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지적 전투력을 높이는 독학의 기술
야마구치 슈 지음, 김지영 옮김 / 앳워크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으며 내 생각과 저자의 생각이 같을 때 반갑고, 아쉽다. 내 생각을 잘 정리해 저자보다 먼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늦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슈의 두 번째 책이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는다. 먼저 읽은 그의 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책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나는 철학도 삶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에 따라 유용한 책으로 생각했고, 슈의 두 번째 책을 읽었다. 출판계나 독서 인구를 생각하면 일본에 뒤지고 있는 게 현실이고, 공산품에서 성과를 낸 것처럼 몇 년 안에 따라잡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안타깝다. 일본의 폭넓은 독서 문화가 있기에 야마구치 슈류의 책이 번역되어 나오는 것이다. 불매 운동과는 다른 각도에서 일본의 출판계와 작가들을 보아야 한다.
부제인 ‘지적 전투력을 높이는 독학의 기술’이 어색하다. 철학과 독학이 삶의 무기가 된다는 슈의 판단에 공감한다. 독학이라면, 형편이 좋지 못해 정규 학교에 다니지 못한 사람이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 통념을 벗어나 있다.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를 바라며 지은 책이다. 더불어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퇴직 후 30년가량을 살아가야 한다면, ‘독학’을 실행하는 것이 의미가 클 듯하다.
야마구치 슈는 인간에게 인풋 된 정보의 90퍼센트 이상을 망각한다는 전제와 지식의 감가상각이 급속한 시기에 독학을 시스템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략, 인풋, 추상화 및 구조화, 축적’이란 네 가지 모듈로 이루어진 시스템으로 본다. 추상화 및 구조화는 ‘융합’으로, 축적은 ‘활용이나 문제의 해결’로 바꾼다면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독학’이 필요한 까닭으로 네 가지를 열거한다. 첫째,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급속히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 (그러니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주입해야 한다) 둘째, 지금의 구조를 근본부터 뒤집는 혁신의 시대가 도래했다. (혁신의 시대에는 자신의 전문 영역이나 커리어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예로 스마트폰의 출현을 들어준다) 셋째, 노동 기간은 길어지고 기업의 전성기는 짧아진다.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퇴직 시기의 늦춤, 기술 혁신 등이 원인이다. 물마루를 잘 갈아탈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두 개의 영역을 아우르고 결합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한 시대다. (신은 새로운 결합에 의해 이룩된다는 슘페터의 견해, 교양 교육을 중시하는 하버드나 스탠퍼드의 경향) 독학으로 전문 지식과 견문을 얻어야 한다. 경계를 크로스오버할 때 자유롭고 유연한 정신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게 교양이다. 전문화가 진행 될수록 전문성의 경계를 넘어 움직일 수 있는 정신 능력이 중요해진다.
지적 생산을 최대화하는 독학의 메커니즘 :
독학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네 개의 모듈을 정의하면, 전략이란 ‘어떤 테마에 대해 지적 전투력을 높이고 싶은지 그 방향성을 생각하는 것’이다. ‘테마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첫 번째란 거다. 인풋은 전략의 방향성에 근거해 책과 기타 정보 소스로부터 정보를 획득하는 것. 추상화 및 구조화는 인풋한 지식을 추상화하고 다른 것들과 연결 짓는 것으로 나름의 독특한 시사점, 통찰력, 깨달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축적이란 획득한 지식과 추상화 및 구조화로 얻은 시사점과 통찰력을 묶어 세트로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꺼내 쓸 수 있도록 정리해 두는 것으로 본다. 내 나름대로 정리하고 이름 붙인 ‘지사식견해’라는 지식이 지혜로 변해가는 프로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추상화 및 구조화를 思와 見으로 본다. 슈의 ‘축적’은 내게 解와 같다. 사와 견을 독서노트로 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슈의 방법론에 등장한다. 슈도 論語의 思而不學則殆를 인용한다.
“바보는 경험에서 내우고 현자는 역사에서 배운다.” (비스마르크)
전략을 세울 때 ‘무엇을 인풋하지 않을 것인가’를 명확히 함을 기억해야 한다. 전략은 타인과의 차별화를 요구한다. 자신이 몰랐던 논리로, 자신이 한 일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고 헤아리며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성장’이다.
광범위한 소스(책과 미디어, 인터넷)로부터 오감을 통해 정보를 얻고 통찰을 얻어내야 한다. 복제품의 인풋은 쓸모없다.
