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상의 연극은 언제나 분장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연적인 몸과 인공적 부속물(또는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몸과 인공적 부속물들을 필요로 하는 불완전한 몸)을 구별하려는 시도는 부질없는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나체의 전시가 금지되어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말해주듯, 순수한 몸 그 자체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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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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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인간들을 위로하는 가장 차가운 존재의 이야기.
많은 휴머노이드 소설이 기계의 감정을 그려왔는데 이 작품은 오로지 인간에 집중한다. 그리고 미성년자, 여성, 장애인, 동물, 노동자 등 정상성에서 벗어난 약자들의 삶을 정말 덤덤하게 다룬다. 불행 포르노가 아니라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결국 누군가의 온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경청과 질문이며 이는 역설적으로 인간이 아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른 온기를 가진 사람들에 닿는 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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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살아 있다는건 호흡을 한다는 건데, 호흡은 진동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 진동이 큰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저는 호흡을 못 하지만 간접적으로 느껴요. 옆에 있는 당신이행복하면 저도 행복해져요. 저를 행복하게 하고 싶으시다면 당신이 행복해지면 돼요. 괜찮지않나요?"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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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찾기로 마음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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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연재가 발붙여 사는동안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 거라면 계속 열심히 사는 수밖에.
이것도 짜증 나지만.

세상이 조금만 더 자신을 남들처럼만 대해준다면 은혜는 사이보그 따위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몇천만 원을 웃도는 기계 다리 부착 수술보다 더 필요했던 건 인도에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와 가게로 들어갈 수 있는 리프트, 횡단보도의 여유로운 보행자 신호, 버스와 지하철을 누구의 도움 없이도 탈 수있는 안전함이었다. 휠체어를 끌어주는 휴머노이드나 사이보그다리가 아니라.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지구가 너무 많이 바뀌어야 했다. 다수의 입장에서는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면 그만인 일이었으니까. 은혜는 사람들이 전가한 ‘한 사람의 몫‘을아직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이다. 한 사람이 아니라 반쪽짜리 사람이랄까.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혼자 다니기 위험한 영유아처럼 은혜에게도 반쪽의 몫을 보충해줄 보호자가 늘 필요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은혜의 판단이 아닌 은혜를 지켜보는 타인의 판단이었다.

"... 좋은 진화인가요?"
복희는 물고서 멍청한 질문이었음을 깨달았다. 진화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의 결과물일 뿐이다. 심지어 상아의 탈락은 오로지인간에게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것이 좋은 진화일 리가. 관리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자신들의 종족을 없애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도달하지 않기만을 바라야죠."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보경은 콜리의 질문을 받자마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콜리는이가 나간 컵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쳐다보며 보경의 말을 기다렸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보경은 콜리가 아닌 주방에 난 창을 쳐다보며 말했다.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때까지."
"마음을 떼어낸다는 게 가능한가요? 그러다 죽어요."
"응. 이러다 나도 죽겠지, 죽으면 다 그만이지 하면서 사는거지"

휠체어 덕분에 걷지 못하던 이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인도, 계단,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기술의 발달 과정에서 은혜는철저하게 삭제되었다. 사람들은 지하로 가라앉은 은혜를 모르는척 외면하더니 어느 순간 휠체어에 앉혀놓고 측은하고도 안쓰러운 눈빛으로, 이 기술이 너를 구원했다는 듯이 굴었다. 이 몸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다면 애초에 생겨나지도, 태어나지도않았을 거였다. 우주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탄생시켰다.
이 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각자 살아갈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정상‘ 사람들은 모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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