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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산다는 것 - 김혜남의 그림편지
김혜남 지음 / 가나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등의 책을 읽어 온 나로서는 김혜남의 그림편지라는
이 책의 형식에 살짝 갸우뚱했다. 책 안에는 스마트폰으로 그린 간단한 그림이 실려있고, 그 옆에는 그림과 관련된 짧은 글이 실려있다. 아무리 길어도 두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편안하게 읽혔다. 글도 감성적이서
좋았다. 그렇게 책장을 훌훌 넘기며 그림과 글을 즐기다 추천의 글을 읽고야 깨달았다. 서서히 몸과 마음이 굳어져, 몸을 움직일 수도, 감정을 절절히 표현할 수도, 오랜 시간 집중할 수도 없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저자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책의 형식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히 좋았다.
사실 그 어떤 신체 건강한 사람의 그림과 글 보다도 좋았다. 떨리는 손으로 그린 거친 터치의
그림이었지만 그 안에는 그 그림만의 느낌이 오롯이 있었다.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글은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밤에 책을 펼친 날 슬며시 웃음짓게 했다. 그림과 그에 곁들인 글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글을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그림을 보며 깨알같은 재미를 느꼈다.
투병 생활에서 길어올린 소중한 글 한 조각, 치료자로 일하면서 느낀 점들, 가슴이 아픈 날에 도움이 될 만한
글 모두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보며 든 또 한가지 생각이란, 그림을 배운 적이 없고 단지 그림이 좋아서, 게다가 투병 중에 스마트폰에
그린 그림이 이렇게나 좋으니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신감이었다. 그림에 대한 로망이 있어, 가끔 그림을 그리곤 하는 나도 이런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주는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