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수집가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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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본 적은 없다. 누군가는 아동 도서 중에서도 너무 좋은 것이 많다고 하고, 누군가는 청소년 도서를 읽는 게 취미라고 한다. 성인용 그림책으로 먼저 그림책을 접했던 나도 <순간 수집가>를 읽고 아이들 책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부서졌다. 아이들 책에는 별 내용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자 여느 성인용 베스트셀러 못지 않은 감동이 밀려왔다. 단순히 동심을 깨운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정말로 이 책에 빠져들어 버렸다.

<순간 수집가>의 주인공은 바이올린을 켜는 뚱뚱하고 구닥다리 철제 안경을 낀 소년이다. 그의 가족이 갖고 있는 집에 막스 아저씨가 세 들어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화가인 막스 아저씨는 아무에게도 작업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소년의 집에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린다. 소년은 막스 아저씨의 작업실에 가서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아저씨와 친구가 된다. 아저씨는 종종 훌쩍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곤 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소년에게 눈 코끼리라거나, 하늘을 나는 차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소년의 바이올린 소리를 좋아하며 예술가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아저씨는 또 다시 여행에 떠나며 소년에게 작업실에 들어가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작업실에는 아저씨의 모든 그림이 쪽지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평소에 작업할 때는 절대 보여주지 않던 그림들을 소년을 위해 모두 공개해준 것이다. 소년 만을 위한 전시회에서 그는 쪽지를 읽으며 그 그림을 하나 하나 감상한다. 아저씨가 여행에서 보고 들어, 소년에게 이야기해주던 것이 모두 그림 안에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돌아온 아저씨는 이제 그 곳을 떠나기로 했다. 소년은 슬퍼했지만, 얼마 후 소년에게 그림이 배달되었다. 그리고 그 그림은, 아저씨의 그림에 대한 수수께끼를 모두 풀어내는 멋진 그림이었다. 막스 아저씨가 수집한 소년과의 순간이 모두 그림에 녹아 있었다.
초등 저학년 정도의 눈높이에서 써진 책이지만, 이 책의 아름다운 그림과 결말 부분의 감동은 성인이 즐기기에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나도 아동 서가를 뒤적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읽기에도, 성인이 읽기에도, 너무나 멋진 독서 경험을 선사해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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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나를 위로한다 - 몸의 모성으로 나를 돌보는 12가지 몸챙김의 지혜
남희경 지음, 문요한 추천 / 생각속의집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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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마인드풀니스, 또는 마음챙김이라고 하는 것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나도 책으로 접해보기도 하고, 마인드풀니스를 하도록 안내하는 앱을 다운 받아서 자기 전에 해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완이 잘 되어서 자기 전 하면 아주 좋았다.

이 책은 마인드풀니스가 아니라 바디풀니스. 몸에서 시작하는 치유를 주장한다. 무엇보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무용을 전공했던 남희경 저자는 이후 미국에서 무용동작치료를 배워 심리치료사로 일했다. 저자 자신부터 춤을 추며 몸에서 시작되는 치유를 경험한 듯 하다.
그는 몸이 모성이라고 주장한다. 생애 초기 가장 원초적인 사회적 연결도구가 촉감이며, 자기 자신이 몸을 도닥여 주는 것도 모성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안에는 동생이 태어나며 결핍되었던 엄마의 보살핌, 유학 가서 의지하던 존재와 결별했을 때의 아픔, 둥지를 떠날 때 가졌던 죄책감 등의 저자 자신의 상처와 상담실에서 만난 사람들의 상처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할 몸챙김연습이 매 챕터 후반부에 실려 있다. 자신이 자신에게 피부 접촉을 시도하고, 때로는 흔들어보기도 하고, 두드려보기도 한다.
마음에서 비롯된 상처가 몸의 질병으로 나타나고, 그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다시 몸의 언어를 배워 종국에는 마음까지 치료하는 과정이 아주 새롭게 다가왔다.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에는 마음이 힘들 뿐 아니라, 몸도 잘 돌보지 않게 된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며, 스트레스 받는 일을 어떻게든 해내려 하던 시기에, 나도 상당히 아팠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마음과 정신이 중요하다고 해도 결국 몸 안에 정신이 깃들기 마련. 몸의 본능과 욕구를 이기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소모적이며 부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마음의 근원인 몸으로 돌아가서 치유를 도모하는 이 책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가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챙김연습도 해보았다.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할 때, 어디 산책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들듯이, 상처받은 영혼들이 이 책으로 조금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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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의 첫 책
토머스 울프 지음, 임선근 옮김 / 걷는책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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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가 첫 책을 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막연히 내 책을 내는 것에 대해 로망이 있는 내게, 이 책은 토머스 울프의 경험을 사실적이고 자세하게 들려준다.

