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해요 베란다 채소밭 - 참 쉬운 유기농 베란다 텃밭
박희란 지음 / 라이스트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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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옥상 텃밭이다. 예전에 중학생 때였나, 고등학생 때 아파트 베란다 쪽에 엄마, 아빠께서 고추랑 상추, 방울토마토를 심는 걸 본 적 있다. 처음 시도해보신 거였는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때 별로 수확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물만 준다고 자라는 게 아니니까. 그때는 별 관심이 없었다. 저게 자랄까 싶은 생각만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사 오고 나서 옥상에 이것저것 심게 됐는데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결정적 계기는 방울토마토였다. 시장에 가서 처음으로 모종을 사는데 원래 부모님께서는 고추, 상추, 깻잎, 오이, 가지 정도만 생각하고 고르고 계셨었다. 그런데 내가 요리조리 구경을 하다가 방울토마토 모종을 발견했다. 갑자기 너무 해보고 싶어서 계속 사달라고 잘 키우겠다고 떼를 썼다. 마치 어린 아이가 집에서 애완동물 키우게 해달라고 떼쓰는 것처럼. 아빠는 이미 산 것도 심을 공간 부족하고, 예전에 아파트에서 방울토마토 실패했던 거 기억 안 나느냐고 하시면서 방울토마토는 그냥 사서 먹으라고ㅋㅋ 하지만 내가 계속 떼를 썼고 그래서 사주셨다.

옥상에 와서 눈치 보며 ㅋㅋㅋ 한 공간을 차지하고 내 손에 직접 흙을 묻혀가며 열심히 심었던 기억이 난다. 너 진짜 잘 자라야 돼. 방울토마토 많이 열려야 돼. 이러면서.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은. 그 뒤로 매일 올라가서 물도 주고 지켜봤었다. 아침에 나가기 전에 꼭 보고 저녁에 집에 늦게 와도 꼭 올라가서 애정을 가지고 지켜봤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고 진짜 방울토마토도 많이 달렸었다!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진짜 좋고 신기하다. 올해는 고추와 상추, 깻잎만 많이 심었고 요즘에는 계속 매일 옥상을 오가며 수확한 고추를 말리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옥상의 텃밭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다. 근데 사실 나는 농사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고, 이런 관심을 갖게 된 지 1년 좀 넘었을 뿐이라 관련 지식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요즘엔 관련 정보나 지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중인데, 실제로 작년에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는 잘 자랐지만, 가지나 고추(올해는 성적이 좋지만)는 중간 정도의 성적이었고, 특히 오이 같은 경우에는 완전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알고 시도했으면 결과가 더 좋았을 텐데 생각하면 아쉽다. 그때 이런 책을 읽었다면 도움이 됐을 텐데.

표지의 당근 사진이 완전 시선을 사로잡아서 읽게 된 책 <시작해요 베란다 채소밭>.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다는 건 곧 안전한 먹거리를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우리 가족도 집에서 고기 구워 먹을 때 상추나 깻잎 등을 사지 않는다. 옥상에 가서 뜯어오면 되니까. 맛도 좋고 직접 키웠으니 안심도 되고 재미도 있다. 저자는 차근차근 꼼꼼하게 여러 정보들을 설명한다. 난이도를 표시해두고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도 키울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알려줘서 참고가 많이 됐다. 이 책을 보니 더 욕심이 생긴다. 심고 싶은 게 더 늘어났다. 집에서도 버섯을 기를 수 있다니. 느타리버섯 좋아하는데 이것도 해보고 싶고. 바질도 키워보고 싶고. 엄마께서 내년에 고구마 말씀하시던데 고구마는 먼저 순을 잘 키워내는 게 포인트인 것 같다. 그 외에 딸기도 재밌을 것 같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채소를 수확하는 게 꼭 시골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 도심의 작은 베란다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게 또 재미를 주는 새로운 취미가 될 수도 있다. 나도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많은 걸 깨닫게 해주고 삶의 활력도 주더라. 처음부터 많은 것들을 키울 필요 없고 이 책을 읽고 관심 있는 것 하나씩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집에 또 나에게 잘 맞는 나만의 채소를 찾아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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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Little Lies (Paperback, Large Print)
리안 모리아티 / Large Print Pr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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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허즈번드 시크릿>에 이어 읽은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은 리안 모리아티의 새로운 작품이다. 10월 중순 경 출간된다고 하는데 감사하게도 먼저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전작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리안 모리아티는 굉장히 이야기를 재밌게 이끌어 나가는 매력적인 작가이다. 꽤 두꺼운 책인데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가이다. 내용이 만족스럽고 아니고를 떠나서 일단 독자들이 소설 속에 빠르게 흡수되도록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뭐랄까, 나한테는 아, 이제 이 사람 작품은 믿고 읽어도 되겠네, 그런 안심을 주는 작품이었다.

