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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ㅣ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조동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장강명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를 읽었다. 장강명 작가가 동명의 독서 팟캐스트를 진행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의 소설론이나 독서론도 에세이 안에 녹아 있었다. 그는
주장은, 소설가의 의무라면 동시대인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소설
작품과 소설가는 미래를 향해 있어야 한다. 작품이 현재는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먼 미래에
널리 읽힐 작품을 써야 한다.
그의 소설론에 딱 맞는 고전 작품들이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의 작품들이 아닐까. 전 7권으로 이루어진 이 세트는 당대에 독자들의 질타를 받음과 동시에 많은 해적판이 만들어졌던 문제작들이었다. 그리고 시대를 넘어서 현대의 독자들에게 읽히는 책이 되었다. 뜨거운
문제작들이었던 만큼 레드 톤의 열정적인 표지가 눈길을 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축에 드는 책이 이 “퀴어”가 아닌가 싶다. 퀴어인 주인공 리의 마음 속을 해부하며 따라 가는
이 소설은 작가 윌리엄 버로스의 자전적 기록이기도 하다. 윌리엄 버로스가 아내 조앤을 총기 사고로 죽인
후, 그 끔찍한 경험 때문에 이 소설은 써져야만 했다.

1955년에 집필되었으나 당시에는 출간되지 못하고 1985년에야 출판된 이 책은 2020년에 읽어도 여전히 파격적인 내용이다. 마약중독자이며 퀴어인
리가, 그에게 숙명과도 같은 거듭되는 거절과 거부로 상처받고 우울해하는 내용으로, 거부할 수 없으나 태생적으로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욕망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조명한다. 우울과 절망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리와 앨러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성관계를 가질 남자를 끊임없이 물색하던 리는 거듭되는 거부로 상처를 입으나 결국 앨러턴과 “어떤
관계”같은 것을 맺는다. 사실 앨러턴은 퀴어가 아니며 리보다
훨씬 어린 청년이다. 리의 끈덕진 관계 요구에 짜증을 내면서도 그는 리가 제안한 여행을 함께 떠난다.
그들의 여행은 리의 애정 관계만큼이나 고난과 고통으로 가득하다. 야헤라는 물질이 텔레파시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리가 야헤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추위, 궂은
날씨, 장거리 버스 여행, 차갑게 대하는 사람들에 지치고
리는 앨러턴에게 밤마다 거절당해 상처입은 고슴도치가 된다.
결국 이들은 아무런 성과 없이 다시 멕시코로 돌아오고, 앨러터은 누구에게도 언질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장교 부부의 가이드로 동행하여 리를 떠나버린다.
윌리엄 버로스가 이 책의 원고를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충실히 그의 경험을 적어내려간 건 어쩌면 그로 인해 그는
이 터널을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은 최근 퓰리처상을 탄, 동생애자 작가가 주인공인 “레스”에 비해서도 더 급진적이다. 이
책은 퀴어의 좌절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그 내밀한 모습을 조명한다. 리의 좌절이 생생히 전해진다. 리의 특징적인 연극적인 성격과 행동거지 역시 생동감있게 전달된다. 어쩌면
이 소설이 윌리엄 버로스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리는 한참이 지나서도 앨러턴의 소식을 쫒는다. 그러나 찾지 못할 것이다. 그의 얄궂은 운명이다. 그리고 그건 그의 인생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퀴어의 우울과 절망.
그리고 우리는 2020년에도 윌리엄 버로스를 읽고, 더
먼 미래에도, 아마도, 윌리엄 버로스를 읽을 것이다. 그의 소설은 미래를 향해 있다. 우리가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