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다들 아시죠?
영어제목은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입니다.
그래서 `참을수 없는`이 꾸미는 것은 `존재`가 아니라 `가벼움`입니다.
즉 가벼운 삶과 무거운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인 것 같습니다`라고 한 이유는 이 소설을 다 읽었지만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입니다.
첫구절에서 니체의 `영원회귀`사상에 대해 의문부터 제기합니다. 이 구절 때문에 니체의 사상에 대한 ebs강의도 미리 듣고 나서 읽었습니다.

소위 고전급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읽는 과정이 매우 괴롭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끝까지 읽어 또 한편의 걸작을 떼겠다는 허영심(?)이 없다면 중도에 포기하고픈 유혹에 끝없이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도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고 지루합니다.
니체, 파르메니데스 같은 사상가에 대한 기초상식과 `프라하의 봄`과 같은 체코의 현대사도 알고 있어야 부드럽게 읽힐 것 같습니다.

읽고나서 다시 한번 깨우친 것은, 고전급 작품을 명성에만 유혹되어 펼쳤다가는 결코 완독이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 작품을 읽기 위해
작가의 사상적 배경과 시대적 상황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느라 무려 열흘 이상을 소비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쉽게 지워지지않는 여운이 아련히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걸작의 힘인가 봅니다.

나는 무거운 삶을 살고 있나 아니면 가벼운 삶을 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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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듯이 나이가 들면서 역사에 관심이 많아졌지요. 하지만 한국사중에서 근대사는 비교적 가까운 과거이기에 사료가 풍부하고 객관적 증거가 많아 공부량이 많고 난해한 부분입니다. 역사 공부가 단순 암기과목이 아니라고 누구나 말하지만, 도무지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토지는 한국 근대사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이런 점에서 재미있는 근대사 공부의 참고서일 것입니다. 여기에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박경리 선생님의 의미있는 해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참 해박하시구나 생각했습니다. 물론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 당시의 현실감과 현장감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고요. 박경리 선생님의 탁월한 문학적 묘사 덕분이지요. 근대사 공부로 읽어 보려했는데 오히려 스토리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역사공부와 소설 한편 읽은 것에 끝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아버지, 할아버지의 치열했던 삶을 상상해 볼 수가 있습니다. 봉건신분제로 부터의 자유, 일제 압박으로 부터의 자유가 그들이 갈구하던 삶의 목표였지만, 저는 지금 맘껏 향유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그들이 만든 역사의 연장선 위에 서있습니다. 어떻게 살 것 인가 묵직하게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는 제 딸들에게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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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등한시했던 도시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도시에 관련된 분야에 종사합니다. 이제 이 분야의 새로운 책들은 대부분 저보다 젊은 사람들이 쓴 것들입니다. 그래서 사실 조금 멀리 했었습니다.

이번 책은 대륙별 4개 도시 파리, 선전, 디트로이트, 상파울루에 대해 쓴 글입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깊은 속살을 보는 재미에 펼치자 마자 한번에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접근방법이었습니다.
미리 머리속에 이상적인 모델을 상상하면서 그 틀속에서 이런저런 지식자랑을 하는게 보통의 행태입니다. 이 책은 그런 방식을 벗어나려 노력한 흔적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신선했습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이미지 이면에 깊이 감춰진 상처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여전히 전문서 냄새가 나긴 하지만 나름대로 부드러운 문체로 쓰여져 일반인들도 꽤 읽을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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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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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삶에 대한 저자의 내공의 크기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흔치 않게 세상사와 삶에 대한 통찰력의 깊이와 넓이를 느껴볼 수 있는 분을 만났습니다.
제가 이런 책을 만나려고 그토록 이런 책, 저런 책들 사이를 방황했었나 싶었습니다.
혹시 그런 기분 가져 본적 있으신지요? 이 책의 첫페이지를 넘기고 두번째, 세번째 페이지를 읽어 나가는데, 저도 몰래 목이 메었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났다는 느낌이었을까요???
저는 이 분을 두번째 만나는데, 첨엔 ˝강의˝라는 책을 통해서입니다.
이번 책은 ˝담론˝입니다.
두권 모두 실제 강의의 녹취록을 토대로 만든 책입니다.
새삼 느꼈지만 참 어려운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강의하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을 달관한 사람이라고 하는거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막연히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분들, 이 책을 통해 마음을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신영복 교수님은 억울하다면 억울한 옥살이를 20년간 하신 우리 현대사의 증인이시지요.
그러니 구절구절마다 진정성이 듬뿍 담겨져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분을 우리시대의 참스승이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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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가끔 사람에 대해 경멸의 뜻으로 ˝생긴대로 논다˝는 말을 할 때가 있죠?
좀 실례되는 말이긴 하지만, 전 이 분을 볼 때마다 ˝참 생긴대로 산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경멸까진 아니지만 조금은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지요.
사실 이 분처럼 외모와 직업이 딱 떨어 지는 사람이 흔치 않지요???ㅋㅋㅋ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괜히 미안해졌습니다. 페이지를 의식하지 않고 술술 읽을 정도로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더구나 글쓰기 안내서라니.....

많은 이공계 출신들이 그렇듯이 나도 글쓰기에 대한 컴플렉스가 많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는 편입니다.
이런 류의 책들이 대부분 문법이나 작문 요령에 대한 교과서적 설명으로 뼈대를 구성하기에 읽다보면 지루해지기 십상입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서민(庶民)적 향기가 나는 책입니다. 아마 책제목도 그런 의도에서 붙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본인이름과 절묘하게 중첩되기도 하고요.

인터넷 블로그를 보듯 심각하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하고자하는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그정도로 이 분의 글솜씨가 장난이 아니라는 증거지요. 이런 수준에 도달하기 까지 무척 힘든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만...

거의 자기비하 수준의 경험담과 외모 컴플렉스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유머러스하지만, 한편으로 제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겹쳐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 지기도 했습니다. 글쓰기 책이기도 하지만 우리같은 서민(?)들의 신변잡기 느낌이 나는 까닭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풀어내는 글쓰기 안내가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말자 그의 작은 눈이 매우 지성적인 눈으로 기억되기 시작합니다.
소개 글을 쓰게 만드는 묘한 유혹도 있네요. 이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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