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느낌으로 으스스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권이었다. 관능과 악의, 자만과 욕망의 끝…인간의 치명적 약점이 가져다 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20세기 중반을 무대로 하는 이야기들로 부터 당시의 문화적 향수와 특징을 알게되는 기쁨은 덤. 바로 문학을 통해서만 얻는 즐거움이다. 역시 이야기꾼은 시대를 관통하여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으스스한 반전, 오밀조밀하고 신비스러운 이야기, 통쾌한 결말…오감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짧은 단편들을 통해서 강렬하게 다가왔다. 읽는 동안 어린시절 오묘한 두려운 감정 속에서 세계의 명작만화를 볼 때의 그 약간은 괴기스럽고 신비한 이야기들을 글로 만나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시대적 배경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나는 것도 큰 매력. 역시 가장 많은 장수를 할애한 헨리슈거씨의 이야기가 가장 즐겁고 아름다웠다. 마치 실화를 다룬 글로 착각이 들 정도로.
공중부양이라는 소재로 한 사람의 드라마를 진지하게 끌고 가는 것은 매우 이질적이다. 그런데 읽다보면 한 편의 긴 영화와 같은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고, 실존했던 인물의 일대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된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함께 등장하는 주변인물이 주는 존재감과 그들의 매력이 대단한 것이 특이했는데, 이 책의 내용을 서술하는 것이 죽음을 앞둔 늙은 주인공 자신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합당한 것 같다. 내가 나의 삶을 쓰는데 과연 나 자신을 매력적이고 멋지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만일 이러한 점도 작가의 의도라면, 주인공의 의식에 내가 빙의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대사도 별로 없고 긴 서술로 씌여진 책임에도 폴오스터의 책은 정말 술술 읽힌다.
내용의 전개가 너무 궁금해서 이번에는 이 한권에 모든 독서력(?)을 집중하여 단숨에 읽어내렸다. 요즘 유행하는 시공간을 초월한 멀티버스를 이미 이십여년 전에 종횡무진했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그리고 드디어 본인등판! 다크타워의 몽환적인 주인공들이 우리 삶에 한 껏 가깝게 들어왔다. 그러니 이야기가 훨씬 더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총 세 곳의 장소와 두 시대에 흘어진 카텟들이 얼마나 처절한 싸움을 앞두고 있기에, 클라이막스로 가는 스토리가 이리도 처절하고 슬플까…일년에 걸친 독서 끝에 마지막권을 앞두고 있는 지금, 앞둔 이야기에 대한 설레임과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몰려올 허전함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시리즈의 중간 지점을 넘어 종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새로운 전투에 임하게된 롤랜드 일행의 모험담은, 5권의 제목에서 보여주는 장엄한 전투는 독자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장치일 뿐, 전투 그 자체의 의미는 적고 독자들의 현실과 소설속의 현실과 소설속의 이세계 간의 거대한 연결고리의 실마리를 드러내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스티븐 킹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시리즈의 제 5권이었다. 멀티버스니 타임슬립이니 하는 이제는 식상한 연결고리와는 다른 특이한 세계관이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이전 시리즈 까지는 등장인물의 육체적 기술적 성장과 팀워크를 보여줬다면, 이번 시리즈는 한결 성숙해진 정신적 성장과 완전해진 카탯의 성정을 많이 보여주며, 마지막 관문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에 대한 독자의 애착을 더 증폭시켰다. 특히 캘러핸 신부의 소설 이후의 삶이 고스란히 설명되어, 마치 샐럼스롯의 외전을 보는 느낌이다. 남은 두 시리즈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