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나 사이의 우정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답이 이미 나와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사훈이니 뭐니 하며 재는 동안에 사랑은 이미 흐르고 있었다. 어린이로부터 내 쪽으로, 더 많은 쪽에서 필요한 쪽으로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내 마음에 사랑이 고여 있을 리가없다.  - P157

가해자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을 범행을 정당화하는 데소비하는 것은 학대 피해 생존자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학대 대물림‘은 범죄자의 변명에 확성기를 대 주는 낡은 프레임이다. 힘껏 새로운 삶을 꾸려 가는 피해자들을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예비 범죄자‘로 보게 하는 나쁜 언어다. 가정에서 아이를 학대해선 안 되는 이유는 아이를 아프게 하고, 존엄을 무너뜨리고,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이유는 충분하다. 가해자의 잔인한 범행을 나는 ‘악惡‘이라는 개념 말고 다른 것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악행의 기승전결은 전혀 알고 싶지 않고, 합당한 벌을 받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러니까 칼국수를 먹다가, 빨래를널다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갑자기 생각하는 것은, 다섯 살 어린이의 삶이다. - P162

대부분의 양육서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은 ‘아이의 개성을 존중해라‘인데, 어째서 부모의 개성은 존중하지 않는 걸까? 세상의 엄마 아빠는 다 비슷한가? 양육서니까 아이에게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양육자에게 이렇게 관심이없어도 되나? 그런 상태에서 ‘이럴 땐 이렇게‘ 식으로만 접근하면 결과적으로는 아이들도 비슷해지는 것 아닐까? - P177

한다는 것인가. ‘노키즈존‘이든 ‘노 배드 페어런츠 존‘이든,
차별의 언어인 것은 마찬가지다. 쏘아보는 쪽이 어린이인가부모(실제로는 엄마) 인가가 다를 뿐이다.
‘얌전한 어린이‘를 선별해서 손님으로 받아들이겠다는것 자체가 혐오이고 차별이라는 데에 어떤 논의가 더 필요한 걸까? 돈을 내고 사용하는 공간에서조차 심사를 받아야하는 것이 차별이 아니면 무엇이 차별인가.  - P209

이런 태도가 차별과 혐오의 소산이라는 것을 안 뒤에는의식적으로 어린이의 소음을 무시했다. 기차에서 아기가 울면 ‘아기가 피곤한가 보구나‘ 하고, 식당에서 아이가 보채면
‘집에 가고 싶은가 보구나‘ 하고 말았다. 그러자 놀랍게도내가 편안해졌다. 눈살 찌푸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손님들‘이 이런 관용을, 내가 너무 늦게 갖기 시작한 이런 관용을 조금씩 갖는다면 어린이도 배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한 번씩 어린이의 고함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릴 때가 있고, 이 점이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순간들을 공유하면서 어린이를 가르칠 수 없을까?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누린 사람이 잘 모르고 경험 없는 사람을 참고 기다려 주는 것. 용기와 관용이 필요하지만, 인간으로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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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소영이라면 그러지 못했을 텐데, 어린이 김소영은선생님의 사소한 실수들을 쉽게 용서한 것 같다. 아마 내가자라느라 바빠서 서운한 순간들은 되도록 흘려보낸 모양이다. 대신에 선생님들에게 배운 것, 좋은 느낌, 행복한 감정은모두 남아서 나 자신의 일부가 되었다.  - P120

"위로가 됐어요"라고 할 때 주이는 오른손을 가슴에 가져다 댔다. 그 장면이 이따금 생각난다. 평소 주이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린이에게는 어른들이 환경이고세계라는 사실을 그날 다시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네 식당에서 어린이 둘과 함께 와서 식사하는 어머니에게 사장님이 "아기들 덜어 먹을 그릇 따로 드릴까요?"라고먼저 물어보시는 것을 보았을 때, 아파트 1층 현관으로 자전거를 끌고 다가오는 어린이를 보고는 재빨리 문을 열고 들어가 자동문이 닫히지 않게 붙잡아 주시는 아랫집 할머니를보았을 때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이들에게 세상에대한 좋은 인상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보는 듯하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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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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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나의 좋은 사람들과 나는 같은 존재로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왜 살아가야 하는 걸까?

