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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평점 :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위헌임을 밝힌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은 2025년 봄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하나는 현직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한 이유였다. 나는 그가 평균인의 삶을 살고자 했고,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마치고 김장하 어른의 뜻을 잊지 않고 살았다고 고백한 점에 주목한다. 독서를 좋아했고 까닭조차 솔직했다는 점도 『호의에 대하여』를 사 읽게 한 요인이다.
‘호의’는 남명 조식의 가르침이다. 앞서 읽은 김주완 기자의 『줬으면 그만이지』에서 알 수 있다. 사놓고 제대로 읽지 않은 『남명집』을 읽을 순위에 넣어야 한다.
『호의에
대하여』는 1부 ‘일상은 소중하다’에서 일상이 전혀 가볍지 않음과 인생이란 일상의 축적일 뿐임을 말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책을 읽고 성찰하고 봉사하는 삶을 엿볼 수 있다. 2부 ‘일독을 권한다’는 그가 읽은 책에 관한 감상과 에피소드를 재판과 삶에 연결한다. 3부 ‘사회에 바란다’는 판사로 살아온 과정에서 성찰하고 공적인 유익을 위해 판단을 공유한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일상은 소중하다’며 ‘착한 사람이 법을 알아야 한다’는 문장을 서로 다른 곳에서 언급한다. 판사가 행하는 일에서 ‘조정’을 강조하는 데 법원뿐만 아니라 조직 갈등이 있는 곳이라면 어떤 곳에서도 참고할 일이다. 가수 김창완과 안치환이 노래를 좋아한다니 같은 시대를 살았음을 확인한다. 내가 받은 것을 다른 이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공동체’는 대동 사회보다 멋진 단어로 본다. 판사 생활을 하면서도 짬을 내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은 나를 반성하게 한다. 대학에 입학하고 요즘 말로 현타가 온 순간이 있었고, 극복하려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고백도 솔직하다. 무지, 무경험, 무소신을 벗어나려는 목표도 순수하다. 그럼에도 2부에서 1,000여 권을 읽었으니 아는 것은 실천하는 삶을 살았음이 분명하다. “<유토피아>를 쓴 토머스 모어는 대법관직의 안락함에서 안주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법복 안에 거친 소재의 천을 넣어 입었다.”(P.193) 추상적 행복을 증가시키기보다는 구체적 악을 제거하는 것이 법관의 역할이라는 칼 포퍼의 말은 법관으로 살아온 삶의 태도를 정한 기준이었지 싶다. 영화를 보고 여러 번 우는 문형배의 감성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성을 갖춘 문형배의 인간성을 드러낸다. 소제목을 나무 이름으로 붙이고, 은행나무의 암수 구별, 히로시마 원폭 이후 먼저 자란 식물이 은행나무임을 소개하는 과정은 그가 나무를 좋아하는 모습이다.
2부 ‘일독을 권한다’에서 서재에 천 여권 책을 두고 있고 문학을 중심으로 읽어가며 때로는 다시 읽기를 시도하는 독서법을 소개한다. “재판권은 선출된 사람들에 의해서 행사되어야 한다” (P. 241)는 문장은 <법의 정신>을 다시 읽고 요약한 글이다. 이는 조00 대법원장이나 지00 판사의 판결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논거로 쓰게 해야 할 말이다. 청나라 고염무는 ‘독 만권서 행 만 리로’를 꿈꾸었다 (P.283) 저자도 고염무와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나도 같은 꿈을 꾼다. <여자의 일생> 마지막 문장인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닙니다”(P. 284) <재판관의 고민>이란 책을 소개하기에 검색하는 과정에 『호의에 대하여』를 읽은 어떤 독자는 책이 언급한 책을 많이, 순서대로 읽고 독후감을 공유하는 것을 발견했다. 문형배의 선한 영향력의 크기를 가늠하게 한다. 만족을 얻는 방법으로 욕망을 줄이거나 욕망을 충족하는 기회를 늘리는 방법이 있어, 인생은 어쩌면 전자와 후자 사이를 헤매는 건지도 모른다(P. 297) 등 저자는 문학에서 세상일을 간접 경험한다.
3부 ‘사회에 바란다’는 법관으로 살아오면서 이취임식이나, 축사 등에서 사용한 글이 대부분이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 없이 사법부가 존재할 수 없고, 사법부의 존재 없는 민주주의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P. 346) 앞 문장에서 민주주의를 왕정이나 귀족정 등 다른 단어로 대체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