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 독일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가 밝혀낸 휴식의 놀라운 효과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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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라디오에서 부모가 짜 준 일정대로 살며 공부하던 모범생이 대학생이 되어 방황하다가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유품 정리사의 조언은 목표에만 매달려 살지 말고, 우울증이 오면 작은 일이라도 매일 해야 할 일을 거르지 말고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직장 동료들은 나더러 맨탈이 강하다고 했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힘껏 살아온 내게는 운이 좋았는지 대부분 한두 번 실패하면 극복하고 목표를 이루었다. 우울증이 내게 올 틈을 주지 않고 살았다. 늦게 시작해 나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른 아내도 번 아웃이 오지 않았지만, 몇 번씩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라고 한 적이 있다. 잘 극복해 주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 예전에 읽었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을 공유한다. 혹시라도 삶에 지쳐있다는 느낌이 온다면, 도움이 되길 바라며…….

2024.2.26.()

 

2017.8.9.()에 쓴 글이다.

책을 덮고 이틀이 지나 독서 노트를 쓴다. 전체 흐름을 연결할 수 없다. 목차를 다시 본다. 메모와 밑줄 친 문장도 다시 본다.

김정운은 추천 글에서 우리는 바쁠수록 스스로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러다가 한 방에 훅 간다, ‘독일 사람들은 78월이면 죄다 어디론가 떠나 도시는 텅텅 빈다라고 한다. ‘그래도 독일은 안 망한다.’, ‘죽도록 일하는 우리와 비교해 여름 내내 놀다 오는 독일의 생산성이 훨씬 높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쉬어도 된다. ‘휴식은 창조적 과정의 일부다라고 말한다.

저자 울리히 슈나벨은 휴식이란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따르지 않고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활동으로 자기만의 시간이라고 정의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우리는 왜 날마다 바쁜가에서 우리가 시간을 얻게 만드는 새로운 기술은 그게 어떤 것이든 우리 활동의 리듬과 흐름을 가속한다. 결국, 새 기술은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일거리만 더욱 부풀린다라는 제레미 레프킨의 말을 인용한다. 기술의 발달로 순수 근무시간(평생에 걸쳐 합산한 것)이 줄어든 대신 학습에 들어가는 시간은 수직으로 상승해 여가는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파킨슨은 우리가 기술로 시간을 절약하는 그만큼, 우리의 욕구와 요구는 증가한다라고 한다. 휴식을 누리는 기술은 자유 시간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달린 게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첫째, “우리는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업무량의 정도보다는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게 더욱 우리를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비교적 일로부터 스트레스를 덜 받는 명백한 이유의 근거다. 둘째, 선택의 폭이 크면 클수록 구매를 자극하기보다는 기회비용만 커지고 오히려 의욕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스트레스만 치솟게 한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아내를 따라다니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로 체감할 수 있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더 나은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정보 홍수에 휩쓸리지 않는 법에서 디지털 네트워크, 잡담, 전화는 업무 시간을 단절시킨다. 특히 디지털 네트워크와 오프라인의 균형을 잡으라 한다. 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 작업기업과 장기기억을 설명하며 작업 기억을 향상하려면 일의 우순 순위를 정하고 일과 상관없는 뭔가 중요한 생각이 떠오르거든, 나중에 알아볼 수 있게 메모해두고 하던 일을 하라. BC 5세기경에 글쓰기를 두고 소크라테스가 기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소홀하게 하고 외부의 도움에만 의존하게 한다고 비판했으며,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 대해 지배층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지성인의 게으름만 키울 뿐이고 결국 인간의 정신을 허약하게 만들 것이라 비난했다. 독서얼마나 인간을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레퍼토리이며, 상상력의 왕국이다라는 울프의 말로 정보의 홍수에서 벗어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가치에서 우리는 잠을 자면서도 배운다라고 한다. 수면의 단계를 설명하며 수업시간을 8시에서 9시로 늦추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한다. ‘낮잠은 창의성을 높여 주는 힘이 있음과 명상은 잡념을 사라지게 하는 기적을 만든다라고 말한다. ‘비워야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디폴트 네트워크(공회전 네트워크)에 대해 아무런 목표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더 많은 두뇌 영역을 활발히 활동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번쩍하는 깨달음을 설명하는 결정적 실마리를 준다.”라고 한다. 나도 이 문장을 읽으며, 잠을 자려고 누우면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나 메모하기 귀찮아 놓친 것들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우리를 몰아붙이는 가속화의 세계에서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유일한 것은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야심이라고 지적한다. 시계 발명을 증기기관의 발명보다 비중 있게 판단하고 우리가 사는 정신없이 바쁜 사회를 만든 핵심 기제로 보는 시각을 소개한다. 풍요를 추구할수록 커지는 불안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덜어내야 한다.

