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인 만큼, 작가들의 밥벌이에 대한 이야기는 뜨거운 감자인 것 같다. 여행 다니다 예전에 써 놓은 소설 한 권 출판하는 등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정도일 뿐이라는 얘기도 있고, 대중들에게 꽤나 사랑 받는 작가가 하도 가난해서 국가 지원을 받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작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읽어 보면, 글밥 먹기 힘들다는 애기가 꼭 빠지지 않는다.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서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33명이 글밥 먹는 일에 대해서 얘기 한다. 때로는 에세이로, 때로는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된 이 이야기에서도 여유 있다고 얘기하는 작가는 몇 되지 않는다. 해외 판권이 팔리고 소설의 영화 판권이 팔린 닉 혼비 정도만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작가로서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렇다고 벼락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여유 있어진 재산은 자폐증이 있는 아들을 평생 부양하는 데 쓰일 듯 하다.
그들의 빛나는 재능에 비해서 어두운 경제적 현실은 큰 대비가 되었다. 소설가의 재능이 있지만 포로치스타 하크푸르는 몇 주째 돈이 없어 울고 있고,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갈 차비를 빌려야 했고, 주머니에 있는 돈은 과자 하나 살 수도 없는 정도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와일드>를 쓴 셰릴 스트레이드는 책을 써서 돈을 벌 때마다 카드 빚을 갚아야 했고, <와일드>의 북 투어를 하는 동안에는 예금 계좌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집세용 수표가 부도가 나기도 했다.
<
나쁜 페미니스트>의 록산 게이는 작가에게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성공한 작가임에도 학교에서 가르치고, 강연을 다니면서 글을 쓴다. 작가로서의 수입은 고작 30퍼센트에 불과하다. 비슷하게도 만줄라 마틴은 글 쓰는 인생이 하나의 공상이라면 본업을 그만두는 것은 또 다른 공상이다라고도 했다.
그리고 뉴욕 뿐 이겠냐 만은 백인 남성에게만 우호적인 뉴욕 작가 세계에서 유색인종, 여성, 성 소수자의 경우는 더 사정이 좋지 않은 듯 했다. 여성 작가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친절하게 북 콘서트를 위해 쿠키를 굽고, 흑인 작가는 아주 오랫동안 에이전트의 수정 요구에 시달리며 책을 출간하지 못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주제의 글을 써서 많은 부를 누리는 여성 작가는 평론가들의 악평에 시달리며 자신의 어린 시절에 생긴 트라우마를 키워야 했다.
요즈음은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아 보인다. 블로그나 브런치 등에 글을 쓰는 사람도 많고, 독립출판도 성황이다. 글을 발행하거나 책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 만큼,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글 쓰는 삶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을 듯 하다.
이 책은 그 로망에 현실의 렌즈를 들이댄다. 글 쓰는 삶의 실체는 각박하고 처절하다 못해 그들의 실력과 노력에 비해서 잔인하다.
글을 쓰는 데에 관심이 있거나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작가들의 경제 생활의 폐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책을 한 번 읽어봄 직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항상 도서관이나 친구들에게서 빌려 보는 게 우리 집의 암묵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다 보니 내 소유의 책이 너무도 갖고 싶었다.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갖고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영화 한 편 보느니 내 책 한 권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사기 시작했다. 책을 사는 양은 점점 늘었고 내 책 소장 욕구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아 결국 온 방 안을 책으로 뒤덮기에 이르렀다.
그 즈음 한 바보 같은 행동이 많다. 전자책으로 이미 갖고 있는 책을 모르고 종이책으로 또 사기. 이미 산 책을 잊고 또 사려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미 구매한 책이라는 메시지가 떠서 간신히 어이없는 상황 모면하기. 이미 다 읽은 책을 잊고 또 사려고 들춰보다 어쩐지 내용이 낯익어서 간신히 읽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기. 이미 전자책으로 갖고 있거나 예전 판본으로 갖고 있는 책인데, 표지가 예쁘게 디자인되어서 새로 나왔다는 명목으로 또 사기.
