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물욕 먼슬리에세이 1
신예희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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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 코난북스, 제철소가 함께 하는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한다. 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에세이로, 상당히 재미있고 모든 작가가 글을 잘 쓴다.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책이 나오면 사서 모으고 있다.
드렁큰에디터에서 아무튼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먼슬리 에세이를 냈다. 한 달에 한 권씩 만나는 에세이라니. 그 첫 번째 시리즈는 물욕에 관한 에세이이다. 70년대에 둘째 딸로 태어나, 부모님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어 욕심이 많아진 40대 미혼녀의 행복한 지름기이다.
나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취미 용품을 사기도 하고, 필요하고 꼭 유용한 것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아 디자인 좋고 성능도 좋은 제품을 사기도 했다. 때로는 하도 쇼핑을 많이 해서 수많은 택배에 치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100g당 가격을 10원까지 비교해서 고르고 고르기도 하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택배비에 옵션가까지 다 따져 가며 20~30개의 쇼핑몰에서 최저가를 검색하기도 했다. 이런 비슷한 경험은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씩은 해 봤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또 소비사회에서 물욕에 관한 얘기는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다.
신예희 작가의 이 에세이에는 40대 미혼녀, 요리에 전혀 재주가 없는 사람, 청소를 좋아하지만 귀찮아하는 사람, 자신의 몸과 마음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는 사람의 정체성이 담겨있다. 재료를 사다가 레시피를 찾아가며 신나게 요리하기를 몇 년. 남기면 더 맛 없어지고 짐이 되는 맛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다 먹다가 요리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제 먹거리 새벽 배송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식사를 한다. 좀 비싸지만, 우울하게 맛 없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다. 마음의 행복을 위한 이런 소비는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깨끗하게 청소된 상태를 좋아하나 청소하기는 귀찮은 신예희 작가. 로봇 청소기를 사고 로봇 물걸레 청소기도 산다. 그것도 모자라서 스마트폰 액정이 반으로 접히고, 자동차가 자율 주행하는 시대에 궁극의 청소 도구가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거라며 그 궁극이만을 애타게 기다린다.
40
대의 생활 명품이라면, 쳐지는 잇몸 사이를 닦을 수 있는 워터픽, 발 건강을 지켜주는 우포스 슬리퍼, 심지어는 기저귀 가방의 만듦새가 좋아 데일리 백으로 기저귀 가방을 사는 일까지!
아끼다 똥된다, 시간을 아끼고 돈을 쓴다 등의 신조를 가지고 즐거운 소비 생활을 하는 작가의 내밀한 쇼핑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 달의 에세이는 출세욕에 관한 에세이. 맛보기가 실렸는데, 이 에세이 역시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튼 시리즈를 벌써 많이 모았고 계속해서 무슨 시리즈가 출간되는지 종종 검색해 보고 있는데, 모아야 할 시리즈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드렁큰에디터의 욕망에 대한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와 일에 대한 시리즈가 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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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인문쟁이의 재즈 수업
이강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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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어렵다. 대중 가요나 팝, 인디 뮤지션의 음악은 즐겨 찾아 들어도 재즈를 듣는 경우는 드물었다. Jazz Radio라는 앱을 알게 되어서 책을 읽으며 배경 음악으로 듣거나 레이 나리타, 나윤선 등의 음악을 잠깐 들어 본 정도이다.
그래도 카페에서 나오는 재즈 음악은 정말 커피 마시면서 책 보기에 일품이었다. 처음 본 카페에 들어갔는데 재즈가 흐르고 있다면 호감도가 급상승하면서 다음에도 또 찾고 싶어진다.
<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에서는 국어교사인 작가가 재즈를 듣게 된 계기를 이렇게 얘기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왔다 갔다 두 시간씩 운전을 해야 하는 신세이니 달리 수가 없다. 처음에는 라디오를 들었다. 하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광고 음악을 흥얼거리고 있는 내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고 그만뒀다. (…)
아이돌 노래는 영 성에 차지 않았고 인디 음악은 정보를 몰라서 무엇부터 들어야 할지 모르겠고, 영알못이다 보니 가사를 모르고 듣는 팝송은 흥미가 떨어졌다.
그러다 눈을 돌린 게 예전에 아주 잠시 인연을 맺었던 재즈였다.
