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예상치 못한 작고 소식을 접했을 때, 독서 무지렁이였던 나를 책 읽기의 세계로 이끌어 준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구입해 읽은 ‘가공범‘. 그의 초기 작들이 가진 무릎을 탁 치고 싶어지는 통쾌함은 없지만, 작중 인물들 각자가 보낸 세월의 기억과 감정이 빈틈 없이 표현되는 것이 40년간 한 우물만 파서 어떤 경지에 오른 작가의 원숙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고인이 되었지만, 남긴 책들을 통해 독서 하지 않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어떤 대중들에게 손을 뻗어 책 읽기의 기쁨으로 슬며시 끌어 당기게 될 것이다.
100여년 전 독일의 대문호를 통해 성불에 이르는 길을 더 선명하게 알게되었다. 말은 부질없는 도구이며 현세는 찰나의 순간임을 100년전 독일의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잘 이해하고 소설로 엮었을까..?! 쉽게 분노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나무아미타불.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오컬트 장르인데 읽어보면 스티븐킹이 왜 대단한 작가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캐릭터에 몰입할 서사도 없고 사연에 몰입할 서사도 부족해, 마치 영상물로 바뀌기에 좋은 글을 고려해서 쓴 것 마냥 결론만을 향해 달려나가는 느낌. EBS 북카페를 통해 알게되어 읽어봤는데 많이 아쉽다.
내가 대체 뭘 읽은 거지? 싶었다.책을 덮고 나서 다시 1권의 첫 페이지로 돌아갔다. 눈을 감고 전체 줄거리를 천천히 되짚어보며 나름대로 정리해본다. 그러다 문득, 주인공이 겪은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거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가 겪었을 심리적 변화와 소설 속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들을 하나씩 대응시켜보려 했다.그런데도 잘 모르겠다. 아직 내 독서력이 부족한 탓일까.그래도 한 가지는 조금 알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주인공은 흔히 누군가에게 버림받거나 헤어진 뒤 상실감과 그리움에 빠지고, 그것을 통과해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여정에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몽환적인 섹스가 등장한다. 상실의 한가운데에도 섹스가 있고, 치유의 과정에도 섹스가 있다.『기사단장 죽이기』를 다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이제 무라카미의 책은 더 안 읽어봐도 되겠구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 어느날 문득 이별을 고하는 아내, 왜 그랬을까 고뇌하지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주인공, 불확실하지만 세계를 넘나드는 오묘한 공간, 그 공간으로 초대되는 오묘한 존재, 그리고 밀폐된 공간, 어느덧 주인공을 찾아오는 미스터리하고 부유한 인물… 모두 기사단장죽이기에서 볼 수 있다. 아주 평이한 전개인데, 그래서 속도는 안나지만 계속 읽어내어 스토리를 알고 싶은 충동과 타협해야만 하는 오묘한 무라카미 소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