 

가속화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에서는 서두르는 습관과 불안감을 인정하고, ‘낯선 문화로 여행을 떠난 보는 일은 시간과 휴식을 다루는 다른 방식을 만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푸른 자연에서 자신의 장점을 찾아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정을 추가하며, 몰입의 순간이 주는 행복도 경험해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일상에서 더 많은 휴식을 누리는 기술에서 휴식을 누리기 위한 태도 세 가지를 메모한다. 첫째, 내외적인 저항을 감지하고 알아내라. 둘째, 거절하는 법을 배워 실천하라, 셋째, 내 인생의 나침반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깨달아라. 그리고 자주 걸어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은 가나출판사에서 20167월에 초판을 내놓았고, 20173월 초판 5, 본문 331쪽 분량을 읽은 거다. 책을 읽었지만 그래도 일이 있는 게, 비중 있는 일을 해낸다는 게 의미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https://brunch.co.kr/@grhill/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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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시민을 위한 동물지리와 환경 이야기
한준호 외 지음 / 롤러코스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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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시민을 위한 동물 지리와 환경 이야기

2024.2.24.()

 

chatGPT가 책을 읽으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이바지하면서 심오하고 다면적일 수 있다고 답한다. 생태 시민을 위한 동물 지리와 환경 이야기는 자연환경과 동물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감성을 일깨우며 문화적 이해를 깊고 넓게 한다. 읽는 시간 동안 스트레스가 없음은 덤이다.

 

서문과 목차를 보고 어떤 책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동물이 행위 주체로 생태환경을 만들어간다.’ ‘인간 문명 발달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거나 희생된 동물이 있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지구 생태계를 만들어갈 대안적 비전은 무엇일까?’ 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생태시민이란 키워드를 끌어낸다. 여섯 명의 지리 전공 선생님이 힘을 합쳐 낸 글이지만, 결이 달라 어색한 점은 눈에 띄지 않아 쉽게 소화할 수 있다. 윤문과 퇴고에 정성을 기울였음을 본다.

330쪽 분량의 본문에 텍스트, 사진, 지도, 그래프, 도표 등을 알맞게 배치해 지루하지 않다. 장마다 담은 내용이 자연환경과 동물을 배경으로 인간과의 관계를 다루니 형이상학적인 글이 아니다. 지리적 지식, 기후 환경의 변화와 함께 육지와 바다의 동물을 다루니 공간 범위가 좁지 않다. 다른 나라에 살아 보기 어려운 여러 동물과 왜가리, 돼지, 반달가슴곰 같은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보는 동물이 등장한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청어가 조선 시대 국민 생선이었고, 과메기가 청어라는 토막상식도 있다. 어떻게 조선 시대 청어는 국민 생선이 될 수 있었는지? ‘사막의 배로 불리는 낙타는 기원이 북아메리카였음을 알고 있었는지? 사자를 동물의 왕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유럽인은 사자를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 배설물이 항문 주변이 묻어 구더기가 끼는 것을 막으려고 새끼 양의 항문 주위 피부를 도려낸다(뮬싱)고요?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쉬지 않고 날아가는 것은 비행기가 아니고 큰뒷부리도요라는 새가 있다니! 캥거루 고기 먹어 보셨나요? 마지막으로 가축화한 동물은 무엇일까? 어떤 애완견보다 라쿤의 눈동자와 얼굴이 귀엽더라. 등 여러 선생님이 18가지 동물의 다루며 질문하고 답하니 재미있다.

