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보다 더 많이 웃었다. 유죄와 무죄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인간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서늘하게 또 씁쓸하게도 그려진다. 검사에 대한 편견이 깨진 건 물론이고 심지어 검사가 좋아지기까지 한다. 매일 쏟아지는 사건을 어깨에 지고 묵묵히 기록으로 가득한 캐비닛을 뒤지는 성실한 노동자...제발 이런 검사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정명원 검사님, 계속 글을 써주세요...법복 한 자락을 붙잡고 애원하고 싶게 만드는 글솜씨이다.
책을 덮자 기다렸다는듯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읽는 동안 유골함으로 남은, 아직도 내 곁에서 슬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집 고양이가 생각났다. 헝가리 작가라서 그런지 크리스토프 아고타와 <사랑의 역사>의 니콜 크라우스를 버무린 듯한 느낌이었다. 성찬을 즐긴듯 만족스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