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귀하가 펼친 무공은…….""복호장 중의 남산박호요."현일립의 얼굴에 의문의 빛이 가득 떠올랐다."그렇지만…… 남산박호는 세 군데밖에는 공격하지 못하는 초식인데…….""강호에서 열여덟 군데의 방위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초식은 흔치 않소. 그래서 나는 남산박호를 여섯 번 연거푸 펼쳐냈소."
"이것으로 하겠소."황금왕후는 그가 무엇을 고를까 하고 눈을 빛내고 바라보다가 그가 집어 든 물건을 보자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조자건이 집어 든 것은 병기고의 신병이 아니라 병기고를 받치는 여덟 개의 버팀목 중 하나였던 것이다. 조자건은 그중 굵기가 어른의 팔뚝만하고 길이가 석 자쯤 되는 것을 골라 손에 쥐고는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이놈이 제일 마음에 드는군."
"저자는 항상 모든 일을 저렇게 하는군."번우량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저렇게 하다니?""아주 익숙하게 한단 말이오. 마치 그 일이 생활의 일부분인 것처럼."번우량은 수긍하는 빛을 보였다."확실히 그렇군. 그가 뭐를 하든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수월하고 간단하게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는군.""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요. 저자의 나이는 우리와 비슷한데도 마치 우리보다 수십 년을 더 산 것처럼 노련해 보이지 않소?"
"눈은 비록 많은 것을 볼 수 있지만 반면에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하네. 하지만 심등대법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까지도 볼 수 있네. 지금 나는 눈을 잃기 전보다 훨씬 더 모든 사물을 객관적으로 주시할 수 있게 되었네. 내가 두 눈을 잃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오묘한 세계를 알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