(p. 6)


재즈를 찾아 듣던 저자는 급기야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재즈 수업을 열었다. 단지 자신이 재즈를 좋아한다는 게 이유였지만, 재즈 음악 감상을 시작으로 해서 미국 역사와 인종 차별을 다루고, 재즈 관련 책도 같이 읽고, 재즈를 주제로 글쓰기도 진행했다. 수능과 내신 위주의 교육을 받았던 학창시절을 보냈던 내게는 상당히 요즘 학생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국어 교사이기 때문에 재즈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은 없지만 대표적인 재즈 연주자들을 소개하고, 자신의 감상을 곁들여, 해당 곡을 들어볼 수 있는 Youtube QR 코드를 실었다. 재즈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었던 나도 이 정도면 재즈에 입문할 수 있었다. 스탠다드 넘버를 듣고 , 이 곡 들었었지하며 반가워 하기도 하고, 스윙에 신나게 박자를 맞추기도 하고, 프리 재즈와 전통적인 재즈의 구성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보사노바에 취하기도 했으며 이미 대중 가요로 들었던 곡들에서도 재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책 중간 중간에 재즈 수업을 진행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재즈수업에서 한 학생이 재즈를 공부하다 부모님이 듣는 재즈 음악에 관심을 보여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는 글을 쓴 에피소드부터, 기자가 꿈인 아이에게 좀 더 공부할 만한 책을 빌려주기도 한 에피소드까지 아이들의 성적뿐 만 아니라 진정한 성장을 도와주려는 선생님의 열정이 엿보인다.
책을 읽으며 재즈 곡들을 감상하다 보니, 본격적으로 재즈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든다. 마침 LP 판들을 들어보려고 턴테이블을 주문한 참이다. 이 참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LP 한 장을 찾아보고 싶은 날이다. 턴테이블에 재즈 LP를 올리고 향긋한 커피 한 잔 타서 책을 펼친다면 백현동 카페 거리의 멋진 카페 부럽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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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 법정 스님 법문집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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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아무리 존경 받는 스님들이라 하더라도 별 관심이 없었다. 아마도 어린 나이와 혈기에 불교나 절이나 스님들의 법문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법정 스님이 타계하실 때 까지도 별로 아는 게 없었다.
그러다 뒤늦게 <무소유>를 우연한 기회에 읽기도 했고, 마음이 힘든 날에는 법정 스님을 기리며 만든 책들을 손에 들어 보기도 했다. 세상사에 지치고 상처받는 날들이 계속 되자 불교가 좋아졌다. 무엇보다 마음을 편하게 하는 불교의 가르침이 마음에 와 닿았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에 가기도 하고, 혜민스님의 마음치유 콘서트에 가기도 하며, 요새는 스님들의 책을 사서 즐겨 읽기도 한다.
법정 스님 타계 10주년이 되었다. 여기 저기서 법정 스님 관련 책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어린 시절 잘 몰랐던 법정 스님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법정 스님이 직접 쓴 책은 모두 절판되었지만, <좋은 말씀>과 같은 법정 스님 법문집이나 다른 작가들이 쓴 법정 스님에 대한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다행이다.
<
좋은 말씀>은 정기 법회, 길상사 창건 기념 법회, 불교 문화 강좌, 지역 강연 등에서 법정 스님이 한 법문을 정리했다. 구어체 그대로 책에 실려 있기 때문에 법회나 강연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몇 가지 주제의 법문이 반복되어 나왔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불필요한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법문이었다. <무소유>에서도 읽었겠지만, 대량 생산 사회, 대량 소비 사회, 과소비사회에 사는 어쩔 수 없는 소비자인 나에게도 상당히 와 닿는 내용이었다.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는 말아야 합니다. 필요와 욕망의 차이를 분별할 수 있어야 돼요. 필요는 우리가 생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욕망은 분수 밖의 욕구에요. 허욕입니다.
