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 이시구로 책 중에서 가장 실망스럽다. 소재는 유전자 편집이나 AI를 다루고 있지만 글의 구조나 방식은 통속적이다. 전체적인 개연성도 떨어지고 비전문적이며 인물간 대화는 유치하다. 누군가 청소년 문학 같다고 했는데 사실 그냥 동화같다. 작가가 원래 동화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사랑이나 희망을 다룬다고 다 좋은 동화가 되지는 않는다. <나를 보내지마>의 철학적인 주제나 <남아있는 나날>에서 작가가 보여준 격조높은 소설의 품격이 그립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와 줄리언 반스라는 조합은 참 매력적이다.그럼에도 초반부에 거의 집중하지 못한 것은 번역의 탓일까 나의 부족함일까...스탈린 공산치하에서 예술적 신념을 포기할 수 없었던 한 예술가가 생존을 위한 타협과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과정이 지난하여 읽는 내내 답답했다. 그 답답함을 간직한 채 꾸역꾸역 책을 읽어냈다. 후련했다. 다시는 이런 시대도 이런 책도 보고 싶지 않다.
시인 부부가 주거니 받거니 쓴 독서일기. 20년 넘게 알아 온 장석주 보다 새로 알게 된 박연준의 글에 푹 빠져서 여러번 검색창에서 찾아 보았다. 이토록 귀엽고 예쁜 글을 쓰는 시인 부인이라니..그 옆에서 밭을 갈 듯 우직하게 읽고 쓰는 시인 남편. 이들 삶의 한결같음을 오래도록 기원한다.
이 작가는 인생이 이토록 기괴하고 슬프다는 걸 아는구나. 사랑은 일그러지고 가족은 깨지고 상처를 주고 또 받고..나도 그런 가정을 알고 있지..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더니...여기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있다. 나도 알고 당신도 아는 우리 인생의 일그러진 슬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