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 잉글리시 구조론 기본수
안정호 지음 / 북트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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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여러 비즈니스 잉글리시 수업을 들어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비즈니스 상황에서 쓰이는 구문에 대한 수업이다. “I would appreciate it if~” 구문이라거나, “I am writing to inform you that~” 구문이라거나. 물론 이런 구문을 알고 있다면 비즈니스 상황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메일을 쓴다거나 할 때 고민 없이 관용구를 쓸 수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외운 구문 외에는 쓸 수 없다. 그게 맹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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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 잉글리시 구조론 기본수>는 관용구나 단어보다 문장 구조를 익히도록 했다. 그리고 그 문장구조란 것은 주로 접속사 없이 준동사를 통해 단문을 길게 쓰는 법이다. 영어를 오래 공부했어도 준동사를 쓰기는 쉽지 않다. 관계대명사를 쓰는 것은 보다 쉽지만, 자연스레 준동사를 쓴다는 것은 해당 구문에 많이 노출되거나 익숙해야 할 수 있다.
테크니컬 잉글리시 분야의 영작을 종종 하게 되면서 준동사에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게 되었다. 원어민들이 준동사를 쓸 때, 난 열심히 관계대명사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원어민들이 쓰는 바로 그 준동사 구조를 쓰게 되기 까지는 동일한 구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야 했다.
이 책에서는 문장 구조를 하나 주고 그 구조에 맞는 여러 예문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조금 변형된 문장 구조로 넘어가서 또 다시 여러 예문을 제시해준다. 정독하거나 예문을 외운다면 자연스레 구조에 익숙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영작을 공부한다면, 관용 표현을 벗어나는 문장을 만들 때 보다 쉽게 영어 문장을 써낼 수 있다.
이 책은 해당 예문에 대해 문법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 중급자 이상이 대상인 것 같다. 그보다는 구조에 익숙해져서 바로 그 구조에 맞는 영어 문장을 빠르게 써낼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쓰이는 관용 표현을 공부하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주 쓰이는 표현 외에 영어 문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이 책을 정독하면서 예문을 외우거나 여러 번 써 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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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는 옳다 - 프로문구러의 아날로그 수집 라이프
정윤희 지음 / 오후의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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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는 내 오랜 친구였다. 학생 때부터 색색의 펜이며 노트를 좋아하다 7년 전쯤부터 만년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문구 덕후의 길로 접어들었다. 만년필은 정말 탐사할 분야가 많았다. 각종 굵기의 펜촉이며, 색색의 잉크며, 만년필과 상생이 맞는 종이며. 그러다 손수 제본도 하고, 제본해서 동호회에 나눔도 하면서 즐거운 문구 라이프를 누렸다. 문구에 탕진한 세월이었지만, 너무 즐거워서 후회 따위는 하지 않는다



만년필로 아무 글이나 되는 대로 긁적이는 것도 좋고, 필기를 요하는 일이라면 은행에서 출금 요청서를 쓰는 일이든, 뭐든 좋았다. 하기 싫은 공부나 일을 할 때는 특별히 아끼는 펜을 꺼내 의욕을 높이는 트릭은 덤이다.
나만큼 혹은 더 고수로 보이는 프로문구러 작가가 소중히 쓰고 모아오고 간직해 온 문구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그의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끼며 행복했다. 만년필부터 포스트잇, 가위에 지우개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추억이 담긴 애정어린 물건들을 소개했다. 처음 접하는 흥미로워 보이는 문구를 보면 얼른 검색해보다가 결국 장바구니에 담기도 했다. 지우개를 별로 자주 쓰지도 않으면서 밀란 지우개에 꽂혀서 지우개에 삼만원을 탕진하고, 로트링 아트펜이 눈에 밟혀서 펜샵의 장바구니에 담아두어도 즐겁기만 한 것을. 문구 덕후라면 이 책을 보며 소위 뽐뿌가 많이 올 만 하다. 평소 하도 사고 싶은 것이 많아서, 좋은 문구 소개를 보면 안 본 눈 산다고 해댔지만, 이 책을 읽으며 문구가 사고 싶어지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문구에 대한 소개와 그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문구와 연결 지은 감성적인 에세이도 곁들여져 있어서 페이지가 훌훌 넘어갔다. 인상적인 경험은 출판사에서 방송 작가로 전향하며 여의도의 작가라면 누구나 쓰는 로트링 아트펜을 손에 넣은 이야기다. 메인 작가의 손에 들린 로트링 아트펜을 보고는 범상치 않음을 느끼고, 방송국 문구점에서 로트링 아트펜을 사서 즐겨 쓴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너무 바쁜 일상에 한시도 쉴 틈이 없었지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문구는 내 맘대로 되는 것이니까. 그는 로트링 아트펜에 모닝글로리 취재 수첩을 쓰면서 일할 힘을 얻었다.