 

생태 시민을 위한 동물 지리와 환경 이야기가 재미만 주지 않고, 홍학 보전과 리튬 개발을 통한 이윤확보라는 딜레마를 던진다. 고기를 많이 먹는 식문화는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니 채식주의자에게 식습관을 옹호하는 근거를 준다.

 

학자의 탐구력를 만나고 세상을 바르게 해석하는 방법도 생각하게 한다. 유럽인의 아메리카 이주에서 소빙기의 매커니즘을 찾아낸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외에도 상상의 지리 imagned geograpies’로 세상을 해석한다. 어떤 장소가 텍스트나 사진, 그림 등에 의해 특정한 형태의 공간으로 생산되는 것을 상상의 지리라 한다. 케냐나 탄자니아 지역이 초원이고 야생 동물의 낙원이라는 인식은 유럽인이 재현해 상상의 지리가 만든 공간이다.

 

소빙기에 경신대기근(1670~1671)이 발생했고, 강릉 앞바다는 얼어붙었다니 기록을 찾아보게 한다.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 Chasing Coral>를 보게 하니 생태 시민을 위한 동물 지리와 환경 이야기독자를 행동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책을 읽은 덕분에 두루미, 황새, 왜가리, 백로를 견줄 사진을 보았으니 세종시 천변 산책길에서 만나는 왜가리를 보고 백로라 말하지 않을 수 있다.

 

생태 시민을 위한 동물 지리와 환경 이야기는 재미있고, 딜레마를 겪게 하며, 세상을 해석하는 눈을 뜨게 하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알게 하고 행동하게 한다. 독자의 행동은 생태 시민이 되려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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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세상, 길을 만납니다 - 숲꽃에서 만나는 치유의 삶
김준태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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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를 땐 그냥 땅만 보지 마시고요. 주변에 풀 나무와 인사하고, 숲새 노래 바람 소리에도 귀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으뜸으로 요청하는 문장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관찰(觀察)과 경험(經驗)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자연은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야 한다는 믿어 과학을 강조하였다. 이후 인류는 과학의 발달과 산업화를 이루어 물질적 풍요를 누린다. 일찍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는 약소국을 착취했고, 20세기에 화학이 자연에 끼친 폐해가 밝혀져 인류의 생활방식이 완벽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으로 문을 열고 앨 고어, 크레타 툰베리로 이어지는 환경 보호 움직임은 자연은 인간의 정복 대상이 아니라는 사고를 확산하였다.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은 어딘가가 잘못된 것이고 위험하다는 충고다.

 

관찰과 경험으로 꽃세상, 길을 만납니다를 냄으로써 작가는 헤겔 논리학의 고유한 체계인 변증법, 정반합(正反合)에서 합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고 실천한다. 작가의 합에는 생물학과 인문학이 함께하여 통섭을 지향한다.

작가는 산에 오른다는 표현을 숲에 간다고 한다. 시골에서 태어났어도 도시에서 살거나 경쟁 사회에서 살다 보니 자연에 눈길을 보내고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산에 오르는 일은 체력을 측정하는 수단이란 역할을 한다. 숲에서 볼 수 있는 나무 이야기로 꾸민 책에서 숲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야기를 담았다. 50 개의 숲꽃을 사진과 글로 풀어낸 이야기를 읽어가며 자신의 삶 방식과 자연 친화적인 태도를 점검해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독자라면 프롤로그에서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챌 수 있다. 꽃세상, 길을 만납니다를 통해 작가는 숲꽃에서 의지, 배려를 찾아 소개한다. 문장으로 만나기 전에는 생각지도 않았고, 알 수 없던 지혜다.