여러 사람이 등장하지만 <허즈번드 시크릿>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3명의 화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매들린과 셀레스트, 제인이 그 주인공이다. 작가는 그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펼쳐놓으며 소설의 끝을 향해 촘촘히 엮어나간다. 첫 결혼에 실패한 매들린. 과거에 남편이 그녀와 딸을 버리고 떠났다. 시간이 흘러 새로 좋은 사람 에드를 만나 재혼했고 전남편도 다른 여자 보니와 재혼했다. 근데 어이없는 건 그들과 한 동네에 살고 그들의 아이와 매들린의 아이가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남편 사이에서 얻은 딸은 아빠에게 버림받고 매들린과 힘들게 살아온 시절은 까맣게 잊은 듯 이제는 아빠와 살고 싶다고 말하고 매들린보다 보니를 더 좋아하는 듯하다. 매들린은 매우 속이 상한다.

셀레스트. 그녀는 가장 불쌍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이다. 딱 하나 빼고. 그게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서 문제지만. 그게 뭐냐. 남편 페리가 폭력을 휘두른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이 집안은 완벽하다. 페리는 SNS에 부부와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올리고 좋아한다. 하지만 조금만 심사가 뒤틀리면 남편은 눈빛이 변한다. 아무도 모른다. 셀레스트가 맞고 산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절친인 매들린 조차도.

마지막 여인은 싱글맘 제인. 매들린과 셀레스트가 살고 있는 피리위 반도로 새로 이사 온 여자이다. 끔찍했던 하룻밤의 일로 사랑하는 아들 지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제인을 너무 힘들게 만든다.

자, 이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결론적으로 누군가가 죽는다. <허즈번드 시크릿>과 비슷하다. 앞에 수많은 여러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후반부에 가면 알게 될 것이다. 이게 이렇게 엮여서 이런 결과를 발생시켰구나. 그리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저자가 아무 이유 없이 그런 이야기들을 펼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을 계속 엮어서 마지막에 모아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캐릭터들의 저마다의 사정, 다양한 인물들의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조그만 아이들 사이의 학교 폭력 문제와 또 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여러 엄마들의 모습 등 초반엔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가 많은 소설이었다. 2015년 하반기 리즈 리더스푼과 니콜 키드먼 주연의 미국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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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계획
발렝탕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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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내 흥미를 끈 이유는 딱 하나이다. 저자가 기욤 뮈소의 동생이라는 사실. 기욤 뮈소? <구해줘>, <종이여자> 등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그 기욤 뮈소? 맞다. 그 기욤 뮈소. 이 책 <완벽한 계획>의 저자가 그 기욤 뮈소의 동생 발렝탕 뮈소라고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그냥 흥미로웠고 한번 읽고 싶었다. 뮈소 형제는 둘 다 글을 잘 쓰나 궁금했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줄거리도 재밌어보여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고 읽게 됐다. 녀석을 엿 먹일 완벽한 계획이라니. 그런 게 뭘까? 누굴 엿 먹이고 싶은 거지? 근데 이게 또, 내용도 정말 재밌다고 해야 하나. 뻔한 스토리인데 묘하게 빠져든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나서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읽었다.

로뮈알과 테오는 친구이다. 뭐 읽다 보면 이게 친구 맞나 싶긴 하지만. 어쨌든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 사이였다. 근데 서로 배경이 다르다. 극과 극으로. 테오는 부유한 집안 출신에 잘생기고 매력적인 인물이고 로뮈알은 홀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는 인물이다. 테오는 자기와는 태생부터 다른 인물 로뮈알에게 끌렸고 그 둘은 친구 사이가 된다. 그러다 어떤 일로 인해 연락이 끊겼고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우연히 다시 만나고 연락이 닿는다. 그 사이 로뮈알은 성공한 듯 보인다. 오랜만에 만난 로뮈알은 테오에게 주말 산행을 제안한다. 그렇게 테오와 그의 여자친구 도로테, 또 다른 친구 다비드와 그의 여자친구 쥘리에트, 로뮈알 이렇게 다섯 사람의 산행이 시작된다. 로뮈알을 제외한 네 명은 산행 초보였고 유일하게 산을 잘 아는 로뮈알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산행은 어쩐지 처음부터 수상하게 흘러간다.

소설은 현재 산행 이야기와 과거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빠르게 진행된다. 그 흐름을 따라가며 독자들은 로뮈알의 마음 속 상처 같은 것들에 대해 알 수 있다.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로뮈알이 왜 이런 계획을 세우게 된 건지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사실 학창시절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시간이 흐른 후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복수하는 내용은 많이 들어봤던 뻔한 이야기지 않은가? 그런데 이 작품이 재밌는 건 그 방법으로 산행을 선택했다는 것과 치밀한 묘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내내 마치 내가 그들과 함께 피레네 산맥을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서늘하고 차가운 듯한 느낌.

