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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인류학 강의 - 사피엔스의 숲을 거닐다
박한선 지음 / 해냄 / 2024년 7월
평점 :
진화인류학 강의
부제 : 사피엔스의 숲을 거닐다
2025. 12. 6.(토)
돌아보니 스티븐 핑거가 지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데이비드 버스가 지은 『진화심리학』을 읽은 2016년 메모에 우생학이 겉모습을 바꾸었구나 판단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6만 원이란 거금을 주고 샀다. 1980년대 중반 진화의 산물인 인간 본성을 규명하려는 연구인 ‘진화심리학’이 탄생한다. 진화심리학은 우생학이라는 비난을 피하려는 사회생물학의 다른 이름이다. 『과학과 사회 운동 사이에서』에서도 인종 간 우열을 나치가 오용했다는 상식의 오류를 확인한다. 진화심리학이나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란 꽤 많은 분량(본문 1180쪽)의 연구도 사회생물학에서 유래한 것이고, 뿌리가 우생학에 있다. 나치가 악용한 우생학은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진화심리학과 스티븐 핑거의 노력도 주의 깊게 살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 대표 교양과목으로 신입생에게 알맞은 책이라는 까닭으로 『진화 인류학 강의』를 공부하듯 읽는다. 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읽으며 메모한 몇 가지를 남긴다.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남긴 14세기 모로코 탐험가이자 상인을 지리학에서 언급하듯이 저자는 이븐 바투타를 최초의 인류학자로 본다. 헤로도투스를 지리학이나 역사학에서 학문의 시조로 보듯이 분화하지 않은 시기 학문의 포괄성을 때문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자연의 사다리(그림)’ 세계관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로 여겨졌다. 15세기 중반 이후 대항해 시대를 거치며 인류학은 기독교 세계관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사고와 관점을 제시하며 발전하기 시작했다. 분류학을 창시한 린네는 종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고, 호모 사피엔스를 분류하며 황인종은 정직하지 않고, 흑인은 게으르며, 백인은 문화적이고 문명적이라는 실수를 남겼다. 종의 변화에 관하여 박물학 발전 덕분에 ‘자연선택 이론’이 나왔고, 격변설, 라마르크의 ‘점진적 변화 이론’ 등을 주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윌리스와 다윈의 연구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 생물학적 진화론과 진화인류학이 가져온 ‘우생학’은 가장 부정적 영향이다. 육종학을 인간에게 적용하려던 것도 문화적 편견을 남긴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진화인류학은 인간을 우열로 나누려는 어두운 본성을 깨트릴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논지를 펴고 있다.
지질시대 타임라인에서 고생대 말기인 페름기와 중생대 시작인 트라이아스기에 원인을 모르는 대멸종이 있었고 해수면 상승과 하강, 판 구조의 변화가 있었다. 중생대 말기인 백악기에 소행성 충돌에 따른 핵겨울로 75%의 생물종이 사라졌다. 이 시기 데칸의 화산활동도 멸종에 기여했다는 설도 있다. 전공에서 배운 ‘밀란코비치 주기’를 언급하며 지질시대를 설명한다. 지구의 궤도는 타원형으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의 이심률이 변하고,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가 바뀌고, 지구 자전축이 세차운동을 하는 세 가지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지구 기후가 바뀐다는 이론이다.
자연선택과 성선택의 상호작용은 생물 다양성(생물체의 진화)의 근원이다. 남성과 여성의 최대 자녀 수 기록을 보며 웃기만 할 수 없다. 오스만투르크의 이스마일 1세는 600명이 넘는 자녀를 두었고, 러시아의 피요르드 바실리에프 부인은 69명을 낳았다고 한다.(p 74)
멘델은 7년간 2만 8천 그루의 완두콩을 재배하며 잡종 연구에 몰두해 유전의 법칙을 발견했다. 멘델과 다윈은 동시대 인물로 다윈의 서재에 멘델의 논문이 발견되고 멘델의 소장품 중엔 ‘종의 기원’ 초판이 있었다. 1942년에 헉슬리가 『진화: 현대적 종합』 이란 책에서 진화의 여러 현상을 유전적으로 설명하고, 유전적 변화의 기전(메카니즘)이 주로 자연선택이란 점을 확인했다. 여기까지가 ‘진화인류학의 숲에 들어서기 전에’라는 이름의 1부 내용이다. 2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까지 발견, 해석해 온 과정을 안내한다. 3부는 두발걷기와 짝 동맹, 도구를 사용하고 말하는 인간의 뇌가 커 온 과정을 설명한다. 4부는 인간의 사랑, 결혼, 가족, 문화, 도덕과 종교에 관한 진화인류학적 관점을 소개한다. 4부의 내용은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에서도 언급하는 내용이다.
본문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호미닌’은 ‘사람족’이다.
두발걷기를 시작하면서 인류는 전신 골격 및 감각 운동에 관련한 신경계가 광범위하게 진화했다. 숨 쉬기에도 영향을 주어 호흡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고, 입으로 여러 소리를 낼 수 있다.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조산과 난산을 겪고 이러한 어려움이 남성과 여성의 오랜 기간에 걸친 양육 동맹으로 이어졌다고 기술한다. 두발걷기로 가족이 탄생한 것이란다.
올도완 석기와 아슐리안 석기를 설명하고, 시상릉(정수리에 턱 근육이 붙는 곳)이란 다어를 배운다. 화식은 40~50만 년 전부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에 서구에서 하느님이 언어를 주었고, 인간이 교만해지자 수많은 언어를 만들었다고 믿었다. 이집트 파라오 프삼티크 1세,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 스크틀랜드의 제임스 4세는 갓난아기를 외딴 곳에 가두고 이른바 ‘최초의 말’을 찾으려 시도했다. 언어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둘러싸고 언어의 원형이 있다는 주장과 적당한 환경만 만들어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주장이 경쟁해 왔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언어는 자연선택 혹은 성선택의 결과다. 뇌는 언어 이해를 담당하는 좌반구 측두엽과 발화를 담당하는 좌반구 전두엽이 확실하게 구분된다. 큰 뇌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에 진화해 왔다. 뇌는 체중의 2%에 불과하나 에너지 소모량의 20%를 차지한다. 뇌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빠른 속도로 발달하므로 출생 후 수년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모든 문화권에서 남성은 자신보다 나이가 작은 파트너를 선호하는 경향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난다. 좋은 배우자의 조건은 친절함, 배려, 지능, 성격, 건강, 융통성, 창조성, 학력 등과 같이 비슷하다. 이런 현상은 인간사회의 일부일처제와 부모의 협력적 양육 투자에 따른 것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끌리며, 환경에 따라 매력이 달라진다. 돈과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봉건 사회의 여성은 한 사람당 약 12명 아기를 낳았다.(p.209) 미국 기혼남의 3분의 1이 재혼남이다. 애착이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낸다. 애크먼의 21개국에 걸친 연구에 따르면 모든 문화에서 기쁨, 경악, 분노, 슬픔, 공포, 혐오라는 기본 감정이 공통으로 나타난다. 동양에서는 이미 사단칠정이란 개념으로 알고 있다. 보편적이란 의미다.
협력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은 재회의 가능성이다. 게임이론의 대표 사례가 ‘죄수의 딜레마’다. (한 명이 자백하고 다른 한 명은 입을 다물었을 때, 자백한 사람은 풀려나고 입을 다문 사람은 3년 형, 둘 다 자백하면 2년 형, 아무도 자백하지 않으면 각각 6개월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