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 '열심히'와 '적당히' 그 어디쯤을 살고 있는 오늘의 빵이
빵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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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집안에 우환이 있었다. 너무 정신 없고, 힘겹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내 모든 일상 행위와 감정 상태가 엉망이 되었다. 한참 힘들 즈음 이 책이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일이 벌어진 이후 정말 오래간만에 난 책을 보다 크게 웃었다.
걱정이 있고 슬픈 일이 있을 때에도 웃음을 되찾고 힘을 내게 할 정도로 이 책은 유쾌하다. 특히 회사를 한 번이라도 다녀봤다면 이 책의 내용에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 현실이라거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더라도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그림들이다. 팀장님이 특별히 나쁜 분은 아닌데 휴가만 쓰시면 갑자기 신이 난다거나 회식에 늦게 가면 꼭 비어있는 본부장님 옆자리에 앉아야 한다거나, 인정욕구 때문에 많은 일을 떠맡고 만다거나. 회사원이라면 한 번은 꼭 해보았을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감이 가고 폭소도 터지는 이야기들이다
.
책 읽다가 눈 아프면 바로 덮으면서 스마트폰은 눈이 뽑힐 것 같아도 참으며 늦은 밤까지 본다거나, 배가 고파서 아무 것도 못하겠어서 잔뜩 먹었더니 이제는 배가 불러서 아무 것도 못 하겠는 경험 등, 읽다 보면 웃음 지어지는 이야기들이 많다
.
이제 우리 집 우환도 살짝 정리가 되어 가고 있다. 사실 불행한 일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는 아니다. 그 슬픔을 그저 부둥켜 안고 가족 모두 일상을 살고 있다. 이렇게 좀 나아지는 데 이 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는 할 수 없더라도, 내게서 다시 며칠 간 잊고 살았던 웃음을 끌어내고, 조금이나마 힘을 찾게 해 주었다. 이 일이 어떻게 끝날 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이 책의 그림에 위안을 얻으며 오늘을 살아낼 것이고 내일은 나아지리라 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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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이 뒤바꾼 자폐의 삶
존 엘더 로비슨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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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뇌과학 책을 집어 들어 읽었던 이후로, 뇌과학은 내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이런 책들에는 놀라운 사실과 충격적인 연구 결과들이 들어 있었고, 그것을 읽어 나가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 책은 뇌과학 지식과 자폐인이 TMS(뇌 자극 요법)을 경험한 수기가 합쳐져 있다. 저자는 자폐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고통 받았으나, TMS 연구에 자원하여 참여한 후에 자신의 단점을 많이 극복할 수 있었다. 아스퍼거 증후군 때문에 타인의 감정을 읽지 못했으나, TMS 요법을 받은 이후 사람들의 눈을 쳐다볼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게 되었다
.
물론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까지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생활에 큰 지장을 주기도 했다. 부인이 우울증이 있었는데, 그 이전까지는 자폐 증상이 안전막이 되어 주었다. 부인의 우울을 깊이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TMS를 받고 부인의 우울을 온전히 느끼게 되는 힘든 시기와 불황, 아들의 억울한 기소 등이 겹쳐져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다
.
그러나 타인과 좀 더 잘 공감할 수 있게 되고 낯선 사람과 자연스레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상처를 극복했다. 어려서부터 따돌림 당한 경험이 많고, 자신은 환대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으나 이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는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이라 느끼고 사진가 활동을 할 때면 인기인이 된 기분이었다
.
그 결과 본업이었던 자동차 수리 사업뿐 아니라 자폐 연구에 자문 위원으로 다양한 기관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TMS의 효과는 사실 단기적이나 저자의 의지로 실험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효과를 어느 정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자폐라는 장애와 그 장애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특별한 엔지니어링 능력 사이, 또한 과학 기술의 혜택과 그 부작용 사이를 아우르는 성찰이 읽을 만 했다. 또한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그의 체험담이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했다. 그는 자폐로 고통 받을지언정 진정한 이야기꾼이고, 자신의 단점을 멋지게 승화한 진정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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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편애 - 음악을 편들다 걷는사람 에세이 5
서정민갑 지음 / 걷는사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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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는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멜론 등에서 TOP 100을 들을 때, 그 사람은 아무도 관심이 없을 듯한 인디 음악, 재즈, 연주음악 및 비주류의 음악까지 찾아 듣는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은 잘 모르는 보물 같은 음악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고, 나와 함께 즐거워하며 그 음악을 듣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악 평론가 중 한 명인 서정민갑의 <음악 편애>를 읽으며, 그 사람과 함께한 경험을 똑같이 할 수 있었다. 원더걸스, 태연, 호란 등의 대중들이 익히 아는 음악가의 평론도 있었고 김사월, 이랑, 루시드 폴, 새소년 등 이미 즐겨 듣고 있던 인디 밴드의 평론도 있었지만, 반 이상이 처음 들어보는 뮤지션의 평론이었다. 세상에 이런 음악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음악의 평론을 읽고 그 음악을 하나 하나 들어보면서 새로운 음악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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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중에는 록과 클래식을 크로스오버한 실험적인 음악으로 듣기에 심기가 불편해지는 음악도 있었으나 서정민갑의 평론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제목도 <Oil & Blood>로 기괴한 소리와 음악이 합쳐져 밤에 들으면 무서울 정도였으나, 곡이 지향하는 주제와 소리가 큰 오차 없이 맞아떨어진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곡에서는 정말 OilBlood가 느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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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던 거리의 가수 손병휘의 평론과 음악을 들으며, 민중가요를 재발견했다. 호전적이기만 할 것 같은 민중가요가 그렇게 미성의 가수가 부르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로 표현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물론 그는 각종 시위나 궐기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가수였지만, 노래만큼은 로맨티스트였다
.
음악을 듣는 스펙트럼이 나름 넓다고 생각했던 내게도 새로운 음악, 좋은 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매 평론마다 유투브 동영상으로 연결되는 QR 코드가 있어서 쉽게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평론을 읽음으로써 평론이 이해가 잘 되고, 몰랐던 좋은 음악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중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또한 10대 일색의 아이돌 음악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일독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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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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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 즈음, 인도의 인력거꾼을 취재한 다큐멘터리인 <오래된 인력거>라는 영화를 봤다. 그 안에는 살림이라는 인력거꾼이 가난과 싸우며 뜨거운 인도 땅을 맨발로 달리고 있었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나온 감독은 인도를 상당히 사랑하는 것 같았다.
인도를 여행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 영화 안의 인도는 내게 가난하고 더러워만 보였다. 류시화 시인은 슬쩍 보면 단지 더럽고 가난하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인도를 오랜 기간 동안, 몇 번씩이나 여행하고 또 여행하며 인도 안에서 신의 나라, 영적인 나라, 행복의 나라를 발견했다. 특히 인도 여행의 백미는 수도승인 사두와의 영적이고 기막힌 대화다. 이 책 말미에는 이 사두의 어록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
인도인들은 성지 바라나시에서 죽는 것을 가장 큰 축복으로 여긴다. 그래서 많은 노인들이 바라나시에 와서 죽기 위해 나이가 들면 바라나시로 와서 화장에 쓸 장작 값을 구걸하며 머문다. 잔티 초베는 어린 소녀지만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할아버지를 따라 바라나시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문다. 가난하고 답답한 생활에 지쳐 항상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여행자인 류시화와 대화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그녀는 몇 년의 게스트 하우스 생활의 마지막에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류시화와 함께 기차에 오른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세상을 찾아 떠났다
.

