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 잠이 많은 나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은 새벽같이 잠에서 깨어났다. 별일이다 싶으면서도 사락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고요한 이른 새벽에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즐거운 고민을 하다가 그 전날 눈 여겨 두었던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를 손에 들었다. 고풍스런 타샤의 간결하고 소박한 문체와 다채로운 꽃들의 향연에 폭 빠질 무렵, 문득 예전에 읽은 글귀가 생각났다. “아침 잠이 많은 사람들은 햇볕을 쬐게 되면 생체 리듬이 정상을 되찾게 되면서 아침 잠이 없어진다”는 내용이었는데 그제서야 기억을 더듬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전날 따사로운 햇살이 온 몸에 퍼지는 듯한 기분이 너무 좋아 아파트 주변이며 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다, 결국 호수가 있는 근처 공원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휴식을 취했던 것이다. 겨우 하루만의 햇볕 쐬기에 편안한 잠을 자고 이렇게 일찍 일어날 수 있다니, 타샤 튜더의 전원 생활은 얼마나 멋질까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그녀가 오두막 집 문을 열고 나서기만 하면 광활한 대지 위에 초록색 옷을 입은 나무들이 노랗고 붉은 색색의 꽃들을 둘러싸고 있고,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면 넓디 높은 푸른 하늘과 솜털 구름이 가득하고, 그 모든 것을 포근히 감싸 안아주는 밝은 얼굴의 해가 있으니 그게 바로 지상 낙원이 아니고 무언가 싶은 마음이 드니 어찌 그녀가 부럽지 않을까.

타샤 튜더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낙천가다. 그녀는 90이 넘은 나이에도 변함없이 자신의 생활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여성이다. 동화작가로 많이 알려진 타샤 튜더는 아들이 지어준 집에서 30만평이 넘는 대지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맨발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으로 날씨를 예감하는 그녀는 정원 가꾸기와 소젖 짜는 것이 꿈이다. 그녀가 꽃과 함께 있는 모습이라던가, 강아지들과 함께 정원을 거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면 사진이 아닌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그녀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자연과 하나인 듯 보인다. 부지런히 정원과 집을 오가며 생활하는 그녀는 손수 천을 짜서 옷을 만들고 염소 젖을 이용해 버터와 요구르트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녀가 만든 옷은 너무 고풍스러워 꼭 한 번 입어 보고 싶다. 그녀는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좋아한다. 특히 19세기에 유행하던 옷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속세를 완전히 벗어난 것 같진 않다. 하긴 그녀 자신은 상업적인 화가라 고백한 바 있으니 그다지 문제될 건 없지만 그래도 왠지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내 삽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아, 본인의 창의력에 흠뻑 사로잡혀 계시는군요' 라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상업적인 화가고, 쭉 책 작업을 한 것은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내 집에 늑대가 얼씬대지 못하게 하고, 구근도 넉넉히 사기 위해서!

이렇게 행복하게만 보이는 그녀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의 친구분께 맡겨져 자란 것 하며 – 그 곳에서의 생활이 가장 좋았다고는 하지만 – 자신의 이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이 모든 걸 이겨내고 멋진 삶을 살고 있다. 그녀의 아이들은 그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긍정적이고 활달한 어른으로 성장했음은 의심할 여지도 없다. 그녀의 아이들은 어머니와 함께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기획하고 옷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등 창의적인 활동들을 많이 하고, 가까운 친지와 이웃들을 불러 파티를 하면서 사람들과의 폭넓은 교류를 나누었다. 그런 그들의 여유로운 생활을 보니 공부에 치여 그나마 할 수 있는 놀이라고는 TV와 컴퓨터 게임뿐인 요즘의 우리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높디 높은 건물들로 빼곡히 둘러 싸여진 공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그녀의 삶은 너무나 허황되고 비현실적인 신기루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라는 타샤의 신조를 떠올리며 이루지 못할 꿈일지라도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해 두었던 나만의 꿈을 끄집어 내어 그 동안 억눌렸던 마음의 평안을 누려보는 건 어떨까?

'자녀가 넓은 세상을 찾아 집을 떠나고 싶어할 때 낙담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딱하다. 상실감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그러니 홀로 지내는 것마저도 얼마나 큰 특권인가. 오염에 물들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터지긴 하지만,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해마다 별이 한 번만 뜬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생각이 나는지. 세상은 얼마나 근사한가!'

‘직접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늘 가정주부라고 적는다. 찬탄할 만한 직업인데 왜들 유감으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가정주부라서 무식한 게 아닌데. 잼을 저으면서도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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