“왜 당신은 타인의 보고를 믿기만 하고 자신의 눈으로 관찰하거나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가?” (갈릴레오 갈릴레이)
추상화 구조화는 정보에서 시사와 통찰을 끌어내야 한다. 효율적으로 지식을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축적)을 구축하라. (디지털과 태그에 주목한다. 유득공의 글 상자, 나의 독서노트가 축적이다)
전략 : 한정된 시간에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무기를 모으는 법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할지를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
다섯 권의 입문서와 다섯 권의 전문서를 읽으면 일정 수준에 이른다. (슈는 보통 책 한 권 읽는 데 대여섯 시간, 정보 파일링에 한 시간으로 계산한다. 하루 한 시간 독서는 일주일에 한 권, 연간 50권 정도의 인풋이 최선이다.) 독학의 전략은 ‘1년간 50권을 어디에 분배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말이다. 독학의 목표는 장르가 아니라 테마여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새로운 조합에 의해 생겨난다. 독학의 전략에서 기억할 일이다. 장르의 선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크로스오버를 통해야 자신만의 독특한 포지션을 만들기 쉽다. 독학의 전략을 세우면 안테나의 감도가 올라간다. 지식은 정리되지 않으면 쓸모없다. 테마에 맞게 축적하라.
인풋 : 쓰레기를 삼키지 않으면서 아웃풋을 극대화하는 방법
지식의 업데이트에 실패하면 꼰대의 해약을 일으킨다. 교양을 위한 독서 시간은 수십 년 단위가 되고, 장르도 다양하다. 교양서를 읽으면 반드시 독서노트를 남겨라. 인풋은 단기적 시각으로 족하다. 지식의 창조나 혁신은 예정조화하지 않는다. (비행기와 축음기의 발명을 보라. 어디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것에 대한 직감 : 레비스트로스의 ‘브리콜라주’) 독서에 야성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목적 없는 공부가 나중에 빛이 된다. (닥치는 대로 읽는 시기가 없는 사람은 대성할 수 없다) 너무 마음에 맞는 인풋에 조심한다. “동질성이 높은 의견과 논고만 접한다면 지식 축적이 극단으로 치우쳐 독선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예, 피그만 침공 사건)” =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라도 비슷한 의견이나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지적 퀄리티는 낮아진다.” "garbage in = garbage out" 깊고 충실히 읽을 만한 책을 찾아 되풀이해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명저나 고전이다. 깊고 넓게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다.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고전을 읽어라. 역량에 맞게 인풋하라. 관련 분야를 묶어서 읽어라. 누적된 독서량이 어느 단계를 넘어 책과 책의 관계성이 보이기 시작하면 독서에 가속이 붙는다. 천 권이다. 일은 잘하지만, 교양이 없거나(바빠서 고전 읽을 시간 없단다), 교양은 있지만, 일을 못 하는 사람(쓸데없이 머리만 채워 인생이 변변치 않다)이 되는 걸 경계해라. 정보는 양보다 밀도가 가치 있다. 질문이 없으면 배움이 없다. 자신다운 질문을 가져라. 축적된 질문은 가치를 만든다.
추상화 및 구조화 :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바꾸는 방법
개미집에는 일정한 비율로 놀고 있는 개미가 없으면, 긴급사태에 대응할 수 없어서 전멸할 리스크가 높아진다. (진학 지도할 때 학생에게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몇 퍼센트나 쓰며 공부했는가를 물어 진학할 학교를 선택하게 했다.)
추상화는 통찰을 추출하는 거다. 진정한 지성은 유연한 것이어야만 한다. 추상화는 경험으로 쌓는다.
축적 : 창조성을 높이는 지적 생산 시스템
지식 축적은 통찰 속도와 정확도를 높인다. 현실 문제를 해결할 때 통찰을 주는 것이 지식 축적의 가장 큰 효과다. (예: 권력의 폭주 견제 - 관료와 환관, 교황과 황제, 천황과 쇼군 vs 히틀러와 스탈린의 몰락) 지식 축적으로 상식을 상대화하고 의심해야 혁신이 일어난다. 축적량에 따라 창조성이 높아진다. (당근이지. 예: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비행기 정비 시간과 인디500의 정비작업, 회전초밥과 컨베이어 벨트) 아이디어의 질은 아이디어의 양에 의존한다. (예 : 피카소 2만 점, 바흐는 매주 칸타타 작곡, 에디슨의 1,000건 특허) 책을 노트라고 생각하라. 밑줄 긋고, 뽑아내고, 옮겨 적어 태그 만들기. (책에서 아홉 군데 옮겨 적기 - 평가) 지적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언런(unlearn)도 필요하다.
5장은 지적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야마구치 슈가 추천하는 11개 장르, 99권의 책이다. 읽어 본 것은 15권뿐. 사볼 책을 몇 권 골랐다.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앳워크에서 본문 266쪽 분량으로 2019년 7월 초판을 내놓았다. 더 학교에 다니지 않는 사람, 이미 전문분야에 성과를 낸 사람, 퇴직 후 무얼 해야 할 지 망설이는 사람에게 방향을 알려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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