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꽃 한국사 인물 동화 1
한국역사논술연구회 지음, 류탁희 그림 / 동네스케치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혜옹주.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접한건 처음이다. 역사를 한참 거슬러가야 만날수있는 책속의 주인공으로만 여겨졌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그녀는 너무 멀지 않은 시간에 있었는데 우리들 기억속에서 너무 멀리 두었었구나 싶어 죄책감이 들었다.  



책을 읽어보고 가장 먼저 한건 그녀의 사진을 찾아보는 것이였다. 왠지 꼭 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과 그녀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야무지고 얌전하고 기품있는 모습이다.  야무지게 다물고 있는 입이 모진 세월을 혼자 견뎌내야 하는 아픔을 예고하는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고종이 환갑이 되어서 본 늦둥이 덕혜. 나라를 빼앗기고 더이상 왕족이 한명이라도 더 늘어나는걸 원치 않는 이유로 덕혜는 6살까지도 왕족에 오르지 못했고 9살이 되어서야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고종에게 삶의 기쁨이고 활력이였고 희망이였고 부성애의 모체였다.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던 어린시절이다.


좌측부터 영친왕, 순종, 고종, 순정효황후, 덕혜옹주의 모습이다.

순종의 이복 동생 영친왕은 사진 촬영이 취미였다고 한다.
고종이 환갑의 나이에 귀인 양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인 덕혜옹주의 어린 모습이
너무 귀엽다.


고종이 의문의 죽음을 맞고 정해진 순차(?)에 의해 덕혜는 일본길에 오릅니다. 그곳에는 오빠 이은이 있었지만 너무 오래 떨어져 살았고 오빠는 이미 일본 여자와 결혼을 한 상태였습니다. 오빠집에서 살았지만 덕혜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상대가 없었습니다. 자신도 언제 독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늘 구군가가 감시하고 있다는 두려움으로 정신은 점점더 피폐해지고 있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늘 겉으로는 강한척 아무일도 없는척 했으니까요. 일본인 고위자제들만 다니는 학교에 다녔지만 친구를 사귀지도 못했고 유일하게 사겼던 친구도 하지말아야 할 말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 이사를 시키면서 철저히 고립된 외로운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조발성치매에 걸리고 맙니다. 마음이 병이 깊어진 것입니다. 그래도 오빠 부부의 정성스런 보살핌으로 많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좋아질 무렵 그녀는 대마도의 백작집안 다케유키와 혼인을 하게 됩니다. 친일파들의 추잡한 농간은 그녀를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립니다. 국내에서는 실체를 알지 못하고 그녀의 횡보만 보고 배신자라며 더이상 그녀에 대한 관심도 사랑도 주지 않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다케유키는 그녀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보듬어주려 한 사람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깊어지는 병세의 병을 넘지 못하고 인간적인 고뇌를 합니다.



둘 사이에 정혜(마사에) 라는 덕혜옹주의 딸이 생깁니다. 깊어지는 그녀의 병은 가끔 딸과 남편을 외면하고 지치게 했고 결국엔 딸마저 조선인이란 이유로 덕혜를 거부하게 됩니다. 그녀의 병세가 깊어지면서 결국 남편과도 이혼을 하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됩니다.
딸은 결국 유서를 남기고 실종된 후 시체로 돌아옵니다.


우리 나라가 해방이 된후 박정희 정권이 되어서야 그녀는 그토록 그리던 고국을 밝게 됩니다.  말도 못하고 정신도 못차리던 그녀가 조선으로 돌아가자는 그 말한마디에 다시 일어설 용기와 희망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녀가 돌아와 어린시절 뛰어놀던 낙선재에서 기거하게 됩니다. 예전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면서요. 

그녀는 1989년 7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 긴세월을 버티게 한 힘은 무었이였을까요? 구녀의 77년의 생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길어야 8년일텐데요. 조선의 옹주라는 자부심이? 아버지가 베풀어주신 사랑의 힘으로? 끝까지 살아 남아서 일본이 어떻게 망하는지 봐야겠다는 앙갚음으로? 꼭 다시 조선으로 다시 돌아가고 말겠다는 의지로?  

그녀의 깊은 슬픔과 극도의 외로움을 누가 알수있을까? 아무도 함께 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밀려온다. 조선의 옹주라는 이유로 작은 그녀가 받아야 했던 족쇄는 너무 큰 것이였다. 그녀를 너무 쉽게 잊고 너무 쉽게 배신하고 너무 쉽게 외면한 우리 모두는 그녀에게 죄인이다. 그녀가 우리의 자존심이 되기위해 버티려 했던 그 손을 잡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녀의 삶을 이제야 돌아본것이 또 미안하다. 그녀는 역사속의 인물도 아닌 동시대의 여린 덕헤였는데 흑백사진속 옛이야기로 치부해버려서 또 미안하다.  

그녀를 회상하면서 그녀를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고 일본의 극악한 만행에 치를 떨어야 했고 거기에 빌붙어서 제 권세 늘리기에 바빳던 친일파 세력들을 곱씹어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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