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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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도 그 일에 대해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도 진실이 무엇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똑같은 하나의 사건이 A에게 갖는 의미와 B가 믿고 있는 진실과 C에게 비친 모습은 모두 다르다.
<
고백>은 중학교 교사 모리구치 선생님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모리구치 선생님의 네 살 딸 미나미가 수영장에 빠져 익사한 채 발견되고, 경찰은 추락사로 결론지었지만, 모리구치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그것이 자신의 반 학생 슈야와 나오키의 소행이라는 점을 밝혀낸다. 그러나 모리구치 선생님은 경찰에 알리기보다 직접 두 학생에게 제재를 가하고 교사직에서 물러난다.
두 명의 학생은 이후로 그 자신들의 선택과 모리구치 선생님의 그림자에 가려 서서히 파멸을 향해 간다.
이 소설은 모두 고백 혹은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리구치 선생님의 고백, 학급 반장 미즈키의 편지, 나오키 누나의 독백, 막다른 곳에 다다른 나오키의 독백, 역시 파멸에 끝에 선 슈야의 독백, 마지막으로 다시 모리구치 선생냄의 고백까지. 이 모든 고백을 거치며 살인 사건의 표면적인 사실에서부터 한꺼풀씩 벗겨지며 점점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각자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이 경험한 사건과 알고 있는 진상이 다각도로 조명되고, 점점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다 마지막에 큰 충격과 함께 소설은 끝난다.
사실 이런 추리소설을 평소에 즐기지는 않는다. 단지 서점대상 작품들이 다 너무나 좋길래 이 책도 서점대상 1위를 한 이력이 있어 손에 들어 보았다. 역시 아주 흡인력있는 소설이었다. 고백 혹은 독백의 형식이지만, 서스펜스와 몰입도가 아주 좋았다. 특히 점점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과 알려진 사실과 다른 진실이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읽은 아주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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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토끼의 오일파스텔 드로잉 크레용토끼의 오일파스텔 드로잉
크레용토끼(김은영)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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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던 동생이 수년 전 오일파스텔을 샀다. 그냥 보기에는 크레파스하고 상당히 비슷해보였으나, 크레파스보다는 고가였다. 어디에 써야 할 지도 모르겠고,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는 법이 어디에도 잘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전문가용 오일파스텔은 두 세번 그림의 바탕을 칠하는 정도로 테스트만 해 보고 그대로 방치되었다.

그런데 최근 오일파스텔의 인기가 심상치 않았다. 화구 전문 쇼핑몰에서는 오일파스텔이 품절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오일파스텔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그 인기에도 오일파스텔화를 그리는 방법은 제대로 접하기 힘든 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에서 추구하는 그림체가 오일파스텔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 주었다. 진하게 색칠해 오일파스텔이 마치 유화처럼 뭉개져 붙어 있는 모습이 독특했다.





저자는 진하게 칠하는 것이 선명해 보이며, 그라데이션을 할 때는 어두운 색을 먼저 칠하라고 말한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묘사하는 그림은 아니지만, 마치 크로키를 하듯 손 가는 대로 덧바른 듯한 느낌이 멋지다. 또한 색감이 아주 좋았다. 독창적인 색감으로 완성하는 간단한 그림부터 큰 그림까지, 오일파스텔이 아주 좋은 재료가 되어 주었다.



실로 오랜만에 동생이 오일파스텔을 꺼내서 강아지를 그려보았다. 오래 전에 산 오일파스텔이지만, 오일파스텔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처음이다.
그림이 어렵거나 정밀묘사가 아니라서 오래 걸리지도 않고 멋진 그림 하나가 완성되었다. 귀여운 강아지 그림이, 아주 독특한 색감과 터치로 완성되었다.





이 책으로 오일파스텔화를 종종 그릴 것 같다. 서랍에 잠자고 있던 오일파스텔을 깨워주었다. 동생의 그림 라이프가 좀 더 풍성해질 것 같아서 기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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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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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래 전에 , , , 책을 읽읍시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매주 미션 도서를 주고, 그 책을 읽은 사람을 찾아 책을 읽었다는 것을 증명하면 책 선물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양서를 찾아 읽기도 하고, 언젠가 나도 책 선물을 받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품었었다.

