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밑줄 - 김경집의 인문 아포리즘
김경집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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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밥이다>로 만난 김경집 님의 <인생의 밑줄>을 읽는다. 아직은 에세이를 읽을 나이가 아니라 믿고 산다. ‘김경집의 인문 아포리즘이란 글이기에 선택했다. ‘지적 산만함의 완성은 아무나 지니는 게 아니라는 작은누나의 말에 공감하며 읽는다.

나에게 남겨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가 만든 잠언을 눈감고 읽어본다.

나머지는 잊더라도 기억할 여섯 가지다.

굴욕은 견뎌내면 디딤돌이 되지만 굴복하고 타협하면 끝내 부끄러운 비문(碑文)이 된다.

나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깨뜨리는 것, 두렵기는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 끝내 포기하지 않는 꿈이 갖는 것이 삶에 대한 예의다.

그저 줄인다고 단순해지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걸 알아야 쓸데없는 걸 버릴 수 있다.

나이 드는 게 아니라, 생각이 낡아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싱싱한 생각으로 진화하면 그깟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논리와 근거가 확보되었을 때까지 말을 아끼는 것, 그것이 철학적 태도의 핵심이다.

몸은 노쇠할 수밖에 없다. 정신은 시대정신과 미래 의제를 고민하며 열려있는 한 녹슬지 않는다. 신체의 늙어감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정신이 낡고 퇴행하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

 

프롤로그

, , 앎의 너비와 깊이는 다소 다를지라도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자연에 순응하고 조화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낭만적인 삶일 거라는 문장에서 량수밍을 문화의 적응을 떠올린다. 젊음은 의무의 삶이고 중년은 권리의 삶을 산다. 지혜를 누릴 시간이라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I am not what I was)

 

1부 깨뜨려서 지키는 삶

내 안에 뿌리박힌 두려움이야말로 가장 조심해야 할 적이다. 상처를 받기도 전에 상처를 입을 것 같은 생각이 들면 미리 물러설 마음의 통로를 찾는다. 그게 인생 비극의 시작이라면 결국 그 비극은 내가 만드는 셈이다. 멈춰 있지 않으면 새로운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말 잘 듣고 안전하게 사는 법을 배워 산다면 표절의 삶이다. 그런 삶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자랑스러운 것도 아니다. 혁명은 기존의 낡은 질서와 제도, 방법을 깨뜨리는 것(나이팅게일과 샤넬의 삶). 내가 혁명의 삶을 살지 않았다고 남의 삶의 혁명을 가로막는 건 월권이다.

도전은 청춘만의 몫은 아니다. 중년은 은퇴라는 저격수의 매복을 피해 삶을 대전환해야 할 도전과 맞서야 한다. 도전 성공 확률이 1%라도 로또 당첨 확률보다는 높다.

열정은 언젠가는 식고 사윈다. 그러나 사라지는 게 아니라 깊어지고 길어진다.

부러워하기만 하면 끝내 못한다. 이제 저지르는 일이 두려운 것도 없지 않은가(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두려운 것은 늦은 나이가 아니라 그것을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자기비하 때문이다. 석 달만 참으면 어느 정도 수준에 달한다. (저자의 수영)

삶이란 눈길을 걷는 것이다. 또렷한 흔적이 남기에 함부로 밟을 수 없는 길.

스콧 니어링 : <전쟁: 계획된 파괴와 대량 살상>으로 전쟁이 그들에게 명성과 권력과 부로 통하는 명예롭고 신속한 길이자 대내외 정책을 결정하는 데 사용하는 주 무기라는 점을 찾아내기까지 끊임없이 물었다. 이는 <전쟁은 사기다>를 쓴 스메들리 버틀러와 같은 생각이다.

플라톤도 공자도 내가 아니다. 철학자를 먼저 찾기보다 내 문제를 먼저 던져야 한다. 질문하는 나 자신이 먼저다. 결국 내가 묻는행위가 바로 철학이다.

흔들리지 않는 삶은 없다. 어른의 삶이라고 어찌 방황하지 않겠는가. 흔들려도 불안하거나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힘이 후반부 삶의 방황을 버텨내고 이겨내게 할 것이다. 오늘은 살아온 삶에서 가장 늙은 시간이지만 살아갈 삶에서 가장 젊은 시간이다. 어찌 평탄한 길만 있을까. 오르막 내리막 곧은 길 굽은 길 가는 거다. 가다 보면 그곳에 다다를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을 향한 태도내가 나에게 굴복하지 않는 힘을 키워야 부당한 외부의 강요에도 저항하고 맞서 싸울 수 있다.