(p. 213)

많다는 건 그런 겁니다.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마세요. 둘을 갖게 되면 그 하나마저 잃어버립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만족할 줄 알면 비록 가진 것은 없더라도 부자나 다름없습니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p. 110)


좋아하는 것이라고 잔뜩 사서 쟁여두고는 금세 시큰둥해져 버렸던 적이 떠오른다. 그에 반해 사고 싶은 것 단 한 개를 사두고는 좋아하면서 아껴서 썼던 기억도 떠오른다. 하나가 필요할 때 수집한다는 명목 하에 색깔 별로 쟁이거나, 곧 품절된다는 명목 하에 또는 한정판이라는 다급함에 필요하지도 않은 걸 사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된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시한다는 보시바라밀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에게 있는 것을 부족한 사람과 나누는 것. 빈 손으로 왔다가 빈 몸으로 가는 세상에 내가 가진 것이라는 건 없다. 잠시 빌려서 관리하고 있는 것뿐. 내가 관리하고 있는 것을 없는 사람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불교 교리를 설명하는 법문부터,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좀 더 가벼운 법문까지 법정 스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어려서 별 관심이 없었던 탓에 직접 듣지 못했던 강연을 책으로나마 읽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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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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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애써 공부하고 일하는가. 무엇을 위해 개인적인 삶과 가족, 친구를 포함하여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앞만 보고 달리는가. 그 목적이 돈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와 신자유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의대나 법대에 진학한다. 대학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월급이 많은 대기업에 간다. 그래서 고생을 참으며 야근과 특근에 시달리는 것도 역시 회사가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요즈음 대학생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 역시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으니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는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 돈이 좋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돈이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행복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가쿠타 미쓰요가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받은 <종이달>은 실제 여행원의 횡령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 것 일까. 역자의 주장처럼 가쿠타 미쓰요가 필력이 좋은 작가여서일까. 주인공 우메자와 리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 점점 불가항력적으로 파국으로 치닫아서일까. 나도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어서일까. 리카와 다소 비슷한 배경을 가져서인 것 일까. 읽는 동안 상당히 몰입이 되고 재미있었지만 점점 기분이 묘해지고 현실에 미시감이 드는 등 읽기가 편하지만은 않았다. 역자 권남희의 감상이 정말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생선 만지는 걸 무서워해서 좀처럼 생선 반찬은 만들지 않는데, 이 소설은 마치 꿈틀거리는 장어를 맨손으로 만지는 기분이었다. 무섭도록 생생하다. 우메자와 리카가 무뚝뚝하고 애정 없는 남편과 스킨십 없이 살아가는 무미건조한 생활도, 횡령한 돈으로 연하남과 펑펑 쓰며 연애질하는 것도 마치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 같다. 아마도 간혹 독자들이 책을 읽고 난 뒤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하는 것은 그래서이지 않을까. 손에 남은 비린내를 맡는 듯한 느낌. 원인은 분명 너무나도 생생한 이 리얼 스토리에 있을 것이다. 필력이 뛰어난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니 오죽 실감나겠는가.

한참 어린 남자친구 고타의 딱한 사정을 돌봐주기 위해, 남자친구와 고급 레스토랑에 가기 위해, 멋진 호텔에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주말을 보내기 위해, 젊어 보이려고 고급 화장품과 옷을 사고 미용 서비스를 받기 위해, 우메자와 리카는 점점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남편인 마사후미가 사랑해주지 않고 리카를 은근히 무시해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남자 친구를 돕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많은 돈을 쓰는 쾌감에 중독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리카는 생각보다 고타에게 관심이 없다. 고타가 학교를 졸업은 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고타의 가족은 어떻게 지내는지. 고타가 말해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리카는 고타와 호화스런 생활을 하며 열정적인 연애를 하는 것 자체만을 즐겼는지도 모른다.
그런 많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거액의 은행 돈을 횡령한 리카와 우리는 과연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일까. 리카는 학생 시절 빈국의 아이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 열성적이었고 집단 따돌림이 시작되었을 떄도 리카는 단호히 따돌림에 가담하기를 거부했다. 학급 친구들은 리카가 정의롭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해주기 위해서 거액의 빚까지 진 마키코, 헤픈 씀씀이 때문에 이혼당하고도 백화점 쇼핑을 멈추지 못하며 이혼하고 따로 사는 딸에게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해 돈을 들여 차려 입고 거액의 명품을 선물하는 주조 아키, 자신의 생일에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곳에 간다며 호사스런 데이트 비용을 서슴없이 내는 무스미. 돈을 아끼기 위해 딸에게 용돈도 주지 않고 전기세를 아끼려 일찍 재우고 TV도 보지 않는 생활 끝에 어린 딸이 물건을 훔치는 것을 봐야만 했던 유코. 그들이 얼마나 리카와 다르며, 우리와는 얼마나 다른가. 과연 우리는 돈의 유혹에서 얼마나 자유롭고, 얼마나 많은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가.
