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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쫓는 모험 (하) -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신태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어딘가의 지점에서 항상 기묘하다. 여자 주인공들은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게 특이한 사람이 많고 남자 주인공들은 그에 반해 존재감이 별로 없이 평범하다. 여태껏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읽어 오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다.
<양을 쫓는 모험>도 여지 없이 기묘하다. 하루키의
초기작으로 쥐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에서 ‘나’는
어느날 사라져 버린 친구인 네즈미(쥐)가 보내 온 사진 속의
양을 찾아 훗카이도로 떠난다. 그 양의 등에는 별 문양이 그려져 있으며, 그 양을 찾지 못하면 ‘나’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역시나 특이한 여자인 ‘나’의 여자 친구는 귀가
특별히 아름답다. 여자 친구가 귀를 드러내 놓으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방 안의 공기가 달라진다. 세 가지 일을 하는 이 여자 친구는 귀
모델 일을 하거나 남자친구에게 특별히 귀를 보여줄 때를 제외하고는 쉽게 귀를 드러내 놓지 않는다. 그
귀는 여자 친구가 인생에서 길을 잃고 있을 때 그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나’는 오랜 친구인 동업자와 번역 및 광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양을 찾기 위해 회사도 그만 두고, 아내와는 이미 오래 전에
헤어졌고 여자 친구와 함께 모든 것을 버리고 훗카이도로 떠난다.
등에 별 문양이 있는 양은 사람 몸 속에 들어가, 그를 조종해서 많은 것을 얻게 하지만
동시에 그의 모든 정체성을 잃게 만든다. 그러다 그가 필요 없어지면 양은 그를 버리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간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기묘하다고 생각해왔으나, 그 기묘한 지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사람 속에 들어가 그의 모든 정체성을 버리게 하는 대신 세계를 바꾸어 버릴 수 있는 힘을
주는 ‘양’ 이라니.
‘나’는 양을 찾아 간 훗카이도의 외진 지역에 있는 별장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마지막으로
네즈미의 소원을 들어주고 내려온다. 인상적인 결말 부분을 덮고는 한 동안 생각에 잠기게 하는 소설이었다.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며 흥미진진하게 읽어왔던 것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