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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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달콤하지 않다는 걸 반어법으로 표현한 걸까? 아니면 정말 달달한 이야기일까? 나의 도시라면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려는 걸까? 아니면… 이렇듯 사소한 의문에 매달려 있는 나를 권신아의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색감의 그림이 유혹하며 어서 책을 펼쳐 보라 재촉한다.

오은수는 옛 애인의 결혼식 날, 피가 거꾸로 치솟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벌렁거리기는 커녕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같은 날 저녁, 친구들과 옛 남자친구의 결혼을 애도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그녀는 두 번째 날벼락을 맞는다. 결국 그녀는 늘 함께였던 친구의 예상치 못한 결혼 선언에 무너져 내리고야 만다. 그녀는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다. 자신의 인생에 ‘원나잇 스탠드’는 없다며 살아온 그녀였지만 파릇파릇한 24살의 청년 태오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 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그와 연애라는 걸 시작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온 마음을 다해 그를 사랑하지 못한다. 그래서였을거다. 맞선을 권하던 안이사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 것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삶의 모태인 평범한 남자 김영수와 평범한 결혼을 위해 평범한 연애를 선택한 그녀였지만, 태오를 과감히 뿌리치지 못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그녀는 결국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라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에 대항하지 못한 채 두근거림과 설레임을 느끼게 한 사랑 대신 안정적이고 평범한 미래를 선택한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진행된 그와 김영수의 결혼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세상이 정해 놓은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렇다고 그 안에 소속되지도 못한 채 그녀는 겉돌기만 한다. 연애와 결혼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갈팡질팡하고 있는 그녀는 우리 사회의 거친 단면을 보여준다. 오은수의 고민은 곧 나의 고민이며, 우리 모두의 고민일 수 밖에 없다. 때가 되면 학교를 가야 하고, 직장에 다녀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하고, 애를 나아야 한다. 나는 대체 그 '때'라는 것을 누가 정했으며, 왜 거기에 옭매여야 하는지 답답기만 하다. 하지만 나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음을 시인한다. 그들이 사회적인 통념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살얼음을 걷고 있듯이 나 또한 그런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과 사고 방식에 완전 동의할 수는 없을 듯싶다. 하고 싶은 사람과 하고 싶을 때 안전하게 하자는 식의 섹스 규칙까지 세워 놓고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그녀들의 모습에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요즘의 세태에 그런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임을 부정하지는 않으니 이해하려면 못할 것도 없다. 나 역시 요즘 사람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을테다. 하지만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한 순간의 쾌락을 위한 행위 자체를 당연시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이니 보수적이니 뭐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다 똑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책 전반에 걸친 섹스에 관한 노골적이고 솔직한 대화는 야하다는 느낌보다 유쾌하고 발랄한 수다를 듣는 것 같이 가볍다. 하지만 정이현의 글은 전혀 가볍지 않다. 여러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상이 제멋대로 만들어 놓은 통념 속에서 사람들은 갈등하고 번뇌할 수 밖에 없음을, 이러면 이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인생은 흘러가기 마련임을 그녀는 역설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이 책도 어떠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세상과 타협을 하든, 대항을 하든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마음 가는대로 인생을 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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