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체 뭘 읽은 거지? 싶었다.책을 덮고 나서 다시 1권의 첫 페이지로 돌아갔다. 눈을 감고 전체 줄거리를 천천히 되짚어보며 나름대로 정리해본다. 그러다 문득, 주인공이 겪은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거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가 겪었을 심리적 변화와 소설 속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들을 하나씩 대응시켜보려 했다.그런데도 잘 모르겠다. 아직 내 독서력이 부족한 탓일까.그래도 한 가지는 조금 알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주인공은 흔히 누군가에게 버림받거나 헤어진 뒤 상실감과 그리움에 빠지고, 그것을 통과해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여정에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몽환적인 섹스가 등장한다. 상실의 한가운데에도 섹스가 있고, 치유의 과정에도 섹스가 있다.『기사단장 죽이기』를 다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이제 무라카미의 책은 더 안 읽어봐도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