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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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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말았다. 견강부회가 많다. 모든 화두를 너무 단순하게 다룬다. 예컨대 보행친화적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형공원을 잘게 나누고 공원이 필요한 곳과 현재의 땅을 맞바꿔 여러 곳에 공원을 분산 시키겠다(97쪽)는 대목에선 실소가 나왔다. 생태학자나 도시경제학자들이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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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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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글쓰기에 관한 책을 많이 읽기도 하고 습작을 해보면서 어렴풋이 깨닫게 된 게 있다.

진정성이나 진실성이 토대가 되지 않은 글은 뭔가 껍질만 화려한다는 점...

화려한 미사여구나 달콤한 문장은 당장 읽기에 매혹적이지만 글의 생명력을 느낄 수가 없다.

작가이자 평론가인 장석주의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에서도 이렇게 확인할 수 있다.

˝작가들은 단순히 멋진 말과 좋은 문장을 찾는게 아니다. 그들은 사물, 이미지, 경험들이 들려주는 내밀한 목소리에 언제나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것들을 옮겨 적을 뿐이다. 물론 그것들은 쉽사리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내밀한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는 일이 바로 글쓰기이다.˝

그래서 글 쓴 이가 자신이 겪은 삶의 경험을 토양으로 썼을 때 훌륭한 글임을 금방 알아챈다.

자신의 내면세계에 깊숙히 들어가지 않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은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장석주는 이렇게 말한다.

˝...저를 드러내지 못하고, 진실을 감추는 자는 영원히 글을 쓸 수가 없다. 가장 쓰기 어려운 것이야말로 정말 써야 될 것이다. 정말 써야될 것은 가슴 밑바닥에 눌어 붙어 있다. 그걸 끄집어 내는 것, 이것이 내면에 숨은 자아를 만날 수 있는 통로이며 곧 무의식의 글쓰기라 할 수있다.˝

허나, 잘 훈련받은 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런 경지에 이르겠는가?

이럴 때 글쟁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일단 뭐라도 써보라고...

하지만 써본들, 아직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우리들이야 중간에 낙담하기 일쑤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그는 또 이렇게 용기를 준다.

˝글을 쓰면서도 계속해서 ‘내가 제대로 쓰고 있는가?‘라고 자문한다. 그러다 온갖 회의와 자기 불신에 사로 잡혀 집중력을 상실한다. 자신을 믿으라. 자기내면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계속 적어나가라. 글이 형편없고 엉망이라고 느껴질 때조차 계속해 써나가라.˝

그렇다!
되던 안되던 일단 써보는 용기와 뻔뻔함이 우선이다.

문장력과 문법은 그 다음 문제다.

엉망진창인 글이라도 일단은 써놔야 수정을 하던 보완을 하던 다시 써던 할 게 아닌가?

헤밍웨이도 <무기여 잘 있거라> 마지막 결말을 마흔네번이나 고쳐 썼다고 하지 않는가?

<노인과 바다>는 무려 200번 이상 고쳤다고 하고...

˝당신만 어려운 게 아니다. 글쓰기는 유명작가들 조차 힘겨워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실패라는 토대위에 하염없이 세우는 건축물과 같기 때문이다.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는 것, 그것이 글쓰기이다.˝


말은 쉽지...
어디 그게 쉽게 되는 일인가?

하지만 이 책에서 장석주, 그의 미려한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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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부클래식 Boo Classics 9
장 자크 루소 지음, 김모세 옮김 / 부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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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보다 너무 앞서서, 너무 똑똑해서 왕따당한 철학자의 고독한 말년의 고백록이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이 잘났으니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 신경끄고 자신의 내면이 요구하는대로 자유롭게 살겠다는 선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왕따가 아니라 ˝스따˝ , 즉 ˝스스로 왕따˝로 살겠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란 원하는 것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데 있다. ˝는 말이 그의 사고체계를 함축시킨다.

어지간히 고집불통이다.

