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안전한 곳에 머물게 하겠다는 건 예측 불허의 위험이 가득한 어둠을 헤집는 일인 것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사고가 발생했다. 비록 사고는 숫자로 집계되지만, 그 숫자에도 이름과 얼굴이 있고 웃음과 내일이 있었다는 걸 사람들은 자주 잊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디에고를 끌어안던 톨가의 단단한 팔을 기억한다. 그 팔은 톨가가 만든 최초의 울타리다. 모험만을 꿈꾸던 톨가가 만든 오두막, 그곳에는 디에고가 있다. 이제 톨가는태풍을 뚫고 바다를 건너는 것이 아니라 태풍으로부터 집을지켜야 한다.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지겠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외골수가 되어가는 과정이니까.

이곳은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 분하고 억울하다.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싶다.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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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항로에서자꾸 벗어나는 건 좌표를 읽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낡은 나침반을 쥔 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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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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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세계는 직접적인 어떤 행위도 사건 그대로 보게 되고 모든 윤리적 가치관 또한 희미해지는 것 같다. 번식을 위한 행위에 난교와 폭력, 근친 이 모든 것이 크게 충격적이지 않다. 인간의 관찰 역시 관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가치 판단 없는 사실의 나열이라 그러한듯 해다. 유전자에 새겨진 번식욕구란 무엇일까? 신의 섭리라고 진화론을 들고 왔던 선대 과학자들은 왜 수컷의 지배와 선택만 택하고 그 많은 비윤리적인 번식들은 외면했을까?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지만 견고한 패러다임에 맞서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을 나열할 수 밖에 없을듯하다. 몹시 설득력있지만 이 또한 치우침이 없는지 비교할 지적 자산이 내게 없으므로 이 책에 나온 암컷중심의 사회가 ‘존재한다‘, 남성 중심의 성선택 이론은 절대적이지 않다로 이해하기로 했다.

방탕하고 쟁취하고 군림하는 암컷들이 있다.

덧붙여, 표지 선택과 번역이 너무 좋다. 편집자와 출판사에게 칭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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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건너기 소설의 첫 만남 30
천선란 지음, 리툰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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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청소년들은 참 착하다. 언제나 시선이 내 주변에 머문다. 내 자식의 다가오는 청소년기가 너무 두려운 나는 이런 글을 읽으면 마음이 몽글해진다. 어른도, 그 시절의 내 못난 마음을 직면하기 어렵다. 외롭지만 항상 사랑하고 있는 주인공을 그려주는 작가, 소중하다. 아이들은 이 글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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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그렇게 다 이겼어?"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공효가 다급히 말을덧붙였다.
"너니까 하는 말인데, 가끔 져. 줄행랑도 쳐 근데 대체로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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