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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그림자 아이 - 나를 더 아끼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한 자기 존중의 심리학
슈테파니 슈탈 지음, 오공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난 어린 시절의 기억이 거의 없다. 통상 네 살부터 기억한다는데, 내 가장 이른 기억은 일곱 살의 어느 아침이다. 옆집에 학교에 다니는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가 단지 나보다 일찍 일어난다는 이유 때문에,
할머니가 나와 비교하며 화를 내면서 날 깨우고 있었다. 난 그 때 유치원도 다니지 않고
학교도 다니지 않아 딱히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 시간이란 것도 열한 시 열두 시가 아니라
일곱 시 즈음이었다. 이런 식이다. 그 기억이란 것도 드문
드문 완전하지 않고, 짜증나는 일이나 슬픈 일, 화나는 일, 억울한 일이 대부분이다.
나처럼 어린 시절이 잘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보냈다. 힘든 시절이
기억에서 흐릿하듯 아이 때 그 기억을 다 잊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불행한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아이의 내면에 그림자를 만든다.
부정적인 사건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커서 우리 기억 속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유감스럽게도 긍정적인 체험은 기억 속에 깊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p. 89)
이 그림자 아이는 우리가 성인이 되어도 아이 시절에 머물러 우리 안에 살고 있다. 아직도
부모님의 통제나 지나친 기대, 억압에 눌려 있는 현실에 처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 그림자 아이가 성인의 삶에 도사리고 있다가 그림자 아이의 상처에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 일어나면, 내면에 이성적인 성인을 갖고 있는 사람도 그림자 아이와 동일시되어 분노를 폭발시키거나, 인지를 왜곡시키게 된다.
상당수 신조는 출생 첫해, 아이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을 통해 생성된다.
(p. 31)
신조는 어린 시절에 생겨나서 우리의 무의식에
깊숙이 고정된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나이를 먹어도, 신조는
무의식 속에서 정신 프로그램을 떠맡는다. 신조는 우리가 인지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p. 80)
저자는 심리 상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아내가 장을 보러
갔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소시지를 사는 걸 잊고 돌아오면, 화를 불같이 내는 남편이 있었다. 그는 정말 소시지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다. 내면의 그림자 아이가
‘난 중요하지 않아’, ‘아무도 날 존중하지 않아’, ‘난 아무리 해도 충분하지 않아’란 신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내가
소시지를 잊으면 아내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화를 내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그림자 아이를 들여다 봄으로써 이해가 된다.
우리는 이런 그림자 아이를 불러내어 토닥이고 달래야 한다. 상상 속이든, 실재하는 인물이든 한 명을 선택해 내면에 든든한 조력자를 만든다거나, 그림자
아이의 신조를 파악하고, 현재는 어른이 되었으며 그 신조가 지금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그림자 아이가
납득하도록 설득하는 등의 전략이 소개되어 있다.
아무리 어린 시절이 행복했다고 기억하는 사람도 내면에 그림자 아이가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완벽한
부모나 완벽한 양육이란 없고, 아무리 사랑이 가득한 부모님이라도, 아이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준다. 그러나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낸 사람에게는 그림자 아이보다 햇빛 아이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햇빛 아이는 어린 시절 즐겁게 놀이한 경험, 사랑
받은 경험을 통해 마음 속에 생겨난다. 우리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그림자 아이를 달래고 햇빛 아이가
더 강해지도록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이 아무리 불행했다 해도 한 번도 즐겁게 놀고 크게 웃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햇빛 아이를 갖고 있고 그 햇빛 아이의 영향에 놓이는 경우가 더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취미에 몰두한다거나
남의 말을 좀 더 경청한다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과 건강한 경계를 설정한다거나 하는 전략이 소개되어
있다.
그림자 아이를 위로하고 햇빛 아이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내 그림자 아이와 햇빛 아이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빠른 시일 내에 이 책의 가이드를 따라 하며 내 그림자 아이와 햇빛 아이를 파악해봐야겠다.
당신은 지금 모습 그대로고, 지금 그 모습이 당신의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그런 모습으로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
(p. 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