하지만 고독한 말년에 세상의 비난과 따돌림에 무관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식물공부에 몰입한 듯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도 외로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초라한 노인에 불과했으리라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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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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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렇게 늘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왜 항상 초조하고 미래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을까?

요즘 이런 생각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겁니다.

시대마다 그 시대를 상징하는 질병이 있다고 합니다.
대략 근대까지는 박테리아의 시대이고, 현대는 바이러스의 시대라고 합니다.
맞는 말 같지 않나요? 중세나 근대의 흑사병을 떠올리고 현대의 감기바이러스나 AIDS를 생각하면 말입니다.
그래서 이 무렵까지를 "면역학적" 시대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외부로 부터 방어가 시대의 관심사였습니다.
좀 있어보이는 표현을 하면, 이 시대는 "이질성"과 "타자성"으로 부터 나와 우리를 지키기 위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통제사회"의 시대입니다.

그런데 21세기를 넘어오면서 이 상징하는 질병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바로 신경정신성 질환으로 말입니다.

면역학적 요법으로는 치료가 안되겠지요?? 현대인의 우울증, 신경쇠약 같은 걸 떠올리면 이해가 빠릅니다.

왜 이렇게 됐나 분석해보니 사회가 "통제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바뀌어서 그렇답니다.
그러니까 그전에는 나와 우리를 지키기 위해 뭐던지 "하지 말아라" 간섭하는 "부정성"의 통제사회였습니다.

근데 21세기는 이제 반대로 뭐던지 "잘 할수 있다"고 하는 "긍정과잉"의 성과사회가 된 것이지요.
"Yes l can"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사회지요.

그러다 보니 그전에는 나 아닌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이기면 되는데, 이제는 내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 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겁니다.
후기자본주의 시스템이 그렇게 만든 것이 랍니다.

다시 유식하게 표현하면 "자유로운 강제"를 부여하고, 일이 잘 안되면 예전에는 남을 억압했는데 이젠 자신을 억압하고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죽자살자 자신과의 싸움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각종 정신신경학적 질병에 시달린답니다.

대표적으로 일중독 현상을 생각해 보면 되겠지요.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가 「피로사회」에서 이렇게 현대사회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제 가만히 우리 스스로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의 자화상 아닌가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거의 매일 야근하고 수시로 휴일 근무도 하지 않나요?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하나요?
스스로 일에 함몰되어 있지는 않나요?

회사는 달성해야할 성과 목표만 알려줍니다. 예전과 달리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간섭하지 않습니다.

다만 연말에 성과 달성도만 평가합니다. 짜증나게 승진에 연계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니 개인적 자유와 가정을 포기하면서까지 일에 몰두했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자괴감에 빠집니다.
"내가 이럴려고 야근을 밥먹듯이 했나??"하면서요.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참 답답합니다.

그래서 한병철 교수의 다른 책 「시간의 향기」를 읽어 보았습니다.
제목이 무척이나 향기로워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피로사회는 시간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피로한 성과사회"에서는 늘 시간에 쫒기며 살아갑니다.

시간을 쪼개가며 틈이 없이 사는 데도 늘 바쁘고 정신이없지요.

휴가나 휴일이라고 해도 항상 머리속은 일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휴식이 휴식이 아니라 일의 연장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삶이란게 한편의 서사시 같은 "스토리"가 없고, 조각조각난 채 순간을 이어 붙인 것에 불과합니다.

한병철 교수의 표현대로 삶에서 "시간의 향기"를 잃어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이제 그 향기를 다시찾는 삶을 살자고 합니다.
어떻게요??

늘 시간에 쫒기듯 사는 "활동적인 삶"에서 가끔은 "사색적인 삶"도 살아보자고....

그래서 이제 조각난 우리 삶의 시간을 이어붙여 한편의 서사시로 향기를 되찾아야 한다고...

두 책 모두 200쪽도 안되는 문고판 크기의 작은 책입니다.