솎아내야 할 것을 때맞춰 제거하지 않으면 전체를 버려야 할 시간이 온다.

배움의 시작은 타인으로부터, 배움의 완성은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배움의 가장 큰 또 다른 기쁨은 독립이다. 무지하면 어쩔 수 없이 남의 말을 따른다.

고독은 쓰리고 아프고, 외롭고 쓸쓸한 게 아니다. 온전히 나에게 몰입하고 내면에 말을 거는 완벽한 충실함이다. 고독은 내가 온전히 나의 주인이 되는 조건이다.

 

2부 오름 같은 사람이라면

말에는 논리적이고 이성적 근거인 로고스, 정서적 호소와 공감인 파토스, 화자의 신뢰성인 에토스가 필요하다.

지금 내가 누리는 권리는 언제 어디선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얻은 선물이다. (여성참정권: 에밀리 데이비슨, 에멀린 팽크허스트) 우리는 다음 세대에 무엇을 마련해 줄 것인가.

누구나 힘겨운 이를 겪는다. 그러나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끝내 자신의 가치를 지켜낼 때 그의 삶에 향기가 담긴다.

자식이 내게 준 기쁨과 환희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살아온 세상에 맞춰 아이를 재단하지 말 일이다.

아침의 햇살과 저녁의 햇살이 다르듯 사람도 그렇다. 늘 일관적이라고 자랑할 것도 아니다(無變應變) 나중에 시니어 독서 클럽을 만들자.

남이 알아주는 것으로 내 삶이 좌우될 수 없다.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 서슬 퍼런 칼은 단칼에 자르는 매력이 있지만, 그 날에 제 살도 벨 수 있다.

끈 떨어진 추사에게 변함없이 존경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상적. 셈이 앞서 사람을 잃는 것보다 안타까운 건 없다. 때로는 내 삶의 가치가 그런 사람의 존재 유무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모든 죽음의 가치가 동등한 것은 아니다.

 

3부 기계의 시간에서 자연의 시간으로

마르틴 하이데거 :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어휘 하나가 삶의 질을 결정하기도 한다. 나잇값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언어의 품위를 지녀야 한다. 말이 예의를 벗으면 그 인격이 발가벗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본질은 잊고 거죽만 보는 일에 나를 몰아넣는 건 매우 느린 속도의 자살이다. 삶이건 일이건 어떻게를 묻기 전에 를 먼저 물어야 한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계속 유보한다면 행복은 영원히 접근 불가의 영토로 고립된다.

큰 욕심 내지 않는다면 사는 데 크게 지장 없을 수 있다. 위축될 까닭이 없다.

인심은 지갑에서 나오지 않는다. 배움의 창고가 넉넉해도 저절로 나온다. 그게 인격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피해를 답보한 탐욕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돈에 굴복하는 법을 먼저 배우기 때문이다. 지혜와 여유는 같은 집에 사는 가족이다.

상대가 만만하게 들어오지 못하게 빈틈없이 보이는 건 내가 나갈 출구도 함께 틀어막는 것이다.

명료한 게 최상은 아니다. 때로는 어중간도 있다.

모질게 살 것 없다. 균형만 잃지 않으면 된다.

설렘이 없으면 삶은 단순히 의무가 된다.

 

조지프 코클린 교수의 말은 다른 관점이 갖는 통찰이다. : ‘장수 경제개념 창시자. “인류 역사에서 이렇게 많은 고학력의 자본력을 갖춘 노인이 출현한 적이 있는가?”

 

