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에도 해는 뜬다 - 지치고 힘든 그대에게 주는 119개의 희망 메시지
최윤정 지음 / 처음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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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왠지 희망적인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은 책, <흐린 날에도 해는 뜬다>!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가 119개나 들어있다. 표지는 평범한데 책 속은 너~무 예뻐서 기억에 남는 책이다. 내용이야 뭐 말할 것도 없이 긍정적이고 희망찬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책은 한 번에 쭉 읽는 것보다 한 열흘에 걸쳐서 조금씩 읽는 게 좋은 것 같다. 특별히 책을 읽을 시간을 마련해서가 아니라 화장실에서 한 개, 잠자기 전 한 두 개, 아침에 일어나서 한 개, 실내 자전거로 운동하면서 다섯 개, 재밌는 드라마 시작하기 전 광고할 때 한 개 이런 식으로.

 

이 책은 총 6장(처음의 순간, 용기가 필요한 그대, 성공을 꿈꾸는 그대에게,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대, 행복을 찾는 그대에게, 또 다른 시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한 페이지정도, 길어봤자 1장을 넘지 않는 짧은 이야기와 그에 맞는 그림과 명언들이 채워져 있다. 어느 페이지이든 펼치면 그 왼쪽과 오른쪽 한 장에 희망적인 이야기와 명언,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여러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지만 서평을 쓰려고 하니 ‘달콤한 비밀’의 소금 한 꼬집 이야기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달콤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 때 소금 한 꼬집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왜 달콤한 빵을 만드는데 짠맛을 내는 소금이 들어가지? 그 이유는 소금이 많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다른 재료들의 맛과 향에 풍미를 더해 달콤한 맛을 더 달콤하게 바꾸고, 밀가루의 글루텐 형성에 도움을 주어 빵에 탄력을 더하며, 재료가 상하지 않도록 방부제 역할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그대가 고비를 넘으며 맛본 짜디짠 눈물은 인생의 달콤함을 알려주는 레시피의 비밀일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를 끝맺는다. 바로 그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그 눈물을 떠올리면 비참하고 속상하고 그저 짜기만 한 소금 같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문장을 보고 생각해보니 너무 그렇게만 생각해서 그렇지, 그 눈물이 빵 만들 때 들어가는 소금 한 꼬집의 역할처럼 인생을 더 달콤하게 해주고, 탄력을 더해주며, 방부제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부정적인 한 부분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또, 도미노 피자의 CEO 톰 모너건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그가 문제아라 고아원에서조차 내쫓기고 만 소년이었다니. 행복은 자기 자신에게 잘 주의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데일 카네기의 명언과 함께 잘 어우러진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누구에게나 고민과 문제가 있다. 좋고 행복한 순간도 있겠지만 힘든 순간도 분명히 있다. 저자는 그 시기를 지혜롭게 넘어가느냐 비관하며 넘어가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정해진다고 말한다. 이 말은 맞다.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게 되어 있고 넘어가긴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넘어갈 그 시기를 지혜롭게 넘어가느냐 비관하며 넘어가느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지혜롭게 넘어가야 되지 않을까? 이왕이면 말이다. 그게 자신에게도 좋으니까. 좀 더 지혜롭게 부드럽게 유연하게 그런 순간들을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 줄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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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미즈노 케이야 지음, 신준모 옮김, 텟켄(철권) 그림 / 살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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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읽으면 10분, 천천히 읽어도 30분이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책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를 읽었다. 사실 아무리 천천히 읽어도 30분까지는 안 걸릴 것 같다. 책을 펴는 순간 순식간에 책장을 넘기게 되어 있다 진짜로. 작은 책 사이즈에 한 번 놀라고, 한 편의 애니메이션 같은 스낵컬처(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낵처럼,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 10∼15분 내외로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또는 문화 트렌드)북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펼쳐보기 전까지는 그냥 보통 책과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림이 나오고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돼서 신기했다. 가볍고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그 내용만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었다. 감동적이고 깊은 여운을 준다.