그런데도 독일어 특유의 딱딱한 문장과 조어성 단어가 많아 읽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읽는 동안에 이해도 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읽은 후에 여운이 많이 남고 자꾸 내 삶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이번 책은 읽어보라 권할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가장 아파하는 상처를 들추어 보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이렇게 잠시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한병철 교수가 말하는 "사색적인 삶"의 문턱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문턱에 최소한 나와 가까운 사람들만이라도 초대하고 싶습니다. 가끔 그 문턱에서 만나 서로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나누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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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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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랑코 총통의 목숨을 구하고,
미국의 핵폭탄 개발에 기여해 트루먼 대통령과 친구가 되고,

그 기술을 빼내려는 소련의 공작으로 스탈린과 만찬을 하다 잘못돼 블라디보스톡으로 유배가고,

그러다 북한으로 탈출하면서 김일성과 어린 김정일을 만나고,

거기서 우연히 모택동을 만나 과거 그의 세번째 아내 강청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사실을 알고 도움을 받게되고....

이 쯤되면 우리가 아는 20세기 현대사를 좌지우지한 대단한 인물이겠지요???

그는 바로 스웨덴 소설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입니다.

이 얘기는 100번째 생일날, 갑갑한 양로원 생활이 싫어 몰래 창문 너머로 도망친 노인의 일대기입니다.

우연히 엄청난 돈이 들어있는 조폭의 트렁크를 훔치게 되면서 일어나는 추격 소동이 이 소설의 큰 줄기이지만,

20세기 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이나 사건들과 주인공 노인이 얽힌 가상의 에피소드가 또 하나의 큰 줄기입니다.

현대사의 주요사건과 인물에 대해 작가의 시니컬한 시각을 엿볼 수 있지만, 주인공의 삶과 절묘하게 연결시켜내는 그럴듯한 스토리가 감칠맛이 납니다.

한 마디로 참 유쾌하고 참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바로 전에 읽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한 변호사가 피해자의 신분으로 살아가지만, 그가 꿈꾸던 사진작가로 성공해가는 「빅 픽쳐」 라는 소설이 너무 칙칙해서 더욱 그럴지도...)

우리 주변에, 말과 행동이 의도적이지 않은데 괜히 그 사람과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노인이 그런 캐릭터인데, 아마 작가가 그런 사람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이 분명 나쁜 짓을 하는데도 나쁜 짓이 아닌 것 같고, 오히려 잘 되길 기대하게 됩니다.

어떤 특별한 인생의 목적이나 철학을 가지고 사는 것 같지 않은데도, 이 노인의 삶이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습니다.

굳이 인생철학이 있다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로 부터 들은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다"는 말을 떠올릴 뿐 입니다.

무슨 일이든 미리 걱정한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지난 일을 후회한다고 되돌릴 수도 없으니, 그냥 현 상태에서 내가 할수 있는 일에 몰두하자는 말로 들립니다.

어떻게 보면 "카르페 디엠"이기도 하고, 자연에서 배우려는 노장사상의 맥이 집히기도 합니다.

이 소설에서 코믹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그의 일생은 수많은 죽음의 공포와 번민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놀이하 듯, 관조하듯 그 역경을 헤쳐 나왔습니다.

아마 쓸데없는 걱정이나 후회할 시간에 "피할수 없으니 즐기듯이" 매순간을 유희하듯 살아온 삶이었기에 가능했겠지요.

심각한 메시지를 던지거나 심오한 철학을 말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읽고나서 "참 괜찮은 소설 한 편 잘 읽었네"하는 기분이 듭니다.

상쾌하고 행복한 생각마저 드는 훈훈한 소설입니다

요즘처럼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할 때 이런 상큼한 소설 한편 읽으면 마치 시원한 물줄기에 샤워하는 느낌일 겁니다.

곰곰히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문장도 없으니, 출퇴근길에 짬짬이 읽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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