<인생의 밑줄>은 한겨레 출판에서 20199월에 본문 303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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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지적 전투력을 높이는 독학의 기술
야마구치 슈 지음, 김지영 옮김 / 앳워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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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내 생각과 저자의 생각이 같을 때 반갑고, 아쉽다. 내 생각을 잘 정리해 저자보다 먼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늦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슈의 두 번째 책이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는다. 먼저 읽은 그의 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책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나는 철학도 삶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에 따라 유용한 책으로 생각했고, 슈의 두 번째 책을 읽었다. 출판계나 독서 인구를 생각하면 일본에 뒤지고 있는 게 현실이고, 공산품에서 성과를 낸 것처럼 몇 년 안에 따라잡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안타깝다. 일본의 폭넓은 독서 문화가 있기에 야마구치 슈류의 책이 번역되어 나오는 것이다. 불매 운동과는 다른 각도에서 일본의 출판계와 작가들을 보아야 한다.
부제인 ‘지적 전투력을 높이는 독학의 기술’이 어색하다. 철학과 독학이 삶의 무기가 된다는 슈의 판단에 공감한다. 독학이라면, 형편이 좋지 못해 정규 학교에 다니지 못한 사람이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 통념을 벗어나 있다.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를 바라며 지은 책이다. 더불어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퇴직 후 30년가량을 살아가야 한다면, ‘독학’을 실행하는 것이 의미가 클 듯하다.
야마구치 슈는 인간에게 인풋 된 정보의 90퍼센트 이상을 망각한다는 전제와 지식의 감가상각이 급속한 시기에 독학을 시스템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략, 인풋, 추상화 및 구조화, 축적’이란 네 가지 모듈로 이루어진 시스템으로 본다. 추상화 및 구조화는 ‘융합’으로, 축적은 ‘활용이나 문제의 해결’로 바꾼다면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독학’이 필요한 까닭으로 네 가지를 열거한다. 첫째,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급속히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 (그러니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주입해야 한다) 둘째, 지금의 구조를 근본부터 뒤집는 혁신의 시대가 도래했다. (혁신의 시대에는 자신의 전문 영역이나 커리어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예로 스마트폰의 출현을 들어준다) 셋째, 노동 기간은 길어지고 기업의 전성기는 짧아진다.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퇴직 시기의 늦춤, 기술 혁신 등이 원인이다. 물마루를 잘 갈아탈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두 개의 영역을 아우르고 결합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한 시대다. (신은 새로운 결합에 의해 이룩된다는 슘페터의 견해, 교양 교육을 중시하는 하버드나 스탠퍼드의 경향) 독학으로 전문 지식과 견문을 얻어야 한다. 경계를 크로스오버할 때 자유롭고 유연한 정신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게 교양이다. 전문화가 진행 될수록 전문성의 경계를 넘어 움직일 수 있는 정신 능력이 중요해진다.
지적 생산을 최대화하는 독학의 메커니즘 :
독학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네 개의 모듈을 정의하면, 전략이란 ‘어떤 테마에 대해 지적 전투력을 높이고 싶은지 그 방향성을 생각하는 것’이다. ‘테마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첫 번째란 거다. 인풋은 전략의 방향성에 근거해 책과 기타 정보 소스로부터 정보를 획득하는 것. 추상화 및 구조화는 인풋한 지식을 추상화하고 다른 것들과 연결 짓는 것으로 나름의 독특한 시사점, 통찰력, 깨달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축적이란 획득한 지식과 추상화 및 구조화로 얻은 시사점과 통찰력을 묶어 세트로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꺼내 쓸 수 있도록 정리해 두는 것으로 본다. 내 나름대로 정리하고 이름 붙인 ‘지사식견해’라는 지식이 지혜로 변해가는 프로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추상화 및 구조화를 思와 見으로 본다. 슈의 ‘축적’은 내게 解와 같다. 사와 견을 독서노트로 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슈의 방법론에 등장한다. 슈도 論語의 思而不學則殆를 인용한다.
“바보는 경험에서 내우고 현자는 역사에서 배운다.” (비스마르크)
전략을 세울 때 ‘무엇을 인풋하지 않을 것인가’를 명확히 함을 기억해야 한다. 전략은 타인과의 차별화를 요구한다. 자신이 몰랐던 논리로, 자신이 한 일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고 헤아리며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성장’이다.
광범위한 소스(책과 미디어, 인터넷)로부터 오감을 통해 정보를 얻고 통찰을 얻어내야 한다. 복제품의 인풋은 쓸모없다.
“왜 당신은 타인의 보고를 믿기만 하고 자신의 눈으로 관찰하거나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가?” (갈릴레오 갈릴레이)
추상화 구조화는 정보에서 시사와 통찰을 끌어내야 한다. 효율적으로 지식을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축적)을 구축하라. (디지털과 태그에 주목한다. 유득공의 글 상자, 나의 독서노트가 축적이다)