이 책은 큰 꿈과 희망을 가졌던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꿈은 언제나 자신을 배신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가고 싶던 대학에는 떨어지고, 좋아했던 사람은 자신을 돌아봐 주지 않았고,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좌절과 실패들 앞에서 그는 꿈꾸는 것이 더 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꿈을 버렸다. 세월이 흘러 점점 나이가 들고 죽기 직전 그는 침대에 누워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봤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삶의 마지막에 말이다. 그때 떠오른 것은 이룰 수 없었던 꿈일지라도 그 꿈을 꾸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던 그 순간들이었다. 그의 옆에 꿈이 다시 나타난다. 꿈도 그처럼 늙었다. 그가 알지 못했을 뿐, 꿈은 항상 그의 곁에 있었다. 그는 이대로 사라져 가는 게 두려웠다.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떠나는 게 무서웠다. 그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떠나기 전에 단 한 사람에게라도 무언가 남기고 싶었다. 그는 펜을 들어 편지를 남긴다. 자신처럼 꿈을 버리고 살아갈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서.

살아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매일 뻔하고 흔하다고 생각한 순간이 나중에 내가 눈을 감는 순간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느낄 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항상 무언가를 꿈꾸고 시작할 때 왜 그것이 꼭 이루어져야만 하고 잘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그 꿈을 이루지 못해도 꿈꾼다는 그 사실과 순간 그 자체가 아름답고 빛나는 일인데. 이 책을 읽기 전엔 나도 그랬다. 꿈이라는 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인 것 같고 결국 시시한 거 아니냐고. 너무 큰 꿈을 품고 사는 것이 가끔은 너무 버거울 때 좀 내려놓고 편하게 살면 안 되나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꿈은 나를 바라보며 뭐라고 생각했을까.

누구나 그럴 것이다. 모두 각자의 꿈을 갖고 열심히 살지만 가끔은 그 꿈이 너무 무겁고 버겁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포기하는 건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나는 참 꿈이 많은 애였는데 점점 포기하는 게 많아지는 어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죽기 직전에 꿈을 포기해서 후회하고 싶진 않다. 꿈을 꾸고 계속되는 실패에 주저앉게 되더라도 포기하고 외면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령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꿈이 있는 것 그 자체가 아주 멋진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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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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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을 읽었다. 예쁜 표지에 그리고 그녀의 신작이라는 사실에 괜히 두근두근했다. 책이 생각보다 두껍다. 내가 읽은 에쿠니 가오리 책 중 가장 두꺼운 듯하다. 읽기 전에는 제목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이래저래 묘한 느낌이 들었던 책이었다. 책 소개를 잠깐 읽었을 때 3세대, 약 100년에 걸친 가족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서 어느 정도 긴 이야기가 되겠구나, 생각은 했기 때문에 두께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아니고. ‘언뜻 보면 행복한’ 가족 이야기라고 해서 약간은 어두우면서 차분한 내용일 것 같다고 혼자 생각했었는데 표지가 안 어울리게 화사한 느낌이랄까. 어쨌든 그래도 오랜만에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니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지은 지 70년 가까이 되는 서양식 대저택에 살고 있는 야나기시마 3대 일가에 걸친 가족사를 담고 있다. 러시아인 할머니, 이모와 외삼촌까지 한집에 사는 대가족. 교육 방침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시키는 것, 즉 홈스쿨링이다. 또, 아이 넷 중 둘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르다. 독특한 가족 구성원 그 개개인의 이야기. 3세대, 100년에 걸친 가족 이야기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실제로 나는 헷갈렸다. ㅋㅋㅋㅋ 또 시간도 앞뒤로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나도 좀 페이지를 앞뒤로 여러 번 왔다갔다하며 읽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에서 화자가 누구인지 한 번에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잠시 책을 손에서 놓았다가 펼치면 다시 이야기에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긴 호흡이 필요한 책이었다. 하지만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었다.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은 독자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나는 이 책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읽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가족의 의미, 중요성에 대해 더 강하게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 책을 통해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체험을 시점과 시간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그리면서 그때그때 보이는 것을 보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족이라 해도 결국은 모두 혼자가 아니냐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책에 소개된 등장인물들이 다 제각각 사연이 있다. 그래서 그 말이 이해가 갔다. 그들 각각의 이야기는 특이하다. 그래도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가족들이 다 알긴 어렵지만. 한 가족이고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지만 서로 평생 알지 못하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서로 평생 알지 못하는 시간이 존재하는데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읽으면서 우리 가족 각각의 시간 속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들에 대해 상상도 해보면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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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까지 5분 전
혼다 다카요시 지음, 양억관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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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여자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그녀는 정말로 나를 사랑했던 것일까?”

