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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산행은 하고 싶다
임종수 지음 / 모아북스 / 2026년 4월
평점 :
그래도 산행은 하고 싶다.
2026. 5. 20(수)
저자는 ‘그저 평범한 시민이고 직장인’이다 라고 말한다. 수십 년간 직장에서 일을 한 후 은퇴하고 자주 산에 오르는 정도라면 수긍할 수 있다. 30여 년에 걸쳐 전국 100대 명산을 다 오른 경험을 가진 저자를 평범하다고만 평가하기엔 부족하다. 저자는 책으로 산행이나 인생에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낸다.
『그래도 산행은 하고 싶다』의 핵심 주제는 산행과 인생살이이다.
‘01 이 산에 서면 저 산이 그립다’ 에서 전국에 있는 100대 명산에 오른 이야기다. 100대 명산 중 가장 낮은 산(홍천 팔봉산 300m급)을 앞에 배치하였다. 산이 낮아 쉽게 보여도 실은 쉽지 않음을 말하려는 뜻이다. 산마다 가진 매력이 다르고 같은 산이라도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산에 오르는 사람을 맞이한다.
“오르막 없는 정상은 없듯이 고통 없는 삶도 없다.(p.62)”라며 산행과 인생을 표현한다. 누구나 산에 오른 때면 힘들고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정상에 오르려 노력하듯이 인생도 누구나 크고 작은 어려움, 상실, 외로움, 실망을 겪게 마련이다. 산행에서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이 반드시 불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등산로가 직진코스만 있지 않고 여러 갈래로 나뉘고, 중간에 쉼터도 있다는 현실과 인생행로는 같았다. 삶에도 오르내림이 있고, 더 긴 세월을 살다 보면 롤러코스터 등산로 같다는 것을 실감한다.”(p.70)라는 문장도 산행과 인생을 표현한다. 멀어서 미루어두었던 고성 연화산을 다녀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고 밝힌다. 이런 경험으로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을 마주하고 회피할 생각부터 한다면 되는 일도 안된다. 정면 돌파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해졌고, 이왕 시작한 일이면 최상의 목표를 언들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로 연결한다. 가끔은 멀리서 봐야 좋다면 불필요한 것에 집착하지 않는 소유의 욕망에서 벗어나는 삶의 태도를 산행에서 배운다. “삶은 행복함과 팍팍함이 서로 반복되는 인생 여행이다.”(P.61)
이외에도 세월유수, 여조과목, 불광불급, 과유불급, 다다익선, 호사다마, 새옹지마, 사근취원 등의 사자성어로 산행과 인생살이를 쉽게 풀어가니 읽기 쉽다.
『그래도 산행은 하고 싶다』를 읽어가며 가보고 싶거나 다시 가야 할 산들이 있다.
“2월 하순에 남쪽 지방의 땅속에서 가장 먼저 머리를 내밀고 하얀색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사가 변산바람꽃이다.”(P.38) “계룡산에 다시 가지 말라 했다.”(P.84) 변산과 계룡산은 가까우니 철에 맞게 다시 가보고 싶다.
“무등산 등산을 여러 해 다니면서 느낀 것은, 어느 곳에서 정상을 오르내려도 편안하다는 것이다.”(P.110) 눈이 쌓인 무등산에 가보는 것이 꿈인데, 겨울을 기다려야 하니 이번 주말에 다녀와야겠다.
“눈꽃 산행의 백미를 보고 싶으면 두말 말고 영동 민주지산으로 가라”(P.133)를 읽으며 소백산 눈꽃을 보려 기차를 탔던 추억이 떠오른다.
사진으로 책에 실어준 ‘돈대봉에서 내려다본 관매도의 봄’(P.194)을 보니 내년 봄이면 진도에 가서 배를 타고 관매도에 들어가 유채꽃을 보고 싶다.
책에 여기까지만 소개돼 있다면 아쉬울 뻔했다.
‘02 우리 산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서는 계절별로 가보면 좋은 산을 소개한다. 봄에 가면 더 멋진 산은 산청 황매산, 지리산 바래봉, 지리산 세석평전, 홍천 팔봉산, 홍천 공작산, 창원 무학산, 무등산국립공원 안양산, 부안 내변산. 여름에 가면 더 멋진 산은 인제 방태산 아침가리, 양평 유명산, 과찬 관악산, 문경 대야산, 제천 월악산 용하 야영장,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계곡, 포항 내연산. 가을에 꼭 가봐야 할 주제는 억새와 단풍산행이라며 청송 주왕산 절골, 평창 오대산 선재길, 포천 소요산, 정읍 내장산, 장흥 천관산, 창녕 화왕산, 포천 명성산, 장수 장안산, 울주 신불산을 추천한다. 겨울에 가면 더 멋진 산으로 제주 한라산, 평창 계방산, 영동 민주지산, 원주 치악산, 진안 운장산, 무주 덕유산을 추천한다. 더불어 계절마다 다르게 등산 채비를 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공간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지도를 자주 보는 독자라서 아쉬운 것은 소개한 산마다 적당한 크기와 색감을 가진 지도를 곁들여 놓았다면 등산 초보자에게 산행의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산행이란 등산과 여행이라며, 은퇴자에게 ‘재정과 건강이 보장되어야 인생 2막의 목표 설계와 취미생활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라는 조건을 이야기한다.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은 “느림의 미학을 아는 이, 특히 저질 체력을 지닌 이들에게 산행은 완전히 멋진 일이다.”(P.270) 빨리 정상에 오르는 것이 좋다고 여기던 독자에게 바삐 서두르지 않아야만 즐겁고 행복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