전략 : 한정된 시간에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무기를 모으는 법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할지를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
다섯 권의 입문서와 다섯 권의 전문서를 읽으면 일정 수준에 이른다. (슈는 보통 책 한 권 읽는 데 대여섯 시간, 정보 파일링에 한 시간으로 계산한다. 하루 한 시간 독서는 일주일에 한 권, 연간 50권 정도의 인풋이 최선이다.) 독학의 전략은 ‘1년간 50권을 어디에 분배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말이다. 독학의 목표는 장르가 아니라 테마여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새로운 조합에 의해 생겨난다. 독학의 전략에서 기억할 일이다. 장르의 선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크로스오버를 통해야 자신만의 독특한 포지션을 만들기 쉽다. 독학의 전략을 세우면 안테나의 감도가 올라간다. 지식은 정리되지 않으면 쓸모없다. 테마에 맞게 축적하라.
인풋 : 쓰레기를 삼키지 않으면서 아웃풋을 극대화하는 방법
지식의 업데이트에 실패하면 꼰대의 해약을 일으킨다. 교양을 위한 독서 시간은 수십 년 단위가 되고, 장르도 다양하다. 교양서를 읽으면 반드시 독서노트를 남겨라. 인풋은 단기적 시각으로 족하다. 지식의 창조나 혁신은 예정조화하지 않는다. (비행기와 축음기의 발명을 보라. 어디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것에 대한 직감 : 레비스트로스의 ‘브리콜라주’) 독서에 야성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목적 없는 공부가 나중에 빛이 된다. (닥치는 대로 읽는 시기가 없는 사람은 대성할 수 없다) 너무 마음에 맞는 인풋에 조심한다. “동질성이 높은 의견과 논고만 접한다면 지식 축적이 극단으로 치우쳐 독선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예, 피그만 침공 사건)” =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라도 비슷한 의견이나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지적 퀄리티는 낮아진다.” "garbage in = garbage out" 깊고 충실히 읽을 만한 책을 찾아 되풀이해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명저나 고전이다. 깊고 넓게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다.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고전을 읽어라. 역량에 맞게 인풋하라. 관련 분야를 묶어서 읽어라. 누적된 독서량이 어느 단계를 넘어 책과 책의 관계성이 보이기 시작하면 독서에 가속이 붙는다. 천 권이다. 일은 잘하지만, 교양이 없거나(바빠서 고전 읽을 시간 없단다), 교양은 있지만, 일을 못 하는 사람(쓸데없이 머리만 채워 인생이 변변치 않다)이 되는 걸 경계해라. 정보는 양보다 밀도가 가치 있다. 질문이 없으면 배움이 없다. 자신다운 질문을 가져라. 축적된 질문은 가치를 만든다.
추상화 및 구조화 :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바꾸는 방법
개미집에는 일정한 비율로 놀고 있는 개미가 없으면, 긴급사태에 대응할 수 없어서 전멸할 리스크가 높아진다. (진학 지도할 때 학생에게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몇 퍼센트나 쓰며 공부했는가를 물어 진학할 학교를 선택하게 했다.)
추상화는 통찰을 추출하는 거다. 진정한 지성은 유연한 것이어야만 한다. 추상화는 경험으로 쌓는다.
축적 : 창조성을 높이는 지적 생산 시스템
지식 축적은 통찰 속도와 정확도를 높인다. 현실 문제를 해결할 때 통찰을 주는 것이 지식 축적의 가장 큰 효과다. (예: 권력의 폭주 견제 - 관료와 환관, 교황과 황제, 천황과 쇼군 vs 히틀러와 스탈린의 몰락) 지식 축적으로 상식을 상대화하고 의심해야 혁신이 일어난다. 축적량에 따라 창조성이 높아진다. (당근이지. 예: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비행기 정비 시간과 인디500의 정비작업, 회전초밥과 컨베이어 벨트) 아이디어의 질은 아이디어의 양에 의존한다. (예 : 피카소 2만 점, 바흐는 매주 칸타타 작곡, 에디슨의 1,000건 특허) 책을 노트라고 생각하라. 밑줄 긋고, 뽑아내고, 옮겨 적어 태그 만들기. (책에서 아홉 군데 옮겨 적기 - 평가) 지적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언런(unlearn)도 필요하다.
5장은 지적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야마구치 슈가 추천하는 11개 장르, 99권의 책이다. 읽어 본 것은 15권뿐. 사볼 책을 몇 권 골랐다.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앳워크에서 본문 266쪽 분량으로 2019년 7월 초판을 내놓았다. 더 학교에 다니지 않는 사람, 이미 전문분야에 성과를 낸 사람, 퇴직 후 무얼 해야 할 지 망설이는 사람에게 방향을 알려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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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풋 트레이닝 -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인생을 즐기는 방법
가바사와 시온 지음, 전경아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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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하면서 대화를 하다 보면 졸가리 없이얘기한다거나, ‘중언부언하는 사람을 보면 핵심, 결론이 뭐냐고 묻곤 한다. 결과로 말하라고도 한다. 이런 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실용서가 가바사와 시온의 <아웃풋 트레이닝>이다. 인풋보다 아웃풋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독서로 인풋 하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독자로서 책을 읽으면 독서노트를 쓰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습관은 저자의 맥락과 같다. 독서 노트를 쓰며 비포와 깨달은 것을 TO-DO 리스트로 구성한다는 저자의 습관에서 다작하는 힘을 본다. 특히 내용 요약하기를 우선하는 나와는 다른 면이다. 책의 종류에 따라 취하고 버릴 일이다. 책을 읽고 깨달은 것을 세 가지로 줄여보라는 제안은 독서 노트 분량이 많아지는 내게 좋은 지적이다.