정말 허무하고 아픈 질문인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은 나에게 참 특별한 존재가 된다.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처음엔 그 사람에 대해 잘 몰랐던 점들을 이제는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 사람을 자세히 알아가면서 알게 된 점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헤어질 땐 가끔 놀랄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너무 낯설고 다른 사람 같은 느낌 때문에.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정말로 나를 사랑하긴 했을까. 이 책 <내일까지 5분 전>은 이런 아픈 질문이 시선을 끌어 읽게 된 책이다.

주인공은 6년 전 대학교에 입학해서 한 여자를 만났다. 그 여자의 이름은 미즈호, 그녀는 시계를 일부러 5분 늦게 맞춰두는 걸 좋아했다. 뭔가 이득 보는 느낌이 좋다나.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로 미즈호가 죽었다. 그 후 무미건조한 연애를 하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던 주인공은 가끔 다니던 수영장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알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가스미. 일란성 쌍둥이이고 언니였다. 그녀와 함께하면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 유카리의 약혼자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여동생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여동생의 약혼자를 사랑했다. 그래도 그녀를 사랑했기에 남자는 그녀와 그럭저럭 만남을 유지했다. 그러다 그녀가 이제는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며 동생과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다녀오면 남자에게로 완전히 돌아오겠다고. 여동생과 떠난 그곳에서 사고로 가스미가 죽는다. 그 후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가스미의 쌍둥이 동생 유카리와 결혼한 남자가 찾아와 믿지 못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내가 결혼한 여자, 유카리가 맞을까?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둘의 위태로운 사랑을 영상으로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참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혼란스러운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이었다. 끝으로 갈수록 남자 주인공과 유카리와 결혼한 오자키 어깨 위의 있는 악마들이 내 어깨 위에도 올라타 있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뭘까 나도 같이 혼란스러웠다. 결말은 내가 잘 이해를 못한 건지 뭐가 충격적인 결말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하지 않고 모호한 열린 결말인 것 같다. 나한테는 결말이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중반부부터 읽어가는 과정이 충격적이었다. 실체가 무엇일까? 한 사람이라는 그 존재를 규정하는 실체란 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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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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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단편집 <야경>을 읽었다. 총 여섯 개의 단편이 담겨 있는데, 오. 매력 있다. 이 이야기들. 각각 파출소의 경관, 여관 종업원, 두 자매, 해외 주재 비즈니스맨, 휴게소 할머니, 하숙집 여주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짧지만 여섯 이야기 모두 읽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내 시선을 빼앗았고, 스토리는 정교해서 각 이야기 끝부분엔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건 첫 번째 야경, 네 번째 만등, 다섯 번째 문지기이다. 특히 다섯 번째 문지기는 밤에 자기 전에 잠깐 읽었는데 깜짝 놀랐다고 해야 하나, 왠지 그 마지막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섬뜩했던 기억이 난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이야기 ‘야경’은 작은 동네 파출소의 한 경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경관이 왜 그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마지막에 사건 진상을 알게 됐을 때 퍼즐이 딱 맞춰지는 느낌이어서 첫 이야기부터 만족스러웠고 다음 이야기에 큰 기대를 갖게 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는 별로였다. 특히 세 번째 이야기는 단편에서 화자 두 명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한다는 설정이 특이해서 기대했는데 내용이 너무 별로였다.

네 번째 ‘만등’은 여섯 개의 이야기 중 가장 긴 이야기였는데 방글라데시의 척박한 환경에서 자원을 얻기 위해 일하는 비즈니스맨의 이야기였는데 자세한 묘사들이 돋보였고, 그 과정의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생각도 못한 존재에게 심판을 받고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게 뭘까 추리하며 읽다가 알게 됐을 때 그 놀라움이란, 진짜 재밌었다. 신세를 졌던 하숙집 여주인이 얽힌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어떤 진실을 깨닫는 여섯 번째 이야기도 괜찮았지만 역시, 다섯 번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손님이 거의 오지 않을 것 같은 고갯길의 한 휴게소에서 있었던 일을 담은 ‘문지기’. 아직도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이 잊히질 않는다. 밤에 읽어서 그런가. 괴담 같은 그 으스스함이. 개인적으로는 다섯 번째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단편집이라고 하면 몇 개는 괜찮아도 몇 개는 좀 떨어지는 작품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단편집은 구멍이 하나도 없다. 여섯 개의 작품이 정교하고 깔끔하다. 단지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취향이 안 맞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작품 자체를 놓고 본다면 놀라울 정도로 짜임새가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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