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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는 옳다 - 프로문구러의 아날로그 수집 라이프
정윤희 지음 / 오후의서재 / 2021년 1월
평점 :
문구는 내 오랜 친구였다. 학생 때부터 색색의 펜이며 노트를 좋아하다
7년 전쯤부터 만년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문구 덕후의 길로 접어들었다. 만년필은 정말 탐사할 분야가 많았다. 각종 굵기의 펜촉이며, 색색의 잉크며, 만년필과 상생이 맞는 종이며. 그러다 손수 제본도 하고, 제본해서 동호회에 나눔도 하면서 즐거운
문구 라이프를 누렸다. 문구에 탕진한 세월이었지만, 너무
즐거워서 후회 따위는 하지 않는다

만년필로 아무 글이나 되는 대로 긁적이는 것도 좋고, 필기를 요하는 일이라면 은행에서 출금
요청서를 쓰는 일이든, 뭐든 좋았다. 하기 싫은 공부나 일을
할 때는 특별히 아끼는 펜을 꺼내 의욕을 높이는 트릭은 덤이다.
나만큼 혹은 더 고수로 보이는 프로문구러 작가가 소중히 쓰고 모아오고 간직해 온 문구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그의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끼며 행복했다. 만년필부터 포스트잇, 가위에 지우개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추억이 담긴 애정어린 물건들을
소개했다. 처음 접하는 흥미로워 보이는 문구를 보면 얼른 검색해보다가 결국 장바구니에 담기도 했다. 지우개를 별로 자주 쓰지도 않으면서 밀란 지우개에 꽂혀서 지우개에 삼만원을 탕진하고, 로트링 아트펜이 눈에 밟혀서 펜샵의 장바구니에 담아두어도 즐겁기만 한 것을.
문구 덕후라면 이 책을 보며 소위 뽐뿌가 많이 올 만 하다. 평소 하도 사고 싶은 것이
많아서, 좋은 문구 소개를 보면 안 본 눈 산다고 해댔지만, 이
책을 읽으며 문구가 사고 싶어지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문구에 대한 소개와 그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문구와 연결 지은 감성적인 에세이도 곁들여져 있어서 페이지가 훌훌 넘어갔다. 인상적인 경험은 출판사에서 방송 작가로 전향하며 여의도의 작가라면 누구나 쓰는 로트링 아트펜을 손에 넣은 이야기다. 메인 작가의 손에 들린 로트링 아트펜을 보고는 범상치 않음을 느끼고, 방송국
문구점에서 로트링 아트펜을 사서 즐겨 쓴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너무 바쁜 일상에 한시도 쉴 틈이 없었지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문구는 내 맘대로
되는 것이니까. 그는 로트링 아트펜에 모닝글로리 취재 수첩을 쓰면서 일할 힘을 얻었다.

문구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문구 따위에 탕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안다. 새로 산 만년필에 잉크를 넣고 시필할 때의 두근거림이, 마음에
쏙 드는 노트를 펼쳐서 아무 글이나 긁적이는 시간의 힘이, 책값에 버금가는 북마크를 산다해도 아끼는
책에 훌륭한 북마크를 끼울 때의 기분 좋은 느낌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는 것을. 우리의 문구 라이프는 게속될 것이다. 맞다. 문구는 옳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