이제는 TV, 각종 미디어에 관심이 떨어져 버렸지만, 요즈음은 미디어가 다양해져서 TV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팟캐스트나 북튜버 같은 데서 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미 대중 미디어에 관심이 하나도 없어져버렸지만, 그래도 가끔은 독서 관련 프로그램만은 챙겨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 책은 소설가 장강명이 <, 이게 뭐라고>라는 독서 팟캐스트에서 진행을 담당하며 겪은 일들을 적은 에세이이다. 처음에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이 팟캐스트에 출연했지만, 점점 열과 성을 다해 책을 읽고 진행을 하고,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노력하고, 우울증에 걸려 버려 팟캐스트를 하차하기까지의 기록이 담겨 있다.
장강명이 팟캐스트를 하며 한 일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서 독서 토론을 한 일이다. 팟캐스트에서 소개하는 책을 무조건 읽기로 결심하고 팀원들과 온라인으로 독서 토론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대본에 자신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제안한 일이지만, 나중에는 책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비평하고, 심지어는 팀원끼리 내밀한 자신의 경험까지 공유하게 되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팟캐스트 진행도 잘 되고, 출연하는 작가들이 감동받았다는 뒷 이야기다.
책의 물성보다 내용을 중시한다는 입장도 의외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이책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초판본 표지라거나, 리커버 에디션이라거나 하며 책이 굿즈화 되는 일을 경계하고, 오로지 내용으로만 책을 평가하며, 좀 더 읽기 쉽고 편리한 전자책을 선호한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종이책을 나도 너무나 좋아하지만, 그건 책의 내용뿐 아니라, 좋은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물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장강명은 정치 사회 이슈를 소재로 주로 소설을 쓰지만, 좋아하는 책 역시 무거운 주제들을 가진 책인 듯싶다. 르포르타주라거나, 어두운 소재의 소설이라거나. 사실 소설가 장강명의 책을 즐겨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에세이를 읽고 있자니, 그가 감동받았다는 <악령>이나, <블랙 달리아> 같은 책이 너무나 읽고 싶어졌다.
사실 어두운 주제의 책은 내 마음을 너무 무겁게 해서, 읽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그가 좋아하는 결의 책들도 가끔씩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신작 소설을 쓰다가 소설이 안 써져서 우울증에 걸려 버렸다고 하지만, 그의 화려한 부활을 기다린다. 이렇게나 재미있는 에세이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훌륭한 소설은 미래를 지향해야 하고, 동시대인의 마음을 얼마간 불편하게 해야 한다고 믿는 그라면, 우울증을 이기고 훨훨 날아오르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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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 - 니체와 함께 내 삶의 리듬을 찾는 ‘차라투스트라’ 인문학 강의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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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철학을 살짝 다루는 책을 읽어보았을 뿐인데, 내게 니체는 아들러만큼이나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역시 어떠한 이야기가 쓰여 있는지 궁금했지만,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이 책에서는 어려운 그 책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당대의 이슈를 예시로 들어가면서.
차라투스트라의 부제는 ‘A book for everyone and nobody’라는 점이 흥미롭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직접적인 해답을 주거나, 자신과 동일한 길을 가라고 하지 않았다. 각자 개인이 자신의 길을 찾되, 그러기 위해 니체를 찾는 자들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

나를 떠나라. 그리고 차라투스트라에 저항하라! 그리고 더 바람직한 것은 차라투스트라를 부끄러워하는 일이다! ..... 이제 그대들에게 명하노니 나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찾도록 하라. 그리고 그대들 모두가 나를 부정하게 될 때 비로소 나는 다시 그대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p. 45)


니체는 마지막 인간과 초인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인간은 그저 오래 살기를 원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자기 자신을 극복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초인은 스스로를 극복하며 자신의 충동, 욕구, 본능, 욕망에 충실하며 이것을 토대로 초인이 된다. 자신 안의 심연으로 내려가 경멸할 만한 점을 마주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시장과 국가는 군중 심리를 부추기고, 개인의 잉여화를 가져와 초인이 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고독으로 들어가 초인이 되라고 한다.

달아나라, 나의 벗이여, 그대의 고독 속으로! … 달아나라, 거친 바람이 사납게 불어오는 곳으로!”
(p. 89)


초인이 가져야 할 덕성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절제라는 덕성에 대해서도 무엇을, 어떻게 절제해야 하는 지는 모두가 다르다. 누군가가 탐닉하는 것은 맛있는 음식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스마트폰 게임일 수 있는 것처럼.
초인이 되어 가는 과정은 낙타, 사자, 아이의 과정을 거친다. 낙타는 인내력을 의미한다. 해야하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어려운 일을 해나가며 순종한다. 사자는 자유를 의미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기존의 것을 파괴한다. 아이는 자기의 의지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단계이다. 그러면서 자기를 긍정한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라는 유명한 니체의 말이 있다. 니체는 모두가 각자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으며 각자 구원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고통을 이겨내어 새로운 가치로 창조해야 한다고 한다.
고통을 승화시키는 방법은 밤의 노래, 춤의 노래, 무덤의 노래가 있다. 먼저 슬픈 감정을 인정하는 밤의 노래가 있다. 가볍게 살며 자신을 사랑하고 기존의 규범에서 벗어나는 춤의 노래가 다음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파악하여 무덤에서 벗어나 부활해야 한다.
니체는 이어서 권력에의 의지, 영원회귀 사상, 아모르 파티를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웃으며 긍정하는 디오니소스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삶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차라투스트라의 말처럼 사랑하지 않는다고 곧바고 저주할 필요도 없어요.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좋은 삶은 없습니다. 우리가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p. 303)

이 책을 읽었다고 차라투스트라를 완벽히 이해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 간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가벼운 삶을 살고 싶다. 내 고통을 춤의 노래로 극복하고 싶다. 나의 차라투스트라를 잉태 해야겠다.