보통 책을 읽으면 결말이 가장 궁금하지 않나? 근데 이 책은 책을 덮고 나서 결말보다 중간과정이 더 기억나는 그런 작품이었다. 친구란 게 무엇인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친구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친구 관계에서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개인적으로는 로맨스 위주의 따뜻한 느낌의 기욤 뮈소의 소설보다 발렝탕 뮈소의 작품이 더 마음에 든다. 뭐 아직 한 권밖에 안 읽었지만 뭐랄까,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굉장한데? 이런 느낌? 계속 재밌는 작품 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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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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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었다. 까칠한 남자 이야기 <오베라는 남자>. 이 베스트셀러를 이제야 읽다니. 읽고 싶은 책, 읽을 책이 너무 많은 걸 어떡해ㅠ 와, 근데 읽고 나니 왜 베스트셀러인지 알겠다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진짜 재밌게 읽었다.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읽었는데 진짜 만족스럽고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오, 인상 한 번 참 까칠하시네.’ 표지의 오베 씨를 보고 내가 처음 느낀 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까칠함. 불만이 많아 보이는 완고한 할아버지. 왜 이렇게 화가 나셨지?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하면서 느낀 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이야기는 점점 흘러가고 독자들은 오베 씨에 대해 하나둘씩 알게 된다. 오베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이야기가 하나씩 던져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처음에 만났던 이 까칠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오베 씨를 이해하게 되고 좋아하게 됐다.

오베 씨는 직장을 잃고, 아내를 잃고 자살을 생각한다. 그를 지탱해주고 있던 삶의 기둥이 무너진 게 아닐까. 하지만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웃들은 오베 씨를 방해한다. 특히 앞집 여자 파르바네ㅋㅋㅋ 사실 자살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모습이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슬퍼지다가도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웃들의 모습과 오베 씨가 투덜거리는 그런 모습들이 웃기기도 하고. 읽는 내내 계속 슬프다가 웃다가 슬프다가 웃다가 그랬던 것 같다.

그가 왜 그런 모습을 보이는지 왜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지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결국 그를 이해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처음엔 아 이 아저씨 왜 이러시지 싶다가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거다. 현실과 다르지 않은 소설 속 여러 모습에도 공감하게 됐다. 오베 씨는 참 까칠해 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사람이다. 우리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으로 한 사람을 어떤 사람이다 규정짓지만 어쩌면 그 사람을 더 깊게 알게 되면 그게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 싫어하는 사람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오베 씨의 경우처럼 말이다. 처음 오베 씨는 참 이해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왜 이렇게 불평불만이 많은 거야. 그렇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나는 그가 좋아졌단 말이다. 처음에 느꼈던 까칠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오베 씨가 까칠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고, 까칠하기도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진심으로 아끼기도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어딘가에 오베 씨 같은 사람이 진짜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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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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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기다린 책이 아닐까 싶다. <보통의 존재>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참 반가울 책, 이석원의 두 번째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읽었다. 책을 손에 쥐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보통의 존재>를 읽고 공감하고 밑줄 친 부분을 노트에 옮겨 적던 순간이 기억나면서 읽기 전부터 기분이 방방 떴다. 그대로일까, 변했을까, 변했다면 어떤 모습일까.

역시 사람과 사람의 만남, 사랑,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의 긴 이야기가 있고 중간 중간에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진심들을 풀어놓는다. 읽으면서 이전 책의 느낌을 많이 내려놓고 싶으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굉장히 솔직하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하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고 할까. 불편했다고 할까. 괜찮을까요? 작가님? 찻집에서 ‘이석원’은 ‘김정희’라는 한 여자를 만난다. 이석원은 이혼했고, 김정희는 이혼 소송을 앞두고 있다. 둘 다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남을 시작할 때 그러듯 둘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만남을 시작하고 여러 가지 감정 상태와 갈등을 경험하고 공유한다. 근데 사실 나는 이 둘의 관계가 처음부터 솔직히 이해가지 않고 둘의 만남의 규칙? 어이없음. 공감이라기보다는 읽는 내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사실이 아닐까가 더 신경 쓰였다고 할까. 소설이라면 이런 생각은 무의미한 것이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고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소설이야, 에세이야? 당사자들에겐 참 씁쓸하고 아린 사랑 이야기인 건 알겠는데 좀 당황스러움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결말은 열린 결말이다.

전체적인 틀의 이야기(김정희씨와의 연애담)보다는 그 사이사이에 자리한 사랑, 연애, 인생, 글쓰기, 작가로서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밥벌이에 대한 고민이랄까 그런 것들이 묘하게 공감되고,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혼자서 조용히 자신만의 화단을 가꾸는 일이라는 그런 담담한 말들이 가슴을 울린다고 해야 하나.

<보통의 존재>와는 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완전 다른 느낌인데, 그래도 역시...라는 말이 나오는 책이었다.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푹 빠져 읽은 시간이었다. 에세이도 이런 형식으로 쓸 수 있구나. 근데 아직도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보통의 존재>같은 느낌을 원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석원의 문장 그 자체를 원했다면 이번에도 만족감을 줄 것이다. 나는 아쉽긴 하지만 만족은 했다. 나는 이런 담담한 문체가 좋다. 과하게 꾸며내지 않은 것 같은 솔직하고 깔끔한 글이 좋다. 가을 밤 읽기 좋은 느낌의 책. 작가에게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뭐해요?’였다. 나에게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뭘까? 근데 책을 덮고 보니 왠지 <보통의 존재>를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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