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이끌리기라도 한 양, 서문범이 앞으로 나섰다. 명경의 두 눈이 그를 발견하고, 거기에 머물렀다. 서문범이 포권을 취하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사죄의 뜻과 무당 제자로의 책임. 복잡한 심정과 앞으로의 다짐이 한꺼번에 담겨 있는 몸짓이었다.
명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푸른 눈에는 여전히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으나, 서문범은 그것만으로도, 고개를 끄덕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앞으로 갚으면 되는 것이다. 잘못을 되갚고, 뉘우쳐 무당에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되는 것이 그가 할 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