많고 많은 질문을 우직한 노든의 삶으로 답해준다. 곁에 있는 고마운 존재들을 위하고 때로는 이별하고 그 슬픔에 질식당하면서도 살아가는 이유. 그들과의 조용하고 당연했던 연대가 삶을 이어가는 동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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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니체 (10만 부 양장 리커버 에디션) -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장재형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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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쓴 니체의 사상. 스무살엔 도저히 읽히지 않던 것이 나이를 먹으며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책은 마흔을 상정하지 않았더라도 괜찮았을 이야기였고 내가 이 책을 읽고 교양철학을 들었다면 공부를 조금 더 편하게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니체의 삶은 니체의철학을 완성했다. 다만 모든 철학자들의 삶의 모습이 달랐다면 그의 사상은 과연 같았을까 하는 호기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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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물에 있어 필연적인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법을 더배우고자 한다. 그렇게 하여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 중하나가 될 것이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 이것이 지금부터 나의사랑이 될 것이다! 나는 추한 것과 전쟁을 벌이지 않으련다. 나는 비난하지 않으련다. 나는 비난하는 자도 비난하지 않으련다.
눈길을 돌리는 것이 나의 유일한 부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나는 언젠가 긍정하는 자가 될 것이다!
《즐거운 학문》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유 의지의 철학은 실패한사람에게 ‘당신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며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는다.
니체는 이러한 입장을 ‘단죄의 철학‘이라 부른다. 그는 《우상의 황혼》에서 "의지에 관한 학설은 본질적으로 처벌을 목적으로, 즉 죄를 찾아낼 목적으로 고안되었다"라고 말한다. 니체의말처럼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을 탓하거나 다른 사람을탓하지 말자. 운명애는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비난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니체는 "후회는 어리석음에 또 다른 어리석음을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잘못된 선택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해서 현재 절망스럽고 후회스러운 날이 많다 해도 걱정과 후회는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 P71

니체는 우리의 삶이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삶이기를 바란다.
니체 철학의 핵심적인 주제가 바로 ‘자기 극복‘이다. 자기 극복은 자기 변화 또는 정신의 변화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니체는 자기 자신을 극복하려는 정신의 진보와 발전에도 일정한 단계가 있다고 본다. 

• 든든한 식사가 너무 양이 적은 식사보다 소화가 더 잘된다.
• 누구든 자기 위의 크기를 알고 있다. 오래 질질 끄는 식사를 피하라.
· 간식도 먹지 말고 커피도 마시지 마라. 커피는 우울하게 만든다.
치는 아침에만 견딜 만하다. 조금만 마시되 강하게 마셔라.
• 가능한 한 앉아 있지 마라.
• 야외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탄생하지 않은 생각은 무엇이든 믿지 마라.
건조한 공기와 맑은 하늘이 있는 장소와 기후를 선택하라.
• 모든 독서는 나의 휴식에 속한다.
• 많은 것을 보지도, 듣지도, 자기에게 다가서도록 내버려 두지도 마라.

막연히 삶의 의미를 궁금해한다고 해서 삶이 해답을 주지는않는다. 왜냐하면 삶의 모습은 개인마다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질문은 항상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적어야 한다. 내가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맞게 질문할 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수 있는 해답을 찾게 된다. 어차피 해결하지 못한다고 체념한채 온갖 질문을 가슴속에 묻어 두고 살아왔다. 우리는 일단 시도해야 하고 그 길 위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물음, 그리고 물음에 대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삶에서 최악의 상황은 아무런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시도하는 사람은 언젠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얻게 될 것이다. 변화를 원한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말고 열린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꿈꾸는 자만이 삶을변화할 수 있다.

이제 인간은 인간 이전의존재인 짐승으로 퇴락할 것인가, 아니면 삶을 극복하여 초인으로 상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니체만의 비결이 있다.

시간이 흐른 뒤 과거에 일어났던 우연한 일들을 돌아보면 아무리 사소한 것, 사소한 만남이라도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작은 변화가 모여 운명이 된다. 작은 행복에 감사해하는 사람에게 더 큰 행복이 찾아오는 법이다. 일상생활에서 아주 사소하다고 넘겨 버리는 것들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든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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