문구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문구 따위에 탕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안다. 새로 산 만년필에 잉크를 넣고 시필할 때의 두근거림이, 마음에 쏙 드는 노트를 펼쳐서 아무 글이나 긁적이는 시간의 힘이, 책값에 버금가는 북마크를 산다해도 아끼는 책에 훌륭한 북마크를 끼울 때의 기분 좋은 느낌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는 것을. 우리의 문구 라이프는 게속될 것이다. 맞다. 문구는 옳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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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억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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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 중의 하나가 내가 간직한 기억이 아닐까. 유년기의 기억과 체험, 성인이 되면서 경험한 것들에 대한 기억, 즐거웠던 추억, 지독한 경험까지.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에 전생의 기억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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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주인공 역사 교사 르네는 친한 동료 엘로디와 최면 공연에 갔다가 체험 대상자가 되어 전생의 기억을 만난다. 그리고 그가 만나고 싶었던 영웅적인 전생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이폴리트라는 전사였고, 거의 패배해가던 전쟁 중에 적군의 칼에 죽었다. 르네는 이폴리트가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 갑자기 최면에서 깨어나 돌발적으로 공연장을 뛰쳐나와 버린다. 그리고 강변을 거닐다가 돈을 뺏으러 칼로 위협하는 노숙자를, 전쟁 중인 이폴리트 마냥 죽여버린다.
이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게 되는 르네는 결국 도망을 다니면서 자신의 모든 전생을 탐험한다. 최면 공연자였던 오팔과 함께 모험에 뛰어든다. 르네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움이 될 만한 자신의 전생들에게 찾아가 그의 영혼과 함께 위기를 해결한다. 수많은 인생의 영혼들이 르네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다.
오팔 역시 르네와 자신의 전생을 탐험하며 자신이 중세에 마녀로 몰려 화형당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르네와 오팔은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르네는 전생을 탐험하던 중 그의 가장 첫번째 생이 전설로만 존재하던 아틀라스인 게브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들의 문명에 감탄하며 아틀라스의 역사를 현대에까지 전하기 위해 게브와 함께 힘쓴다.
르네와 오팔의 모험은 수많은 난관과 시도 끝에 결국 로맨틱한 결말로 이어진다. 그들의 작전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자신의 일면이 전생의 기억 때문일 수도 있다는 목소리를 이 소설을 통해서 드러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에세이에서 전생을 탐험해본 결과 자신이 전생에 일본 무사였으며, 취미로 무술을 배우자 너무나 무술을 잘 해서 동호인끼리의 대회에서 입상을 했다던 에피소드를 읽은 것이 기억난다.
우리는 과거에 무엇이었나. 왜 나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오이를 싫어하고, 특별히 많이 노력하거나 배우지도 않았는데 춤을 잘 추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 이 책을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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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조동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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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강명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를 읽었다. 장강명 작가가 동명의 독서 팟캐스트를 진행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의 소설론이나 독서론도 에세이 안에 녹아 있었다. 그는 주장은, 소설가의 의무라면 동시대인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소설 작품과 소설가는 미래를 향해 있어야 한다. 작품이 현재는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먼 미래에 널리 읽힐 작품을 써야 한다.
그의 소설론에 딱 맞는 고전 작품들이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의 작품들이 아닐까. 7권으로 이루어진 이 세트는 당대에 독자들의 질타를 받음과 동시에 많은 해적판이 만들어졌던 문제작들이었다. 그리고 시대를 넘어서 현대의 독자들에게 읽히는 책이 되었다. 뜨거운 문제작들이었던 만큼 레드 톤의 열정적인 표지가 눈길을 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축에 드는 책이 이 퀴어가 아닌가 싶다. 퀴어인 주인공 리의 마음 속을 해부하며 따라 가는 이 소설은 작가 윌리엄 버로스의 자전적 기록이기도 하다. 윌리엄 버로스가 아내 조앤을 총기 사고로 죽인 후, 그 끔찍한 경험 때문에 이 소설은 써져야만 했다.