책 욕심도 많고, 갖고 있는 책이 너무 많아 파악도 잘 안 되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알게 되었다. 책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두번쯤은 이런 바보같은 일들을 한다는 것을.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데비 텅은 책 덕후를 위한 이 책에서 나보다도 더한 책 사랑을 보여준다. 잠도 잊고, 먹는 것도 잊고, 길 가면서도, 파티에서도 책을 본다. 물건 정리를 이것 저것 해도 책 만은 절대 정리하지 않고 지킨다.
책을 좋아하지만서도 바빠지면 책 읽는 시간이 할 수 없이 줄어드는 나로서는 한 가지 따라해보고 싶은 게 있다. 앉은 자리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꼼짝않고 차 한 잔만 옆에 놓고 책 한 권 다 읽기. 어려서는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기도 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짬 시간에 주로 읽는 터라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 그렇게 읽는 책이 제일 재미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욱 부럽다.
공감 가는 대목도 많았다. 주문한 책이 온 날은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아무리 낮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해도 새로 받은 책을 뜯어서 읽을 때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버린다. 그리고 난 더욱 책을 파고들게 된다.



데비 텅은 주로 소설책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가 추천하는 책을 일러스트로 그려 놓은 페이지를 보고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도 인상적으로 읽은 소설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취향도 비슷한 듯 하니, 그의 추천 도서를 전부 독파하기로 했다. 즐겁게 할 일이 또 생겼다.



그야말로 못 말리는 책 덕후의 카툰 에세이를 보며 책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책 덕후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는 비싸고, 좋아해도 가질 수 없는 물건들이 많은데, 책 한 권쯤 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조그만 책이 책 덕후들에게는 세상을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주니, 우리에게는 행복해지는 일이 아주 간단하다. 좋아하는 책 한 권과 그 책을 펼칠 수 있는 십 분 남짓의 작은 시간 조각을 가질 수 있다면 우주를 가진 기분이 되는 사람이라면 데비 텅이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플루언서의 글쓰기 - SNS 글쓰기는 문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다!
스펜서 지음, 임보미 옮김 / 그린페이퍼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을 쓰느라 지속적으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지만, 사실 포스팅 자체에 그렇게 공을 들여본 적은 없다. 서평을 쓰기에 급급해서 멋진 사진을 넣어본다거나, 편집을 눈에 잘 띄게 할 여력까지는 없었다. 심지어 자간이 너무 좁게 설정된 것도 잘 인식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평을 쓰는 사람들 중에는 인터넷 상에서 글을 읽기에 적합하게 편집해서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감성적인 무료 사진도 간간이 내용에 맞게 넣어주고, 책에서 발췌한 구절은 따로 서식을 적용해 눈에 띄게 편집한다. 아무래도 그런 글에 한 번 더 눈이 가고, 좋아요를 누르게 된다. 그러면서 가끔 궁금하다. 저렇게 멋지게 편집하려면 얼마나 공이 들까. 나는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
인플루언서의 글쓰기>에서는 중국의 SNS 인플루언서 Spenser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인터넷 시대에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주목 받을 수 있는지 말해준다. 일단 지속적으로 포스팅하는 노력을 기울이라고 한다. 그의 SNS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성실성이다.
그는 글쓰기에 대해서도 여러 팁을 전해준다. 제목은 시선을 끄는 것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을 떠난 후 3>이나 <조직을 떠난 사람,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좋지 않다. <조직을 떠난 후 3, 내 수입은 100배 늘어났다>는 호기심은 불러 일으키지만 화제성이 떨어진다. 그가 최종 결정한 제목은 <조직을 떠난 지인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였다. 이 제목을 본 사람들은 지인이 왜 후회하지 않는지 궁금해하고, 정말인지, 믿을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 이 제목을 본 사람 중 특히 직장인은 클릭을 할 수밖에 없다.

