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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워크문명의 이론 - 동아시아 관점의 새로운 문명관
황태연 지음 / 청계(휴먼필드)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패치워크문명의 이론
책을 읽는 기쁨 중 하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다. 이미 옳다고 알고 있던 것이 틀릴 수도 있다. 전혀 몰라 고민하다가 새로운 진리를 알게 되거나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았을 때 ‘유레카’를 외치는 것도 배움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학령기 공교육에서 배웠고 졸업 후 지식을 접했던 것은 나보다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생(先生), 지식인으로부터 전승된 것이다. 독서를 즐기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살았을 것이다. 선생과 지식인이 가진 관점이 왜곡된 것이라면 나도 왜곡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끝없이 배우는 자에게 프랑스 분석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모든 진실은 연속된 오류의 수정이다.”라는 명제가 가슴에 와닿는다.
『패치워크문명의 이론』은 왜곡된 관점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다.
17~18세기 서구이상주의자 중 한 명인 라이프니츠는 세계의 여러 문명이 상호교류를 통해 융해되어 단일한 세계 문명, 또는 보편 문명으로 융합한다는 문명융합론을 주장한다. 여기서 융합이란 동화(assimilation)를 뜻한다. 이를 ‘문명융합론’이라고 한다. 첨단 교통수단이 발달한 현대에도 기독교 문명, 불교 문명, 이슬람 문명, 힌두 문명, 유교 문명이 훨씬 더 신속하고 다층적인 교육, 영향, 모방 속에서도 뚜렷이 구별되는 ‘정체성’을 갖고 분립하고 별도로 존재한다.
이와는 달리 새뮤엘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문명 갈등론’을 주장한다. 탈냉전기에는 문화 및 종교적 정체성(문명) 간의 대립이 국제 갈등의 중심이 될 것이다. 서구 가치(민주주의, 인권, 자유주의)의 보편화 시도가 비서구 문명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특히 이슬람 문명 및 중화권과의 충돌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그러나 문명권들이 뚜렷이 구별되는 정체성을 갖고 존재함에도 다른 문명권에 속한 나라 간의 우호적 국제 관계는 동일 문명권에서 살벌한 적대관계에 비하면 차라리 갈등이 적은 평화 상태에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황태연은 문명융합론과 문명 갈등론을 비판하고 역사적 사실에서 ‘패치워크 문명론’ 이론화한다.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모른다. 서구에서 교육받고 서구의 시각에서 배우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계는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극복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하기에 읽을 책으로 선정했다. 이론을 전개하기 위해 서구화 속에서도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유교 문명권의 현재 상태를 분석하고 오늘날 유교 문명권은 패치워크 된 상태라고 결론짓고 이론적 구조를 설명한다. 동아시아 유교 문명권의 경제[적, 기술적, 정치적 재부상과 동아시아의 정신적 잠재력을 설명하고, 이에 대비되는 ‘철학의 빈곤’, 정신적 공황 상태를 바로 보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나아가 공자 철학의 재건과 미래 발전의 길을 ‘공자주의’라는 화두로 던진다.
독자가 주목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있다. p.75~169에 걸쳐 소개한 ‘극 서유럽의 공자 철학 패치워킹과 ‘근대유럽’의 탄생’에 소개된 내용들의 핵심은 17~18세기 예수회 선교사들을 통해 유럽에 전해진 공자의 사상과 중국의 각종 제도가 유럽인의 관점에서 놀라운 것이었고, 여러 사상가, 철학자들이 공자 철학과 중국의 제도를 유럽 사회에 확산시켰다. 덕분에 유럽을 근대화한 사상으로써 ‘계몽사상’이란 것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계몽사상이 없었다면, 유럽의 근대화는 기대하기에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패치워크문명의 이론』은 저자의 전작인 『공자와 세계 1, 2, 3, 4, 5』,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에 이은 『서양 경험론과 정치철학-베이컨에서 홉스까지』에도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다. 주목할 것은 서구의 피터 왓슨의 『생각의 역사 Ⅰ-불에서 프로이드까지』, 아미타브 아차리아의 『The Once and Future World Order – 21세기 지정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중언부언하자면, 내가 배운 것이 다가 아니고, 알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니다. 모든 진실은 연속된 오류의 수정이다. 그러기에 배움은 끝없이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