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아드 - 에임스 목사의 마지막 편지
마릴린 로빈슨 지음, 공경희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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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상을 다녀야 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죽음과 접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죽음이 뜻하는 수많은 의미에 대해 알게 됐고 또한 알아 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까마득한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아들에게 써 내려간 편지인 길리아드를 읽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함과 동시에 죽음에 대한 안개가 조금은 걷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른 여섯 살의 제임스 목사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는 평온한 모습으로 느지막이 얻은 일곱 살 난 아들에게 담담하면서도 애틋함이 묻어나는 문체로 진솔한 이야기를 건넨다. 할아버지부터 3대째 목사였던 집안의 내력, 온건한 평화주의자 아버지와 노예해방운동에 투신한 현실주의자인 할아버지간의 갈등을 통한 인종차별과 세대간의 극심한 대립, 아버지와 형의 종교적 갈등, 자신의 직업에 대한 고뇌와 갈등 등 가족간의 사랑, 갈등, 좌절과 희망의 이야기를 일기를 쓰듯 편안하게 들려준다. 그의 편지를 읽다 보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당부하는 교훈적이고 지루한 이야기나 아들에게 바라는 소망을 담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그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 아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하루 하루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느끼게 해주며, 또한 자신과 가족이 저지른 지난 날의 과오를 어린 아들이 다시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절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죽은 후에도 아들이 이 세상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해 주는 아버지의 훌륭한 가르침에 그의 아들이 된 양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줘라’ 는 말처럼 제임스 목사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며, 아들 스스로가 자신만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면서 아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탄탄한 토대를 마련해준다.

읽는 내내 마치 다른 사람의 고해성사를 듣는 듯한 엄숙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으나,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있는 상태라 그런지 책 읽는 속도는 상당히 더디었다.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게 나타나다 보니 쉽게 집중할 수 없을 뿐더러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을 차지하고서라도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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