 

서로의 삶터를 존중하고 꽃 피는 시기를 달리해 경쟁을 피합니다. 작은 꽃들은 함께 뭉쳐 큰 꽃을 이루고 서로 의지하면서 역경을 함께 헤쳐 갑니다. 꽃에 형형색색 무늬도 만들고 냄새도 풍겨 곤충이 잘 찾아오도록 배려합니다. 암술 수술 길이를 다르게 하고, 꽃가루 익는 시기와 암술머리 열리는 시기도 달리하여 다른 개체와 화합합니다. 수정이 끝나면 꽃색을 바꾸고 꽃잎도 떨어뜨리지요. 미처 짝짓지 못한 이웃들에게 곤충이 집중할 수 있도록, 자기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본문을 펼치면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은 봄, 여름, 가을 순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과 글로 만난다. 여러해살이풀과 한해살이풀은 무엇이 다른가? 처녀치마란 숲꽃은 땅에 납작 붙어 피는데 왜 그럴까? 두 가지 물음은 뿌리와 씨앗, 지구복사에너지로 답한다. 꽃이 피고 난 후에 잎이 나오는 까닭은 무엇인가?

새봄을 알리는 주역이랄 만한 꽃은 제비꽃이다. 현호색에 관한 작가의 해석(혼자로는 연약하니 여럿이 뭉쳐 큰 덩치를 흉내 낸. 큰 변고가 생겨 작은 꽃 몇 개가 손상을 입더라도, 남아 있는 꽃으로 유전자를 남길 수 있다)에 수긍하게 된다. 대부분 꽃은 꽃잎이 앞으로 젖혀지는데 꽃잎이 뒤로 활짝 젖혀져 있는 얼레지는 꽃말이 바람나 처녀란다. 그럴듯하다. 산을 오를 때 내려오는 마음으로 오르자는 뜻은 성취적인 삶의 태도를 보인 사람에게 주는 조언이다. 소나무가 독야청청할 수 있는 여건에는 송진과 같은 화학 성분이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타감작용으로 풀어간다. 모데미풀로 우리 식물 이름에 일제 강점기의 상처가 있음을 알아채고 안타까워한다. 꽃며느리밥풀, 동자꽃, 쑥부쟁이에 담긴 슬픈 사연에 코끝이 찡하다. 제우스의 유혹을 견뎌낸 시녀에게 헤라가 준 선물로 무지개 여신이라 불리는 아이리스는 붓꽃이다.

 

다음은 작가가 오랜 기간 소백산, 점봉산, 덕유산, 지리산, 계룡산 등 전국 숲을 관찰한 경험과 지식이 만든 문장들일 것이다.

 

까치수영은 꽃이 아래부터 차례차례 피고 지기 때문에 여름철 내내 볼 수 있는 꽃이다. 한꺼번에 피지 않고 왜 이렇게 꽃이 피는 것일까? 작가는 자연재해에서 한꺼번에 모두 잃는 참사를 피하려는 전략이다. 숲꽃은 하얀색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빨강과 노랑이 많이 보인다. 파랑에서 보라꽃이 상대적으로 드문데, 이들이 가을에 많이 보인다

 

20242월 신간 꽃세상, 길을 만납니다를 추천한다. 2019년 출간된 나무의 말이 좋아서도 좋은 책이다. 나무의 말이 좋아서는 산을 숲으로 여기게 하고 숲으로 오라는 입문서 격이라 볼 때, 꽃세상, 길을 만납니다는 한 걸음 숲에 다가선 책이다.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나 김준태의 꽃세상, 길을 만납니다는 통섭(統攝)을 시도한다. 이런 부류의 책을 읽을 수 있음은 작가가 진테제(synthesis)를 찾거나, 최소한 대화가 지향하는 방향의 질적 변화를 일구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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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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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은 하루에 함께 존재한다. 하지만 아침과 저녁을 같지 않아 다르다.

하루를 공간으로 보면 아침과 저녁은 같은 공간에 있고, 시간으로 보면 다른 시간이다.

 

소설의 주인공 요한네스의 아버지 올라이가 아내의 진통과 요한네스의 출산을 지켜보는 과정은 신의 은총과 사탄의 악을 동시에 느끼는 불확실 상황이다. 이분법적 사고와 생각한다라는 술어를 반복하며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요한네스의 출산은 성공한다.

