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물건 - 웬만하면 버리지 못하는 물건 애착 라이프
모호연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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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물건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경제적으로 독립을 한 다음이었다. 처음에는 파커 등의 고급 볼펜을 모았고 그 다음에는 문구점 등에서 예쁜 수첩과 노트를 사 모았다. 그러다 그게 4개의 책장을 채운 책이 되고, 서랍을 가득 채운 만년필이 되고, 수납장에 빼곡이 들어 찬 잉크가 되었다.
그 중 가장 아끼는 물건들은 내 책상과 책상 바로 옆에 놓인 장식장에 놓여 있다. 좋아하는 물건들에 둘러 싸여 책을 읽거나, 글을 끄적이거나, 일을 하는 기분은 꽤나 삼삼하다.


인생을 살면서 행복을 찾고 누리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을 텐데, 물건 하나로 행복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야말로 간단한 행복이다.
(p. 10)


그 물건들을 모으고, 사용하고, 소장하며 늘 행복했다. 무언가 다른 조건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좋아하는 펜에 예쁜 잉크를 새로 채워, 직접 만든 노트에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었어도 스트레스가 풀리곤 했다.
모호연 작가는 심지어 예쁜 유리병을 갖기 위해 맥주라거나 음료수 따위를 산다. 그 내용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맥주 애호가에게는 미안하지만 맥주의 반은 버리고, 그 유리병은 화병으로 변신한다.
중고 시장에서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을 사는가 하면, 길가에 산책을 나가서 다른 사람들이 버린 물건 중에 쓸만한 물건이 있는지 샅샅이 보고 다닌다. 오래 사용한 물건 중에 수명이 다한 스탠드는 짧게 잘라서 탁상용으로 변신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1+1이라길래 혹해서 산 필요없는 물건들, 싸게 사 왔더니 제 기능을 못하는 차주전자. 그러나 그러한 과정도 안목을 기르기 위한 과정이다.

없어도 괜찮지만 있으면 더 즐거운 어떤 물건, 복잡한 내 마음의 회로를 통과해 전기가 짜르르 통하고 마는 어떤 물건, 마주치기 전에는 설명할 길이 없지만 첫 눈에 반할 그 어떤 물건을, 나는 또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언젠가 아주 운명적으로.
(p. 155)


물건을 통한 행복을 찾는 건, 자신을 사랑하고 삶에 의지가 있다는 의미이다. 우울증을 겪었던 모호연 작가는,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만이 물건을 사랑할 수 있다고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주의 사회, 물건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데 조금의 죄책감은 누구나 느끼지만, 자신의 사정이 허락하는 한, 사랑스런 반려 물건을 통해 기쁨을 느낀다면, 갖고 싶었던 것들을 조금씩 가지며 아껴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오늘, 절판되었던 책을 재출간하는 북펀딩 소식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런 생각 한 조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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