공감을 일으키는 제목은 대개 특정 집단의 통점이거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 클릭하고, 내용을 보고 공유한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어떤 제목은 공유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p. 117)

이렇게 고심해서 제목을 지었으면 본문을 디자인할 차례다. 탄탄한 논리를 담아야 한다. 감정적인 색채와 감각기관의 디테일을 담은 훌륭한 스토리를 녹여 내어야 한다. 독자에게 감동을 안기며 강한 인상을 주는 아름다운 결말로 끝난다면 더 좋다.
인터넷에서 인기 글이 되는 비결은 돌발적인 이슈에 대한 글을 쓰거나 영원한 통점을 건드리는 글을 포스팅하는 것이다. 돌발적인 이슈를 다룰 때는 시간이 중요하다. 이미 여러 사람이 글을 올린 후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진다. 이슈가 생기자 마자 바로 글을 써서 올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포스팅하는 시간 역시 중요하다. SNS에 접속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은 오전 7~9, 정오에서 오후 2, 저녁 6~8, 저녁 10시 이후다. 그 때 올려야 보는 사람이 있다. 또 각 시간 대마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글의 종류는 다르다. 자기계발 성격의 글은 오전에, 유머성 글은 저녁이 좋다.
Spenser
의 인터넷 시대 글쓰기론을 읽다 보니 그는 참 많은 노력을 들여서 글을 하나 하나 포스팅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로 사업 기회도 잡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만큼 그의 조언은 하나 하나 버릴 게 없다.
내 블로그에 방문자가 좀 많았으면 하면서도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인플루언서의 글쓰기를 적용해보련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르몬과 건강의 비밀 - 한번 알아두면 평생 써먹는 호르몬 건강법
요하네스 뷔머 지음, 배명자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창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였다. 힘들다고 생각한 지 이미 몇 달이 지나 있었다. 버티고 버텨도 끝나지 않는 듯 했다. 그 즈음 한 건강검진에서 호르몬 불균형이 나왔다. 그 외에도 이상 소견이 아주 많았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호르몬 불균형이었다. 무슨 호르몬이 부족한지, 뭐가 과한 지 그런 건 따로 없이 그냥 호르몬 불균형이라니. 그리고 그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
호르몬과 건강의 비밀>에서 그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었다. 소마트로핀에서 에스트로겐, 옥시토신, 멜라토닌, 인슐린, 코르티솔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대표적인 호르몬 몇 가지를 설명하고, 그 호르몬이 부족했을 때와 과할 때의 증상, 그리고 호르몬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해야 할 건강한 방법을 설명했다.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것은 멋진 차, 승진, 좋은 집, 갖고 싶었던 선물 등 외부적인 요인이라기 보다는 우리 몸 속의 호르몬이다. 행복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부족하다면 우리는 어떤 것에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 기분부터 행동, 동기까지 우리의 거의 모든 것을 호르몬이 지배한다. 그리고 이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어야 우리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호르몬 부족 또는 초과로 생기는 증상은 아주 다양하다. 성장호르몬인 소마트로핀이 부족하면 아동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지만, 성인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체지방량이 많아지고 골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 소마트로핀이 충분히 분비되게 하기 위해서는 활동량을 늘리고,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충분히 자며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호르몬을 합성할 때와 호르몬이 작용할 때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영양적으로 균형잡힌 식사는 아주 중요하다.
호르몬이지만 비타민으로 불리는 비타민 D는 결핍되기 아주 쉽다. 일주일 간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면 바로 비타민 D 결핍이 된다. 햇빛이 줄어드는 가을부터 조심하는 것이 좋으며 한국 여성의 93퍼센트가 비타민 D 결핍이라는 통게가 있다고 한다. 비타민 D 합성을 위해서는 소량의 지방과 햇빛이 필요하다. 점심 나절의 햇살이 가장 좋다.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아드레날린에서 코르티솔로 바뀐다. 코르티솔 수치가 너무 높으면 해마가 손상되고 뇌의 신경 세포가 빨리 노화한다. 성장, 면역방어,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 근육과 뼈가 분해되고 궤양이 생기며 수면 장애도 생긴다. 예전의 내가 이 경우였던 것 같다.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유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여가 시간에도 말이다. 모처럼 생긴 휴가를 알차게 보내려고 애쓰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할 일이 쏟아지는 경우, 이런 해결방법은 꿈 같은 얘기다. 그런 경우 하루의 리듬을 규칙적으로 지키는 것이 좋다. 수면, 식사 시간을 지키고 운동을 하며 긴장을 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경우 그 즈음에는 밥 먹고 잠 잘 시간도 없었으니, 역시나 그런 스트레스 상황에서 쉽지는 않지만 시도해볼 만 하다.