 

저자는 아웃풋을 말하기와 글쓰기로 크게 나눈다. 소재별 3~쪽 분량의 글에 그림을 넣어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일본에서 이와 같은 책이 처음이라니 한국에서도 처음이리라. 부제가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다. 프롤로그에서 인생을 바꾸는 아웃풋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밝히고 이는 데 뻥이 심하다. 만족하는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정도라면 받아들이겠다.

 

현실을 바꾸려면 아웃풋을 바꿔야 한다. 성장 곡선은 아웃풋의 양으로 결정된다. 몸으로 기억하는 운동성 기억은 잘 잊히지 않는다, 2주일에 3번 정보를 써라. 입력과 출력의 사이클을 성장형 나선계단으로 그려 놓았다. 인풋과 아웃풋의 황금비율을 3:7이라고 단언한다. 아웃풋은 피드백을 거쳐 다음에 반영하기를 잊지 말아라. 그래야 인생이 즐겁고 여유로워진단다.

아웃풋의 하나로 말하기에 대해 30개 소재로 구성했다. 부정보다 긍정으로 말하고, 인사말이 중요하고, 적절하게 질문하고, 의뢰하고 거절할 때 어떻게 하는가. 토론, 상담, 칭찬, 사과, 설명, 자기소개, 영업할 때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은가를 짧게 짧게 설명한다.

28개 저작을 가진 자가로서 글쓰기는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낸다며 29가지 사례를 들어 준다. 메모하기, 좋은 글을 위해 많이 읽고 쓰기, 개요 잡고 글쓰기, 깨달은 것 즉시 메모하기, TO- DO 리스트 작성하기, 카드 쓰기, 인용, 요약 등의 자잘한 팁을 설명한다.

실용서라서 특별한 깨달음을 주는 내용은 없다. 실천이 문제다.

멍하니있는 것이 뇌의 작용을 활성화한다는 문장과 7시간 이상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단다. 나는 만 보 걷기를 할 때나 잠자기 전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멍하니있어 보고, 푹 잠도 자보련다.

 

<아웃풋 트레이닝>은 토마토출판사에서 20192월에 본문 395쪽 분량으로 내놓은 실용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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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신은 뇌 - 뇌를 젊어지게 하는 놀라운 운동의 비밀!
에릭 헤이거먼. 존 레이티 지음, 이상헌 옮김, 김영보 감수 / 녹색지팡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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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신은 뇌

2019.9.21.

선물 받은 <미래를 여는 교육>을 읽다가 사볼 책으로 메모했던 책이다. <운동화 신은 뇌>는 뇌를 젊어지게 한다는 운동의 비밀을 다룬다. <미래를 여는 교육>에서 충남삼성고등학교는 ‘0교시 체육 수업을 적용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적용 근거와 과정이 궁금해 <운동화 신은 뇌>를 선택했다.

만 보 걷기 운동 말고는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고 살고 있다. 이것만이라도 꾸준하게 하자고 마음먹고 하고 있다. 책을 사보기 전에 책의 결론,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운동이 몸과 마음, 더구나 뇌에까지 좋다는데,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다.

 

책은 1‘0교시 체육 수업의 놀라운 효과부터 10뇌를 튼튼하게 하는 운동요법까지 10개 장으로 구성했다. ‘0교시 체육 수업의 놀라운 효과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서쪽의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의 사례를 다룬다. 체육 교사 롤러와 폴 젠타스키가 체육 수업에 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밑줄 친 내용을 옮겨 가며 그들의 체육 수업에 관한 인식의 변화 과정을 쫓아가 본다.

