇌마의 기세는 한층 더 높아졌다."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