인간의 삶은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한두 개의 꿈을 되찾으려는 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 무렵의 일이었다.
(p. 165)


하루 밤을 지내기 위해 순례자의 집에 들른 에피소드는 아주 인상적이다. 늦은 밤에 도착해보니 넓은 공간에 단 한 명이 자고 있었고 류시화는 그 곳에 짐을 풀었다. 자던 중간에 외로움에서였는지, 자던 사람 옆으로 잠자리를 바꾸었고, 잠결에는 그 사람 가슴에 손을 얹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그 사람은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느 순간 가슴의 손이 툭 떨어졌다. 류시화가 순례자의 집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때로 나는 나 자신이 어떤 경계선 같은 곳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에 어떤 얇은 막이 있어서, 약간만 발을 헛디뎌도 어느새 그 막을 뚫고 경계선 저쪽으로 넘어가있다. 그러면 이곳에서의 삶이 노출이 너무 많이 된 흑백 사진처럼 하얗게 지워져 버리는 것을 느낀다.
(p. 213)


많은 사람들이 물질에 구속되고 물질이 풍요로운 생활만을 꿈꾸지만, 인도에는 가난하면서도 영혼과 사랑, 신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다. 영화를 보며 발견하지 못했던 멋진 인도가 이 책 안에 있다.