 

주인공 요한네스의 등장이 할아버지인지 아들인지는 읽어가면서 알게 된다. 아버지 올라이가 살던 외딴 섬에서 덜 외로울 수 있는 부두로 나와 바다를 배경으로 삶을 이끌어간다. 친구 페테르, 구두 수선공 요제프, 막내딸 싱네, 요한네스가 좋아했던 여인 등 지극히 적은 사람이 등장한다. 요한네스의 관점에서 주변 인물과 가족, 친구를 평한다.

바다에서 육지의 삶으로, 생산자에서 연금생활자의 삶으로 변화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내며, 루어(낚시에 쓰는 인조미끼)가 일 미터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일은 바다가 더 요한네스를 받아들이지 않음을 은유한다.

 

소설이 초반을 지나며 이분법은 사라지고 삶과 죽음이 나뉘지 않고 함께 존재함을 서술하려 한다. 주인공이 던진 돌은 친구인 페테르, 망자의 몸을 통과한다. 망자와 대화하고 거닐고 추억한다. 막내딸 싱네가 매일 들렀던 아버지의 방문이 없자 요한네스가 누운 채로 삶에서 죽음의 세계로 떠난 것은 발견하고 요한네스는 이 과정을 살펴본다. 친구 페테르가 머리칼을 길레 늘어뜨리고 요한네스를 찾아온 것은 죽음으로 데려가려는 뜻이다.

 

죽음은 두렵지 않고 멀리 있지도 않으며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만이 있는 곳이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고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나는 곳이라며 삶과 죽음을 구별하지 않은, 이분법을 벗어난 죽음을 그린다. 사람은 가고 사물만 남을 뿐이다.

 

삶과 죽음은 아침 그리고 저녁처럼 함께 존재한다. 아침에 저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처럼 삶은 죽음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

 

아침 그리고 저녁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기법이 독특한 것이지 진한 감동을 기대할 수는 없으나 초연한 삶의 자세를 본다.

 

P.S. 모탕(나무를 패거나 자를 때 받쳐놓는 나무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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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히 살고 싶어 열심히 살고 있다 (핑크 에디션)
최대호 지음, 최고은 그림 / 넥서스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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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乖離)

2004.1.28.()

다른 생각과 태도를 볼 수 있다. 이해하고 싶다.

 

도전하는 모습도 찾을 수 없다.

용기 있는 삶의 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망설이며 시도하지 않는 루저의 이야기다.

성취하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위로하는 말뿐이다.

삶의 좌표나 지적인 호기심을 풀어줄 내용은 1도 없다.

다시 읽을 일은 없다.

평범히 살고 싶어 열심히 살고 있다평범함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열심히 살고는 없다.

 

VS

 

이렇게 평가할 수도 있겠다.

 

양장본(한정판 핑크 에디션)195쪽 분량으로

책을 읽는데 채 한 시간도 필요하지 않다.

한쪽엔 그림 다른 쪽엔 SNS에 올림 직한 짧은 글

초판 36쇄이니 출판사는 수익이 많을 듯하다.

취업하려고 애쓰는 젊은이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

위로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아픈 마음을 잠시 달래줄 듯하다.

작더라도 실패가 쌓여 지친 사람에게 선택받을 수 있겠다.

지친 하루를 보내고 퇴근했거나

자기 정체성이 모호한 사람이라면 잠시 머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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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지라 뭐라도 남기려 고른 문장은

 

당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면

난 이복이 많구나가 아니라

나도 좋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세요”(P.149)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의 우선순위에 맞춰

살고 있나요?”(P.176)

 

배울 점이 있는

모습

갖춘 사람을 만나세요

 

가르치려는

말투

있는 사람 말고”(P.45P.186에 실은 내용이 똑같다. 실수인지 의도인지, 의도로 생각해두려고 한다)

 

P.S. 2024. 1. 28() 오전 544분에서 619분까지 읽고 메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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