1955
년에 집필되었으나 당시에는 출간되지 못하고 1985년에야 출판된 이 책은 2020년에 읽어도 여전히 파격적인 내용이다. 마약중독자이며 퀴어인 리가, 그에게 숙명과도 같은 거듭되는 거절과 거부로 상처받고 우울해하는 내용으로, 거부할 수 없으나 태생적으로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욕망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조명한다. 우울과 절망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리와 앨러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성관계를 가질 남자를 끊임없이 물색하던 리는 거듭되는 거부로 상처를 입으나 결국 앨러턴과 어떤 관계같은 것을 맺는다. 사실 앨러턴은 퀴어가 아니며 리보다 훨씬 어린 청년이다. 리의 끈덕진 관계 요구에 짜증을 내면서도 그는 리가 제안한 여행을 함께 떠난다.
그들의 여행은 리의 애정 관계만큼이나 고난과 고통으로 가득하다. 야헤라는 물질이 텔레파시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리가 야헤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추위, 궂은 날씨, 장거리 버스 여행, 차갑게 대하는 사람들에 지치고 리는 앨러턴에게 밤마다 거절당해 상처입은 고슴도치가 된다.
결국 이들은 아무런 성과 없이 다시 멕시코로 돌아오고, 앨러터은 누구에게도 언질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장교 부부의 가이드로 동행하여 리를 떠나버린다.
윌리엄 버로스가 이 책의 원고를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충실히 그의 경험을 적어내려간 건 어쩌면 그로 인해 그는 이 터널을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은 최근 퓰리처상을 탄, 동생애자 작가가 주인공인 레스에 비해서도 더 급진적이다. 이 책은 퀴어의 좌절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그 내밀한 모습을 조명한다. 리의 좌절이 생생히 전해진다. 리의 특징적인 연극적인 성격과 행동거지 역시 생동감있게 전달된다. 어쩌면 이 소설이 윌리엄 버로스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리는 한참이 지나서도 앨러턴의 소식을 쫒는다. 그러나 찾지 못할 것이다. 그의 얄궂은 운명이다. 그리고 그건 그의 인생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퀴어의 우울과 절망.
그리고 우리는 2020년에도 윌리엄 버로스를 읽고, 더 먼 미래에도, 아마도, 윌리엄 버로스를 읽을 것이다. 그의 소설은 미래를 향해 있다. 우리가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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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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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장편만큼은 아니지만, 하루키의 단편도 좋아한다. 기묘하고, 어딘지 알 수 없는 하루키 월드의 느낌을 단편들도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에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하루키를 닮았다. 글을 쓰고, 진구 구장에서 야구를 보고, 일찍 결혼을 하고, 재즈를 좋아한다. 말하는 원숭이라거나, 이름을 훔친다거나, 자신이 상상했을 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레코드 판을 여행 중에 마주친다거나 하는 기묘함도 역시나 이야기 속에 들어있다.

그것들은 사사로운 내 인생에서 일어난 한 쌍의 작은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와서 보면 약간 길을 돌아간 정도의 에피소드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내 인생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어느 날, 아마도 멀고 긴 통로를 지나, 내가 있는 곳을 찾아온다. 그리고 내 마음을 신기할 정도로 강하게 뒤흔든다. 숲의 나뭇잎을 휘감아올리고, 억새밭을 한꺼번에 눕혀버리고, 집집의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지나가는 가을 끄트머리의 방바람처럼.
(p. 181)


하루키 자신의 이야기라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이 받아들여질 이야기들에 기묘함이 얹혀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집을 읽다 보면, 하루키 자신의 기묘한 체험을 고백하는 에세이집이 아닌가 하는 착각 마저 들곤 한다. 그러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라고 명확히 써 있는 책 표지를 다시 한 번 보고는, 왠지 입맛을 다시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하루키 월드의 매력에 빠져 그 세계가 어딘가에 실존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양 사나이라거나, 공기번데기라거나, 기사단장이라거나, 세계의 끝이라거나.
이 책에 나오는 대로, 시나가와 원숭이와 맥주를 마시고,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란 레코드판을 상상하자 찰리 파커가 돌아와 잠시나마 보사노바를 연주하고, 좋아하는 클래식을 함께 들으러 다니는 무려 10살 연하의 못생겼지만 매력적인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잠시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에 너무나 매료된 나머지.
바보같은 생각이지만, 그만큼 하루키 월드가 기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그리고 하루키의 또 다른 장편 소설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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