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동안은 ˝울기엔 좀 애매˝했지만 마지막 에필로그에선 결국 울어버렸다. 가난의 기록과 고통, 슬픔 때문이 아니라 가난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 어딘가에 자신의 책이 놓이기를 바라는, 그래서 다른 가난과 쌓이고 뭉쳐서 우리가 우리를 알게되기를 바란다는 그 문장 때문에 울었다.가난은 더, 계속 말해져야한다. 더 쓰이고 팔려야 할 것은 부가 아니라 가난이다. 가난은 뭉치고 힘이 세져 더 당당해지고 더 솔직해져야한다.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가난을 고민하고 책임져야 할 시대가 더 빨리 와야하기 때문이다.훌륭한 작가 안온이 자신의 불온한 기록을 나눠준 덕분에 가난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난과는 무관한 그의 빛나는 글을 앞으로도 계속 읽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고흐를 떠올리게 하는 권진규의 삶과 예술이 책을 쓴 허경회는 그의 조카이기에 이 책을 쓸 수 있었다고 했고 크나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오직 감사할 따름이라고...너무 늦게 알았지만 더 늦지 않아서,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 가면 권진규의 상설 전시를 볼 수 있어서 나또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이라니...아일랜드의 역사와 한반도의 역사는 겹치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괴로워하는 개인의 삶도 겹치며 그 안에서 젊은 예술가의 번민과 방황, 길 떠남은 우리가 아는 그들과 오롯이 포개진다. 전혀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제임스 조이스라는 명장에 의해 새롭고 설레게 다가온다. 20대의 내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이 소설을 읽으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