사실 토머스 울프란 작가는 국내에 번역본이 나와 있지 않다. 소설 작품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가 번역된 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절판되었다. 그의 유일한 한국 번역본이 이 책인 셈이다. 그의 소설 작품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이 에세이만으로도 그의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다.
토머스 울프는 소설을 쓸 때, 엄청난 양의 글을 썼다. 하나의 장면을 묘사하는 데 아주 많은 양의 글을 써 내려갔다. 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메모, 묘사, 정보 등을 엄청나게 써대며 소설을 준비했기 때문에 편집자 퍼킨스는 토머스 울프의 글을 대량으로 잘라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잘라내지 못한 듯 하다.
그의 이 에세이도 아주 문학적인 문장이 많고 만연체가 많다. 반 페이지 정도가 한 문장인 경우도 있었다. 가독성이 좋은 책은 아니지만, 나름 매력있는 문장이 많았다.
토머스 울프가 첫 책을 성공적으로 내고, 드디어 행복해졌냐 하면, 그건 전혀 아니었다. 그의 경험에 기반한 소설을 썼는데, 그의 고향에서 토머스 울프를 맹비난했기 때문이다. 소설은 소설일 뿐인데, 고향 사람들이 자신들을 악의적으로 묘사했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는 심지어 오랫동안 고향에 돌아가지도 못했다. 고향 사람들의 협박과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게다가 다음 작품에 대한 초조함까지 느껴야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차기작을 내지 못하고, 차기작에 대한 질문만 받아도 예민해지는 지경이었다.
첫 작품이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경우, 평론가들은 종종 그 작가는 더 이상 쓸 게 없을 거라고 단정하는 듯 하다. 그게 얼마나 토마스 울프에게 상처가 되고 신경쓰이게 했는지 알 것도 같다.
그러나 토머스 울프의 작품 세계관은 단연코 자신의 내부에 있는 것을 길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모든 진지한 창작물은 그 바탕에 자전적 요소를 깔고 있으며 작가가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를 창작하려 한다면 자기 삶에서 얻은 소재나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p. 32)


자신 안에 해야 할 이야기들이 차오르는가? 그것이 작가의 작품 활동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결정짓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글쓰기가 중노동이라는,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하는 중노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누구든 좋은 작품을 완성하려면 온 힘을 다해 집중해야 하며, 간혹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우연한 영감에 의지하지 말고 목적 달성을 위해 열심히, 끊임없이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 144)


그 속에서 급류처럼 흘러 넘치는 글을 모두 적고, 그 다음에는 그가 쓴 많은 것들을 줄이고, 잘라내고, 버리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을 듯 하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글을 대량으로 잘라낼 때 심리적으로도 힘들었을 듯 하다.
작가가 되는 건, 요즈음 많은 사람의 꿈인 것 같다. 작가의 길이 모두 토머스 울프의 것과 꼭 같지는 않겠지만, 한 진지한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대리체험을 해 볼 수 있었다.
언젠가 나도 내 안에서 급류처럼 글이 쏟아질 지는 잘 모르겠다. 글쓰기 강의를 가끔 수강해보기도 했는데 글 쓰는 게 재미있으면서도 쉽지 않았다. 무명 작가가 첫 책을 낸다는 것. 이런 커다란 사건 속에서 토머스 울프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느꼈으며 어떤 경험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아주 진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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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 - 하루 3분 눈 요가로 건강한 눈을 100세까지
혼베 카즈히로 지음, 강철호 옮김 / 어바웃어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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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눈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각이든 미각이든 모두 다 중하지만, 무엇보다 내게 필요한 건 시각이다. 생업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도 시각이고, 독서, 프랑스 자수, 가죽 공예 등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에 꼭 필요한 것도 정상적인 시력이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심한 근시와 난시가 있어 거의 평생 안경이나 렌즈를 꼈다. 거기다 노안이나 백내장, 녹내장 등까지 온다면 정말 끔찍할 듯 하다. 다행히 이 책에서 늙어서까지 눈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노안이라면 누구나 겪는 것이고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혼베 카즈히로는 노안도 관리만 잘 하면 피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 이유는 눈에도 초점을 맞추기 위해 아주 작은 근육이 있고, 눈의 대사를 위해 혈액이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눈 요가를 제안한다. 지압을 하거나 따뜻하게 해주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눈을 이쪽 저쪽으로 움직여 안구 속 작은 근육을 단련해준다.



