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 Everyone Says
이미나 지음 / 갤리온 / 200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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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빈번히 등장하는 식상하리만치 뻔하지만 결코 질리지 않는 유일무이한 소재거리인 한 여자와 두 남자 혹은 한 남자와 두 여자. 그들 모두 사랑에 울고, 사랑에 목매고,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에 절망하면서도 사랑을 버리지 못한다. 이상하리만치 사랑에 집착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내 사랑은 어떠한 모습인지 옛 기억을 떠올려본다.

첫사랑인 지금의 남편과 6년간의 연애를 끝내고 결혼식을 올린 지 어느덧 1년 5개월. 남편의 중국 파견 근무로 인해 떨어져 있던 1년을 제외하고서라도 남편과 함께 한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무수히 많은 역경과 고난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기간인 것이다. 허나 남편과 8년을 함께 하면서 우리의 사랑을 가로막은 험난한 난관은 그리 많지 않았다. 힘든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였기에 크게 가슴앓이를 한적은 없었던 것이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다른 이에게 향한 적도 없었고, 서로에게 향하는 마음의 크기가 달라 고민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랑에 100% 공감 수 없었던 것은.

동희가 자신을 하찮게 대하는 성재에게 매달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동희 곁에서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그저 친구로만 남아 있는 동욱의 우유부단함에 가슴이 먹먹했다.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외면한 채 동희를 떠나 보내는 성재가 한심스러웠으며, 드러내 보일 수 없는 동욱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그 곁을 맴도는 승민이 안타까웠다. 그러한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이, 한심하게만 보이는 행동이, 지나치게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숨만 푹푹 내쉬어댈 뿐이다. 그들은 왜 쉬운 길을 놔두고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향해 나아가려고 하는 걸까? 그들은 왜 손 내밀면 순순히 닿을 거리에서 자신만을 향해 있는 한길 사랑을 버리고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사랑을 얻지 못해 안달인 걸까?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이해할 것도 같고, 이해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이해하기 싫은 것 같기도 한 그들의 사랑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혹시 다른 사람이 생긴 거라면 나만 만나는 게 아니라 나도 만나주면 안돼?” 마지막 이별을 고한 성재에게 동희는 마지막 자존심마저 포기한 채 말한다. 그를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그의 사랑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그의 곁에 머물 수 있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이 한마디만으로도 동희의 가슴 아픈 사랑에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랑을 하고 있는 그들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을지언정, 그네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에는 마음이 아팠고, 가슴이 저려왔다. 이렇듯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미나식 사랑 표현들은 막힘이 없고 직설적이어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특히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감성적인 독백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진부한 스토리를 차지하고서라도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들의 처음과 끝을 지켜보며 사랑과 집착의 모호한 경계선에 위태롭게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랑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 집착으로 인해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동전의 앞과 뒤처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집착을 구분하지 못해 힘겨워하는 그들의 관계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엉킨 실타래처럼 보이지만 결코 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 동희가 선택한 것처럼 사랑에 빠져있던 몸 하나하나의 신경 세포들을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 속으로 몰입시켜 보자. 소홀했던 가족들의 자그마한 변화에, 사랑에 빠져 등한시 했던 친구들과의 즐거운 수다에,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쏟았던 관심들을 오롯이 자신에게 향하도록 시간을 주자. 시간이 지나면 모든 상처와 아픔이 사라진다고 했던가. 힘든 사랑에 빠져 있다면 잠시 그 사랑을 떠나 자신과의 사랑에 빠져보자. 언젠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엉켜 있던 실타래가 자연스레 풀려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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