초인은 삶을 가볍게 생각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삶이 가벼워졌기 때문에 웃는 것입니다.
(p.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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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살아도 우린 행복할 거야 문예단행본 도마뱀 1
박은정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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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되어 부모님이 문구점에 데려 가면, 엄청난 양의 문구를 고르곤 하며 문덕의 소질을 보이던 내가, 직장인이 되자 본격적인 문덕이 되었다. 다 쓰지도 못할 만년필, 노트, , 잉크가 쌓여간다. 어찌나 많은지 문구점을 해도 될 것 같다. 이번 생에는 사 놓은 문구를 다 쓰고 싶은데, 그러려면 200세 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사 놓은 문구를 써야 할 것 같다. 그마저도 계속해서 문구가 는다. 책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나마 책은 읽는 양이 좀 되니, 열심히 읽으면 이번 생에는 사 놓은 책을 다 읽을 지도 모르지만, 계속해서 책이 늘기는 이 쪽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는 시인, 가수, 에세이스트, 기자, 음악평론가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계 인물들이 탕진잼에 대해서 썼다. 나는 책과 문구에 탕진했지만 이들이 탕진한 건 더 다양하다.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 성공 가도의 커리어를 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한 경력 탕진잼, 퇴직금을 탕진하며 인생 2막을 열 힘을 낸 이야기, 음악과 음주에 탕진한 이야기. 낯선 곳에서 플로리스트 디플로마를 따려고 애를 쓰는 삶을 살면서 단지 누군가를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 시간 탕진잼, 연뮤덕이 되어 좋아하는 배우의 공연을 보기 위한 시간과 돈 탕진잼, 글을 쓰다가 막힐 때마다 지뢰찾기 게임을 하며 게임 탕진잼.

남들이 정한 행복에 맞춰 사는 것은 한눈팔지 않고 내비게이션에만 집중하는 운전과 같다. 조금이라도 경로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면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반면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마치 흐르는 물 위로 유영하는 것과 같다. 가볍고 자유롭다. 어디로 흘러가도 물결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나를 믿는 힘은 안전한 구명조끼와도 같아서 센 물살에도 불안하지 않다. 내가 나로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고 안전하다. 물 위에 내 몸을 띄우기만 하면 된다. 그러려면 내게 질문을 던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p. 33)

내가 문구와 책에 탕진한 가산은 결코 무시하지 못할 양이지만, 난 그 덕에 삶을 견딜 수 있었고, 맞설 수 있었다. 집은 창고가 되었어도, 그로 인해 얻은 기쁨도 쌓였으니, 그거면 됐다.

때로는 무모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탕진잼을 즐기는 방법은 단순히 추락으로 끝나버리는 1회성 쾌락이 아니라, 낙하하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방향을 살짝 비튼다면 어느 정도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비행인지도 모르겠다.
(p. 48)

탕진하는 건 단지 돈이나 물건 만이 아니다. 때로는 아등바등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어루만져 주는 시간을 탕진하기도 한다. 바쁜 와중에도 잠시 카페에서 책을 읽어야 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을 마치고 나면 맥주 한 잔을 해야 하는 것처럼.

모르는 사람의 과거를 상상하며 현재의 내 시간을 기꺼이 탕진할 때, 나는 어쩐지 다른 인간이 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p. 71)

혼자서 갖는 그 한 시간이, 삼십 분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애쓰고 노력해야 하는 시간을 벗어나서. 시달리고 치이는 공간을 벗어나서.

그 안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삶과 유대하며 얼마만한 문자를 탕진하며 살아왔던가. 결국 내가 원했던 건 다른 삶이 아니라 오래된 삶을 지속할 혈렁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p. 122)

점점 치열하고 숨막혀지는 경쟁 속에서 아등바등만 하다 한 세월 다 보내는 것 보다는, 오르는 집세와 매일을 싸우며 허리띠를 졸라매기만 하기 보다는, 오늘은 자신에게 탕진잼 하나를 허락하고 좀 더 행복해지고, 좀 더 나아지는 게 어떨까.

한 방에 모든 종류의 불안을 부술 수는 없으니 구매 가능한 행복으로 불안을 잘게 찧자. 버티지 말고 행복해지자. 아주 작고 하찮은 기쁨이더라도 기쁨은 기쁨. 열심히 작은 기쁨을 구매하자고 나를 다독여본다.
(p. 135)

오늘도 나는, 예쁘고 앙증맞은 미니 연필 세트를 샀다. 작고 하찮은 연필 따위지만, 난 이걸 받고 좀 더 기쁘고, 좀 더 힘이 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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