우리는 다만 행복해지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는 것,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을 자신에게 자주 일깨워 줘야 한다는 것이다.
(p.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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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그림자 아이 - 나를 더 아끼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한 자기 존중의 심리학
슈테파니 슈탈 지음, 오공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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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어린 시절의 기억이 거의 없다. 통상 네 살부터 기억한다는데, 내 가장 이른 기억은 일곱 살의 어느 아침이다. 옆집에 학교에 다니는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가 단지 나보다 일찍 일어난다는 이유 때문에, 할머니가 나와 비교하며 화를 내면서 날 깨우고 있었다. 난 그 때 유치원도 다니지 않고 학교도 다니지 않아 딱히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 시간이란 것도 열한 시 열두 시가 아니라 일곱 시 즈음이었다. 이런 식이다. 그 기억이란 것도 드문 드문 완전하지 않고, 짜증나는 일이나 슬픈 일, 화나는 일, 억울한 일이 대부분이다.
나처럼 어린 시절이 잘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보냈다. 힘든 시절이 기억에서 흐릿하듯 아이 때 그 기억을 다 잊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불행한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아이의 내면에 그림자를 만든다
.

부정적인 사건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커서 우리 기억 속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유감스럽게도 긍정적인 체험은 기억 속에 깊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p. 89)

이 그림자 아이는 우리가 성인이 되어도 아이 시절에 머물러 우리 안에 살고 있다. 아직도 부모님의 통제나 지나친 기대, 억압에 눌려 있는 현실에 처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 그림자 아이가 성인의 삶에 도사리고 있다가 그림자 아이의 상처에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 일어나면, 내면에 이성적인 성인을 갖고 있는 사람도 그림자 아이와 동일시되어 분노를 폭발시키거나, 인지를 왜곡시키게 된다.

상당수 신조는 출생 첫해, 아이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을 통해 생성된다.
(p. 31)

신조는 어린 시절에 생겨나서 우리의 무의식에 깊숙이 고정된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나이를 먹어도, 신조는 무의식 속에서 정신 프로그램을 떠맡는다. 신조는 우리가 인지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p. 80)


저자는 심리 상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아내가 장을 보러 갔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소시지를 사는 걸 잊고 돌아오면, 화를 불같이 내는 남편이 있었다. 그는 정말 소시지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다. 내면의 그림자 아이가 난 중요하지 않아’, ‘아무도 날 존중하지 않아’, ‘난 아무리 해도 충분하지 않아란 신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내가 소시지를 잊으면 아내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화를 내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그림자 아이를 들여다 봄으로써 이해가 된다.
우리는 이런 그림자 아이를 불러내어 토닥이고 달래야 한다. 상상 속이든, 실재하는 인물이든 한 명을 선택해 내면에 든든한 조력자를 만든다거나, 그림자 아이의 신조를 파악하고, 현재는 어른이 되었으며 그 신조가 지금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그림자 아이가 납득하도록 설득하는 등의 전략이 소개되어 있다
.
아무리 어린 시절이 행복했다고 기억하는 사람도 내면에 그림자 아이가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완벽한 부모나 완벽한 양육이란 없고, 아무리 사랑이 가득한 부모님이라도, 아이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준다. 그러나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낸 사람에게는 그림자 아이보다 햇빛 아이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햇빛 아이는 어린 시절 즐겁게 놀이한 경험, 사랑 받은 경험을 통해 마음 속에 생겨난다. 우리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그림자 아이를 달래고 햇빛 아이가 더 강해지도록 해야 한다
.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이 아무리 불행했다 해도 한 번도 즐겁게 놀고 크게 웃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햇빛 아이를 갖고 있고 그 햇빛 아이의 영향에 놓이는 경우가 더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취미에 몰두한다거나 남의 말을 좀 더 경청한다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과 건강한 경계를 설정한다거나 하는 전략이 소개되어 있다
.
그림자 아이를 위로하고 햇빛 아이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내 그림자 아이와 햇빛 아이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빠른 시일 내에 이 책의 가이드를 따라 하며 내 그림자 아이와 햇빛 아이를 파악해봐야겠다
.

당신은 지금 모습 그대로고, 지금 그 모습이 당신의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그런 모습으로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
(p.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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