노안 외에도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을 설명하고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소개한다. 개중에는 복잡한 문양의 가장자리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는 것도 있고, 손이나 발을 마사지하는 것도 있다. 그런 활동이 눈 건강을 지켜주고 때로는 시력을 회복시켜 준다니 무척이나 놀랍다.
피곤하면 눈부터 뻑뻑해지고, 좀 무리하면 어렸을 때나 나던 다래끼가 생겨 고생하는 와중에 눈 요가를 해봤다. 피로했던 눈이 가볍고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의 초점 조절력을 키워준다는 훈련도 해봤다. 버스 안이나 지하철 안에서 간판의 글자를 읽는데, 큰 글자와 작은 글자를 번갈아 보고, 가까이 있는 표지판과 멀리 있는 표지판을 번갈아 본다. 눈이 초점을 맞추기 위해 애쓰는 것이 느껴졌으며, 하면 할 수록 초점이 좀 더 빨리 맞는 게 느껴졌다.



피할 수 없는 노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노안이나 기타 눈 질병을 막고, 건강한 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 기쁘다.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지만, 최대한 소개된 훈련을 실행해서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왕성하게 책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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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따라 그리는 수성펜 풍경화 - 다짜고짜 수성펜
김정희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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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가. 플러스펜으로 그린 간단한 수채화가 SNS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곧 플러스펜의 제조사 모나미에서 플러스펜 수채화 원데이 클래스가 열렸다. 그 클래스에 무척이나 가보고 싶었는데, 내가 찾아봤을 때는 이미 마감이었다.

그 이후로 플러스펜 수채화가 더 많이 보이고, 관련 책도 쏟아진 데다 모나미에서는 36, 48, 60색에 이어 피그먼트 잉크가 든 60색 드로잉 용 플러스펜 세트를 줄줄이 선보였다. 가히 플러스펜 수채화가 수채화 종류의 하나로 자리잡는 느낌이다.
<
쉽게 따라 그리는 수성펜 풍경화>는 바로 그 모나미 원데이 클래스에서 강의했던 김정희 작가가 쓴 책이다. 원데이 클래스는 못 갔지만, 김정희 작가의 노하우가 묻어난 책으로도 충분히 플러스펜 수채화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의 목표는 풍경화를 그리는 것이지만, 얇디 얇은 플러스펜으로 그린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캔손 몽발 중목 엽서지를 사용한다. 엽서지에 그리니, 다 그려서 뒤에 편지를 적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좋을 듯 하다.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던 만큼, 플러스펜 수채화를 그릴 때 좋은 팁도 소개되어 있다. 다른 책을 보며 플러스펜 수채화를 그려본 적이 있는데, 플러스펜으로 그은 선을 붓으로 문질러 녹여도 선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 말리고 나서 다시 한번 그어 물로 문질러 주라는 등의 좋은 해결책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는 먼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케이크, 아보카도, 초코쿠키, 고래 등의 귀여운 그림으로 기본기를 다진다. 그림마다 참 아기자기하다.



뒷 부분에서는 본격적으로 풍경화를 그린다. 집이라거나, 저녁노을이라거니, 바다, 숲 등을 그린다. 간단한 그림은 36색으로 충분핮지만, 풍경은 48색을 권장한다.



이 책을 다 훑어보니 그렇게 가 보고 싶었던 모나미 원데이 클래스에 다녀온 기분이다. 요즈음, 그림용 플러스펜으로 픽셀아트 컬러링만 했었는데, 오랜만에 엽서지를 꺼내 풍경화를 그려 봐야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 엽서를 띄우는 행복한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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