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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평점 :
취미로 많은 양의 이런 저런 글을 끄적이면서, 글쓰기와 책 쓰기는
내 로망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난 항상 무언가의
글을 쓰고 있었다. 힘든 날들에 지하철에서 쪽 시간을 내어서 수첩에 몇 자 적는 글이든, 가끔 노트나 다이어리에 적는 일상의 그저 그런 이야기든, 블로그에
몇 자 끄적여 놓고 누군가 보기를 바라던 글이든. 그것도 아니면 리포트가 되었든, 보고서가 되었든, 설계서가 되었든.
무언가를 항상 쓸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을 위해 김중혁 작가가 글쓰기에 대한 책을 썼다. 창작의
도구들부터 글쓰기, 그림 그리기, 대화에 대한 연구까지.
김중혁 작가를 보면 삶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고. 그 동안 난 뭐하고 산 거지.
여튼 이 책을 여는 다양한 글쓰기 도구들에 대한 그림과 글을 보고 내 문덕 기질이 발휘되었다. 당장
블랙윙 펄을 사고 싶어졌다. 나도 3B 블랙윙으로 책에 줄을
그으며 연필이 날개를 달고 미끄러지는 것을 느끼고 싶어진 것이다. 문덕으로서는 참으로 즐겁게 읽은 창작
도구들에 대한 설명이었다.
글쓰기 강의나 글쓰기 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솔직하고 정직하게 쓰고, 자신을 자랑하기 보다 약점과 단점을 드러내서 쓰라는 조언을 많이 들어보았다.
그러나 김중혁 작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솔직과 정직을 얘기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최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p. 86)
날것의 감정을 드러낸 글을 잘 썼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글이라기
보다는 카페에서 떠는 별 의미 없는 수다, 본심을 털어놓는 스트레스 풀이에 가깝지 않을까. 가끔 개인적인 일기같은 글을 보고는 한다. 혼자 본다면 상관 없겠지만, 독자와 나누기에는 좀 부족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김중혁 작가의 그림 실력에 대해 그의 글과 그림으로 전한 숨은 사연이 아주 흥미로웠다. 그는
소설가가 되었는데 할 일이 하도 없어서 독학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러고 나니, 그 안에 넣을 내용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림일기를 그려 보기로 했는데, 그것을 계기로 카툰 연재도 했다. 처음 그린 그림은 사실 잘 그렸다고
할 수 없었지만. 나도 그림 좋아하기는 하는데, 꾸준히 그리면
김중혁 작가처럼 그릴 수 있을까. 희망을 가지자.
‘대화를 상상하는 힘’이 개성을 만드는 시작점이라고 주장하는 김중혁 작가는 아주 흥미로운
부분으로 책을 마무리했다. 여러 소설이나 인터뷰 등에 나왔던 대화를 그대로 옮기고, 대화의 마지막 말이 무엇일지 추측해보는 문제다. 대화 내용과 대화하는
사람의 성향을 다각도로 분석해서 답을 찾는다.
글쓰기가 로망이라는 점을 떠나서, 아주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었다. 나는 또 이렇게 블랙윙을 한 자루 더 살 것이고, 글을 쓰면서 ‘정리된 마음’을 썼는지 뒤돌아볼 것이고, 좀 더 자주 그림 연습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