이 책은 다이어트하고 싶은 경우, 불임인 경우, 허기가 몰려 오는 경우 등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상담한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누구나 호르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호르몬은 식생활,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잘 관리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처럼 호르몬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뿐 아니라 좀 더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독할 만 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 국어나 영어 같은 과목보다 수학이나 과학을 좋아했다. 애매모호하지 않고 명확하게 답이 나오는 게 좋았다. 딱 떨어지는 답을 내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졌다.
여기 수학을 사랑하다 못해 소수와 사랑에 빠지고, 수식의 아름다움에 헌신한 박사가 있다. 수학박사이고 대학 교수였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이 1975년까지만 온전하다. 1975년 이후로는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여태까지 같이 있었던 사람이라 해도 80분이 지나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 박사의 집에 주인공이 가사도우미로 일하러 간다. 처음에는 박사가 수학공모전에 제출할 문제를 풀고 있을 때 말을 걸어, 방해된다고 혼이 나기도 했지만 점차 박사가 건네는 수학 이야기에 빠져든다. 박사는 모든 것을 숫자로 이야기한다. 처음 보는 가사도우미에게 신발 사이즈부터 묻는다. 24라 답하면 박사는 4의 계승이라고 말해주고 전화번호를 물어 576-1445라고 답하면 57614451에서 1억 사이에 존재하는 소수의 개수라고 말해준다.
가사도우미 나는 사실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어 집을 나와 아이를 낳고 나서 계속해서 가사도우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나 박사의 수학 강의에 빠져들며 역시나 수학과 사랑에 빠지고 박사에게 각별한 애정을 느끼게 된다.
박사는 또한 나에게 열 살짜리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자, 아이는 엄마와 함께 있어야 한다며 박사 집에서 일하는 동안 아들을 데리고 있으라고 한다. 아들이 찾아오자 루트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주고 사랑해준다.
루트와 박사 사이에는 야구를 좋아하고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연결 고리도 있었다. 그러나 박사는 1975년 전에 뛰었던 선수인 에나쓰만을 기억하고 루트는 에나쓰를 모른다. 그러나 나와 루트는 박사가 당황하지 않게 에나쓰 선수가 트레이드되고 은퇴했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고 같이 야구를 즐긴다.
가사도우미와 박사 간의 애틋함, 그리고 루트와 박사 간의 따뜻한 사랑, 이들의 우정 사이에 80분의 벽이 있다. 80분 후면 나와 루트는 다시 자기 소개를 해야 하고, 박사는 이미 이들을 잊었다. 같은 말을 몇백번이고 짜증도 내지 않고 되풀이하며 이들은 돈독한 관계를 쌓아간다. 박사는 영원히 이들을 영구적으로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슬픈 일이지만, 그러면서도 이들은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된다.
소설 중간 중간에 나오는 기본적인 수학적 지식과 잘 알려지지 않은 수학적 사실이 소설 스토리와 얽혀 들어가며 박사와 가사도우미간의 애정, 그리고 이들의 공통적인 수학에 대한 사랑과 어우러진다. 박사의 루트에 대한 사랑도 하나의 큰 줄기를 이룬다. 결국 루트는 박사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불행한 병에 걸린 박사와 이들의 이야기는 슬픔을 남기며 감동적으로 끝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잠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참으로 독창적인 소재와 설정에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였다. 학창 시절 수학을 싫어했던 사람이라도 이 소설에는 주체할 수 없이 빠져들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