‘0교시 체육 수업의 목적은 정규 수업 전에 실시하는 운동이 읽기를 포함하는 여러 과목의 학습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운동이 생물학적 분위기를 촉발해 뇌세포들을 서로 연결한다는 연구 결과가 설득력을 얻던 때다. 강도 높은 운동, 즉 평균 심장 박동이 최대심장박동 수치의 80~90퍼센트로 유지되는 격렬한 운동을 해야 한다. 학습지도 교사들은 운동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가장 어려운 과목을 체육 수업 다음에 편성하라고 조언하기 시작했다. 대학입학시험인 ACT에서 평균성적이 높아졌고, 4년마다 실시하는 팀스의 결과 과학 성적이 세계 최고가 되었다. 체육 수업은 운동 경기를 하는 법이 아니라 건강을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핵심을 둔다. 체육이라기보다 생활방식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새로운 체육 수업을 하게 된 롤러는 17년 전에 아이들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우리의 사업이라면, 우리는 파산 직전에 놓여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 :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는 기준이 빨리 달리지 못하는 학생들의 의욕을 꺾는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빠르게 달리지 못했던 미셸의 심장박동수 191은 운동선수도 기록하기 힘들 만큼 높은 수치로 성적은 당연히 A였다)

대안 : 고정 자전거 두 대를 마련하고 아무 때나 8킬로미터 거리만큼 페달을 밟게 했다.

결과 : 누구든 열심히 노력을 기울이기만 하면 A를 받을 수 있었다.

새로운 체육 수업은 실기 능력이 아닌 각자의 노력에 따라 학생들을 평가한다. 운동에 소질이 없더라도 체육 시간에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심장박동 측정기가 체육 수업의 도약 발판이 되었다. 롤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아이들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많은 아이가 운동에 흥미를 잃었을 거로 생각했다. 몸이 빠른 것은 몸이 건강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롤러는 24세 이상의 성인 중에서 단체 운동경기를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은 3퍼센트 미만이라는 통계를 즐겨 사용한다. 정해진 운동을 하면서 목표한 심장박동 수치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느냐에 따라 평가한다. ‘스포츠가 아닌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는 복음을 전한다. 롤러의 체육 수업 결과는 캘리포니아에서도 확인됐다. 학교에 사고도 없다. 사고가 없었던 이유는 학생들이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부모가 비록 경제적 상황을 당장 호전시킬 수는 없다 할지라도, 최소한 자녀의 건강을 돌봄으로써 학업성적까지 향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이들의 학업성적이 향상되면 나중에 자라서 빈곤의 악순환을 끊을 확률이 높아짐으로 운동은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학생들이 무리하지 않고도 잘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운동에 재미를 붙인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사실을 간과한다. 운동은 자의식이 강해 상처받기 쉬운 나이의 아이들을 자신만의 둥지에서 나오게 만드는 탁월한 방법이다.

 

2장부터 7장까지는 감마아미노부르티사’, ‘내인성 카나비노이드’, ‘시냅스’, ‘신경세포 성장인자와 같은 35개의 전문용어를 사용한 글이라 읽기 쉽지 않다. 8장은 운동과 여성의 두뇌 건강에 관한 글이다. 임산부도 운동이 필요하고, 태아에게도 운동이 도움이 된다. 산후우울증 극복을 이해 휴식보다 운동하라 한다. 폐경기에도 운동하라며 여성을 위한 운동 요법으로 최소 일주일에 네 번은 최대심장박동 수치의 60~65퍼센트를 유지할 정도로 빠르게 걷거나, 천천히 달리거나, 혹은 테니스 같은 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

9장에서 운동은 노화를 늦출 수 있고 뇌를 바꾼다. 정서적인 퇴보도 늦추고 치매를 막아준다. 현명하게 나이 먹기 위해 운동하라 한다. 운동으로 심장혈관계가 튼튼해지고, 연료 공급(포도당)이 조절되고, 비만이 줄어들고, 스트레스 한계점이 높아지고, 기분도 좋아지며 면역체계가 강화된다. 뼈를 튼튼하게 하고 의욕이 강해지며, 신경 가소성이 촉진된다.

현명한 식사 습관은 적게 먹는 것이다. 장수의 비결은 꾸준한 운동이다. 전반적인 운동 목표는 폐활량, 근력, 균형감각, 유연성이라는 네 가지 분야를 고려해야 한다. 장수의 비결 한 가지는 끊임없는 정신활동을 하라는 거다. 신체가 건강해지면 뇌는 저절로 건강해진다.

