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사준비로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목요일이 분주하다..모아뒀던 혹은 결심했던, 이제는 쓰레기로 불려지는 것들을 이고 1층 현관 앞에 있는 임시 쓰레기장으로 가져간다.
10년을 끌고 다녔던 비디오테이프가 2상자가 된다..미련 없이 플라스틱 버리는 곳에 쏟아붓는데 몇몇의 제목이 마음에 걸린다..기타노 다케시의 <그 여름, 아주 조용한 바다>..독하게 마음 먹고 눈을 질끔 감는다..2번째 상자도 미련없이 쏟아 붓는데 이번 건 안되겠다.
짐 자무시의 < 데드맨 >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어떻게 손에 넣었는데..스타일 구기지만 그 쓰레기 더미에 <데드맨 >을 건진다..그러자 처음만 힘들지 다음부터는 창피한 것도 잊고 뒤적뒤적 거려 내 인생에서 2번씩은 더 볼 영화들을 건져 올린다..DVD로 나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것이 그 여름 아주 조용한 바다, 데드맨, 동정 없는 세상, 나쁜 피 그리고 동사서독..이렇게 5편의 영화 테이프를 남겼다..
그와 함께 10년도 더 오래 전 괴상한 추억이 하나 떠올랐다..매년 봄만 되면 치르는 연례행사로 술을 마시면서 취중에 동사서독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술에 취해 울다가 잠드는 것..정말 최악의 나만의 봄맞이 행사인데..왠지 봄만 되면 그 영화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이상한 낭만들이 내게서 다 떠난간 걸 느끼며 내가 무척이나 매마른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든다..삶이 너무 건조하다..그럼에도 미련이 남아 쓰레기 더미에서 데드맨 같은 영화를 건지는 나는 어떤 종류의 인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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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ber08 2015-10-3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음악처럼 필요할때만 파일로 보면 되지. 걍 다 버리는걸 추천한다. (책은 좀 다르지만)하지만 나같아도 망설여졌을거 같다.
지금도 봄이 되면 동사서독이 생각나긴 해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