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
조안나 지음 / 지금이책 / 2020년 6월
평점 :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겨웠던 날에는 밤마다 글을 썼다. 그냥 아무 글이나, 아무 노트나 펼쳐서, 낙서처럼 끄적이고 나면 그 날의 어이없던 일들이
마음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안나 작가는 육아에 집안일을 하면서 아주 조금씩 짬을 내어 글을 썼다. 24시간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를 남편이나 친정 어머니가 잠깐 맡아서 돌봐주는 시간마다 조금씩 글을 썼다. 아이를
보느라 씻을 시간도 없는데.
글은 찬사를 받으려고
쓰는 것도 아니고 읽는 사람을 생각해서 쓰는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다. 자신과 펜 사이에서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들을 글로 써내는 것이다.
(p. 19)
이 책 안에는 다른 책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 뿐 아니라 “이 책에서 저 글로 가는 길”이라는 꼭지가 한 챕터마다 있어, 책을 읽고 나서 어떻게 글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아주 많은 책을
위시리스트에 넣었고, 나도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을 글로 연결시켜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굴곡
있는 삶을 살아야 생생한 글을 쓸 수 있다. 삶을 제대로 살지 않으면 글도 생기를 잃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만 계속되었다면 글을 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p. 49)
조안나 작가는 미국에서 출산을 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겪은 온갖 고생과 에피소드를 글로 남겼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의사에게 영어로 말하기 위해 진료 전날 영문 의학 용어를 공부하고, 미리 영작을 해서 달달 외운 후 진료를 보는 임산부라니.
지나고 나면 만사가
꿈처럼 느껴지지만, 오직 글쓰기로 보존된 것들만이 현실로 남아 있다.
그래서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일상을 글로 남겨두어야 한다. 행복한 순간에는 글이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슬플 때 글쓰기보다 좋은 처방전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p. 200)
미국에서 출산을 하지도 않았고, 육아와 집안일을 같이 하며 씻을 시간도
없는데 글을 써 보지는 않았으니, 조안나 작가와는 결이 다른 힘듬이었겠지만, 내게도 기억이 흐릿해질 정도로 힘들었던 날들이 있다. 그 즈음해서
노트에 끄적여 놓은 것들을 보면 내게 이런 날들이 있었나 싶다. 그렇게 글로 남겨진 것은 내가 힘든
날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아주 나중에 알려준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놀라운 충격을 받은 후에도 담대하게 일상을 걸어갈 수 있도록. 이상하게 슬픔은 쓰면 쓸수록 작아졌다고…… 슬픔을 쓰는 것은 절대 유치한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자.
(p. 200)
오늘도 난 슬픔과 분노와 절망과 후회를 노트에 쏟아 놓는다. 어떤
글들은 나중에 들춰보며 이 시절의 나를 돌아보는 글이 될 것이고, 어떤 글은 그저 낙서로 남아 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 내 슬픔은
아주 조금 줄어들고, 난 또 내일 아침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