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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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단편집 <야경>을 읽었다. 총 여섯 개의 단편이 담겨 있는데, 오. 매력 있다. 이 이야기들. 각각 파출소의 경관, 여관 종업원, 두 자매, 해외 주재 비즈니스맨, 휴게소 할머니, 하숙집 여주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짧지만 여섯 이야기 모두 읽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내 시선을 빼앗았고, 스토리는 정교해서 각 이야기 끝부분엔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건 첫 번째 야경, 네 번째 만등, 다섯 번째 문지기이다. 특히 다섯 번째 문지기는 밤에 자기 전에 잠깐 읽었는데 깜짝 놀랐다고 해야 하나, 왠지 그 마지막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섬뜩했던 기억이 난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이야기 ‘야경’은 작은 동네 파출소의 한 경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경관이 왜 그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마지막에 사건 진상을 알게 됐을 때 퍼즐이 딱 맞춰지는 느낌이어서 첫 이야기부터 만족스러웠고 다음 이야기에 큰 기대를 갖게 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는 별로였다. 특히 세 번째 이야기는 단편에서 화자 두 명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한다는 설정이 특이해서 기대했는데 내용이 너무 별로였다.

네 번째 ‘만등’은 여섯 개의 이야기 중 가장 긴 이야기였는데 방글라데시의 척박한 환경에서 자원을 얻기 위해 일하는 비즈니스맨의 이야기였는데 자세한 묘사들이 돋보였고, 그 과정의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생각도 못한 존재에게 심판을 받고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게 뭘까 추리하며 읽다가 알게 됐을 때 그 놀라움이란, 진짜 재밌었다. 신세를 졌던 하숙집 여주인이 얽힌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어떤 진실을 깨닫는 여섯 번째 이야기도 괜찮았지만 역시, 다섯 번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손님이 거의 오지 않을 것 같은 고갯길의 한 휴게소에서 있었던 일을 담은 ‘문지기’. 아직도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이 잊히질 않는다. 밤에 읽어서 그런가. 괴담 같은 그 으스스함이. 개인적으로는 다섯 번째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단편집이라고 하면 몇 개는 괜찮아도 몇 개는 좀 떨어지는 작품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단편집은 구멍이 하나도 없다. 여섯 개의 작품이 정교하고 깔끔하다. 단지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취향이 안 맞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작품 자체를 놓고 본다면 놀라울 정도로 짜임새가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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