마키코와 이혼하기 전 가즈키가 건넨 말은 마키코에게도 온전히 가 닿지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안에서도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당신이 말하는 불편함이나 풍족함은 돈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걸까? 이것이 있어야 이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돈이 아니라, 물건이 아니라, 우리가 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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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 동네책방 역곡동 용서점 이야기
박용희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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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을 구경하고 서점 이야기를 읽는 걸 좋아한다. 모두들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할인을 받고 굿즈를 받으며 책을 산다. 사실은 나도 마찬가지일 경우가 많다. 가고 싶은 서점이 있어도 온라인 주문의 간편함을 이기기는 어렵고, 할인과 굿즈의 유혹에 항상 지고 만다. 그래도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헌책을 실컷 구경하고 절판본을 사 오기도 하고, 지나가다 보이는 동네 서점에 불쑥 들어가서 책을 한참 구경하고, 책과의 우연하고 필연적인 만남을 즐기기도 한다. 다만 가고 싶은 서점과 도서관은 무궁무진한데, 아직 가 본 데는 너무나 적다. 시간을 내서 먼 곳의 유명한 서점을 찾아가기가 사실 그리 쉽지는 않다.
<
12, 책방 문을 엽니다>는 부천 역곡동의 약간 외진 곳에 있는 용서점 이야기다. 일본 가케쇼보라는 유명한 책방 이야기를 다룬 책과 인디 뮤지션 요조가 운영하는 책방 무사 이야기도 읽어봤는데 용서점의 이야기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가케쇼보는 돌출된 자동차 모양의 정면 인테리어 등으로 지역의 특색 있는 서점을 표방하다 호호호좌라는 책이 아주 많은 선물 가게로 변신했다. 책만 팔아서는 운영하기 힘든 점을 돌파하기 위해 잡화 등과 선물로서의 책을 함께 파는 기프트숍을 열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요조의 책방 무사는 제주도로 이전하여 관광 차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종종 있다. 셀럽인 주인의 영향과 제주도라는 위치의 이점 덕에 일부러 찾아오는 서점이 된 것이다. 용서점의 경우는 SNS 홍보와 책방 내 모임이 돌파구였다. 점심 시간 즈음 하여 그 날 홍보할 책을 카드 뉴스로 만들어 발송한다. 그 반응은 즉각적이라 메시지를 발송한 후 30분 정도는 주문을 처리해야 한다. 또 다른 용서점의 주업무는 외진 위치에 있어 문화 생활을 향유하기 힘든 역곡동 주민을 위한 문화 모임이다. 책방 내 글쓰기 모임 써용”, 독서 모임 봐용”, 그림 그리기 모임, 필사 모임 등을 운영하여 주민들이 책방에 친숙해지게 하고, 결국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도 책을 읽게 하는 기회를 만든다.
동네 서점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모든 서점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았다. 일본의 명물이었던 가케쇼보의 이야기에서 마저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적금을 해약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책방 무사도 마찬가지다. 주인 요조는 어차피 별로 수익이 나지 않아서 장부를 적는 것도 그만두었다. 용서점 역시 역곡동 주민들에게 좋은 문화 체험을 제공하고 있고, 주민들과 친구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만 두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다. 열심히 일해도 남는 것은 별로 없고 집안 사정 역시 좋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동네 서점 주인들이 그래도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서점을 운영해 나가는 것은, 아마도 책에 대한 사랑과 독자들과의 깊은 관계 때문일 것이다. 용서점 주인 역시 매일 밤 11시에 서점 앞을 지나치는 아주머니 생각에 깊은 밤까지 문을 열고 있곤 하고, 책과 소원한 사람들을 책 앞으로 이끌기 위해 책방에 와인과 싱크대, LP 턴테이블을 들였다. 이런 노력이 아니었다면 용서점 역시 계속 운영되기 힘들었을 것이고 주인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지역 주민의 문화 체험이 계속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가끔씩 보이던 동네 서점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책맥을 하는 서점 겸 카페라거나 독립 서점이라거나, 헌책방 연합이라거나, 특정 분야의 전문 서점이라거나 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고 이런 서점들은 전통적인 동네 서점보다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나마 기쁜 일이며, 전국의 수 많은 동네 서점 주인장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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