결론은 만 보 걷기를 꾸준히 하되 허벅지가 뻑뻑해지기 직전의 강도(높은 강도의 운동)까지 인터벌 트레이닝하자. 나에게 필요한 것은 가끔씩 전력 질주하는 인터벌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운동화 신은 뇌>는 녹색지팡이에서 201812111쇄가 나왔다. 본문 352쪽이다. 체육 선생님에게 체육 수업의 방향 전환을 위해 읽기를 권하고, 운동하지 않고 사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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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김인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2019.9.12.

빤스만 입고만 다닐 수 있는 영역에서 자가용으로 20분 거리에서 한가위를 보낸다. 긴 시간 운전하지 않아도 되니 점심을 먹고 나면, 지루함을 느끼는 때가 온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를 읽는다. 김인선 글모음, 산문집이다.

 

친구(김대현)의 눈으로 본 작가의 김인선의 모습은 이러하다. 일찍 먼 나라로 간 김인선과 친구는 음악에 대한 기호만큼 그 사람의 계급을 확인시켜주는 것도 없으며, 자신의 교양과 지적 과시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도 없다는 부르디외의 말에 공감한다. 이름을 날리던 <뿌리깊은나무>에 삼 년 정도 다녔으나, 다른 잡지사에서 오래 붙어있지 않았는데, 전혀 인스퍼레이션이 없는 곳이라서 이다. 검색하면 다 나온다는 핀잔에 지식 자체보다 그것을 깨치면서 느끼는 기쁨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 그 깨우침의 기쁨을 포기하지 못하고 평생 공부만 했다. 김대현의 인격은 에피쿠로스 20 퍼센트와 스토아학파 30 퍼센트, 노자 50 퍼센트로 완성되었는데 비해 김인선은 유물론과 견성과 성 프란체스코로 완성 되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사라져가는 것을 사랑했고, 활짝 핀 꽃보다 시들어 말라가는 꽃과 풀을 더 좋아했고, 소멸하는 것의 아름다움, 생명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김대현은 최고의 산문가로 이문구를 꼽았는데, 한자 어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이문구에의 문체에 대한 아쉬움을 김인선이 채워주었다고 평가한다. 김인선의 글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글쓴이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솔직한 글이다.” 공감한다. 하여 읽어가며 밑줄 친 글을 옮겨 다시 읽는다.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의 마음을 알겠더라. 꽃 같지도 않은 것이 그나마 피는 흉내만 조금 내다 말라 비틀어져버린 내 청춘. 지혜는 실패한 자들의 회한. 처자의 마음을 얻고 싶거든 꽃을 바치지 말고 꽃을 들고 다닐지어다. 호박을 볼 적마다, 저렇게 푸근하고 넉살좋게 사는 것 좀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생각만 그렇지, 실제 사는 속내는 오두방정도 요런 오두방정이 없다. 식물은 새벽녘과 해질녘에 잠깐 사람이 알아듣는 소리를 내는 것 같다. 내게는 그런 소리를 듣는 사람이 성인이고 성인의 이야기를 듣고서 제가 들은 것처럼 그럴듯하게 거짓부렁을 하는 사람들이 시인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일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고맙지 아니하던가. 어린 참새들이 깝죽대는 이야기. 한 해를 기다렸다가 며칠 몇 주 살자고 나온 놈을 내가 잠깐 즐기자고 꺾어버리는 게 찝찝한 것이다. 봄바람은 죽자고 불어제치건만, 이제 겨우 손톱만 한 파란 싹 몇 개가 얼굴을 디밀어놓은 정도다. 신성한 밀어 앞에 어찌 차종의 차별이 있으랴. 꽃이 피는 데 무슨 이유가 있던가. 있다 한들 내가 그것을 알아낼 수 잇을 것인가. 이 세상에서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모두 꽃처럼 이유 없이 피어나는, 또는 끝까지 피어난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아니던가. 남 좋아죽겠다는 데 대고 소금을 뿌리는 성미는 아니다. 그저 누가 벚꽃 운운하며 침을 튀기면 말없이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다. 매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병도 중병이다. 같은 병도 나 같은 가난뱅이가 걸리면 중병이 된다. 쉬엄쉬엄, 달팽이 시집가듯 손을 놀리시는 것 같은데.밭이 캔버스라면 농부는 화가지 싶다. 달님 혼자 몰래 산 너머 물레방앗간으로 바람피우러 가는 시각이었다. 조물주의 무한한 선의와 터무니없는 무책임, 인생의 환희와 허망함이 요약되어 있는 존재가 개구리.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 다의성이야말로 자연이 내는 소리의 가장 깊은 매력. 거미의 생계는 팍팍하다. 먹잇감 하나를 구하기 위해 허공에 매달려 며칠씩, 길면 일주일을 굶주리는 게 거미다. 그런 놈들의 밥그릇을 엎어버렸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심했다. 돈벌레처럼 나대지 않고, 하루살이처럼 연민을 자아내지도 않으며, 나방처럼 수선스럽지도, 말벌처럼 음험하지도, 귀뚜라미처럼 뚱딴지같지도, 개미처럼 집요하지도, 노린재처럼 약삭빠르지도, 딱정벌레처럼 갑갑하지도, 흡혈모기처럼 표독하지도, 파리처럼 외설스럽지도 않다. 인간으로 추정되는 동물들. 임도는 산허리에 끈처럼 둘러 있다. 낙화 위로 저녁의 고요가 쌓이고.

 

어깨 위에 돼지대가리를 올려놓은 서울 놈. 북어대가리네 고추는 강남 부잣집 아이처럼 쑥쑥 반듯반듯 자라는데, 우리 아이들은 사흘 굶은 비루먹은 강아지 꼴을 해가지고 비실비실 땅바닥을 핥고 있다. 생각이 고름이 되어 해골 속에 가득 고이는 증상. 인연과 호오의 차별 없이. 소박과 고졸古拙은 마음에 스미는 바가 있다. 토고한테는 지고, 프랑스와 스위스에게 이기는 게 군자의 길. 아는 이야기 이 할에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팔 할을 섞어 모두 다 제가 잘 아는 이야기인 것처럼 버무려 눙치는 솜씨에. 갈고닦은 화장술. 늙음에 대한 여자들의 투쟁은 언제 보아도 애절하고 조잡하고 장엄하다.

 

개들의 행복 속에는 천국의 편린이 담겨 있다. 하면서 살다가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몰골로 퇴자하려는 야무진 계획이지만. 그 많은 사람이 모두 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는 건 불합리한 가정이다.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위대한 영적 충만을 맛보게 된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은 찌그러지고.

 

짜장면만 파는 세상에 태어나서 청국장 없다고 칭얼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런 일이 어디 한둘이던가. 산에 낙엽이 그득 쌓인 것처럼, 세상에는 저렇게 허망하게 떨어진 낙엽이 너무나 많다. 할머니의 좋은 점은 마음 놓고 연세를 여쭐 수 있다는 거다. 나는 도대체 왜 여자 나이는 물어보는 게 실례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여자 나이 캐묻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역시 천국이라는 게 딴 세상에 따로 있어야 할 이유가 도무지 없는 것이다. 피조물이 신에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공물은 그저 재미있게 사는 거. 길 잃은 개처럼 낯선 뒷골목이나 시장바닥을 어슬렁거리는 게 더 좋았다. 별꼴이 반쪽이다. 그리 모질게 굴었던 것은, 녀석은 봄이 오면 멀리 팔려 가야 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하늘에 뜬 달 외에는 어떤 위로도 없을 것. 나는 녀석이 나를 좋아하지 않기를 원했다. 겨울이 깊어지면 지난 계절들이 전생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게으르기로 정평이 난 인간이 이런 쓸데없는 짓에는 또 놀라운 끈기와 근면을 발휘한다. 꿈은 개꿈이 진국이다. 해방 후 기독교가 우리 전통 문화 말살의 선봉에 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독교가 파괴한 우리 전통문화는 일제 사십년보다 더 크고 깊었습니다. 기독교 앞에서 우리 민족의 숨결이 어린 전통들이 미신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까치이 수다, 종다리나 꾀꼬리의 미성, 오리의 낙천, 까마귀의 오만과 해학, 부엉이 소리는 그런 소리들과 얼마나 다른가.

 

사라진 사내의 그 사내는 정말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궁금하다. 회심곡을 들어봐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메디치 미디어에서 20197월 초판을 본문 378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평생을 시멘트벽에 갇혀 산 사람이라면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으리라. 도회지에서 살다가 촌으로 옮겨 살거나, 촌에서 태어나 도회지로 옮겨가 사는 사람이라면 현재와 과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김인선의 체념이 해맑고, 허풍도 있지만 과하지 않고, 그가 죽고 나온 책이라 더 이상 그의 글을 만날 수 없어 아쉽다. 김인선은 남자다. 책을 사기 전에 여자로 짐작했다. 내 짐작은 맞는 때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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