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사람의 길 - 上 - 맹자 한글역주 특별보급판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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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孟子 사람의 길 上

맹자 孟子 사람의 길

2025.2.8.()

도올 김용옥은 맹자는 고전이 아니라고 말한다. 예부터 맹자를 읽은 사람이 많았으나 시대적 사상의 제약(주원장은 괘씸하게 여겼고 일본에서는 금서였다. 정몽주에 의해 맹자가 제대로 읽혔다)이 강했고, 뒷받침하는 문헌의 포괄성이 부족했다. 이제는 자유분방한 시대이니 자유로운 상상력 속에서 맹자를 읽는다면, 맹자의 사상이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할 수 있기에 옛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출판사에서 수십 종의 맹자가 출판되었고, 홍익출판사의 맹자에 이어 두 번째로 선택한 맹자 孟子 사람의 길 .는 도올 김용옥의 주석서다. 894쪽 분량에서 430쪽이다. 2024123일 비상계엄을 경험하며 맹자 읽기로 겨울을 버텨내는 중이다. 읽다보니 사마천의 사기세가사기열전을 다시 들춰보게 한다.

 

맹자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당나라 때까지는 제자 중의 한 사람일 뿐이었으며, 인기 없는 한 사상가였을 뿐이었다.”(p.53) 송대 한유에 의해 맹자는 사상적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맹자가 제도사적으로 승격된 것은 왕안석에 의해서다. 신법 개혁 사상의 정초로 생각하고 과거과목으로 편입시켰다. 맹자상을 조정내에 세웠고 공묘에 배향하였다. 왕안석의 맹자존숭은 반발도 샀었다. “남송의 주희가 四書集註를 낸 후로부터 맹자의 권위는 확고하게 된다.”(p.55) 맹자관한 주석서는 2세기 조기의 孟子章句가 유일했으나 주희가 孟子集註를 썼다. 우리나라에는 포은 정몽주가 맹자를 읽고 친구인 삼봉 정도전에게 선물하였는데 3년간 시묘살이하며 맹자를 받아들여 조선조 개창 사상에 반영하고, 이후 조선 사림들에게 중요한 경전으로 받아들여져 맹자의 사상이 조선을 이끌어가게 된다. 도올 김용옥은 조선은 맹자의 나라였다.”라고 名言한다. 창덕궁 인정전 편액의 인정(仁政)이라는 말은 맹자에 의해 가장 정확하게 의미가 규정되었다고 한다. 인정이라는 말은 논어에는 없단다. 맹자 孟子 사람의 길 .는 사서집주본을 기본으로 한다.

 

호불호가 있겠으나 도올의 해석인 옥안(沃案)을 읽는 맛에 책을 선택한다. 한자의 해석에 그치면 군더기가 없어 담백하기는 하나 문장에서 맹자의 사상을 온전히 읽기는 어렵다. 옥안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맹자를 적용하는 도올의 얼굴 표정과 몸짓, 성향까지도 거침없이 드러내기에 재미있다. 고금의 동서양 철학을 넘나드는 김용옥의 지적 세계는 폭과 깊이가 넓고 깊어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지적 호기심을 가진 나를 끌어당기는 요인이다.

 

양혜왕장구 梁惠王章句

옥안의 내용 중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추려 옮긴다. 송대 근사록이라는 책이름의 출처가 된 切問而近思라는 문구는 자하가 자신의 학문적 태도를 일러 말한 것이다. 배움의 세계 속에서 어김없이 지식을 달구어 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믿었다. 자하는 배우고 남음이 있다고 생각되면 벼슬길에 오르라. 學而優則仕했다. 칸트의 물자체를 쇼펜하우어는 삶에 대한 맹목적 의지로 규정했다. 니체는 힘에로의 의지를 우주의 근본 원리로 삼아 인간세의 모든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고 변혁하자.“는 것이다. 맥락은 다르다 해도 상앙의 힘의 철학은 니체의 힘에로의 의지와 상통한다고 한다. 니체는 신의 죽음과 동시에 대지에 충실할 것을 권유하고 상앙은 힘의 원천을 땅에 둔다. 그것은 농본주의를 의미한다. 아마도 21세기에는 국가가 힘을 기르는 가장 중요한 근본은 農戰이 아니라 경제전쟁이지 싶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비교한 글에서 전국시대에는 춘추시대 민중 보병부태의 규모가 2~3만 규모의 10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글을 본다. 상앙과 효공의 대화 중 쉽다는 표현은 특수한 사태가 아닌 일반적 사태라는 것이며, 일반적 사태의 전반적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정치에 있어서 가장 쉽고 명백한 부강의 원칙일수록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것이다. 상앙의 법은 단순히 민중을 괴롭히는 형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愛民, 利民의 요체이다. 법이야말로 국치, 국부, 병강의 지름길이다. 우리나라 내란 사태에서 보는 법꾸라지, 법기술자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도올은 공자에게 민중의 고난에 대한 열렬한 사명감은 엿보기 어려우나, 맹자는 당대 민중의 고초에 대해 열렬하게 공감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공자는 을 말했을 뿐이고 맹자는 仁義를 말한다. 우리가 흔하게 쓰는 여민동락 與民同樂이나 오십보 백보’, 교육, 양심, 생활, 선생이라는 말들은 맹자의 텍스트에서 유래한다. 전국시대 강대국은 제환공과 관자로 표현되는 강태공의 나라인 제나라다. 제나라의 수도는 임치로 전국시대 학술활동의 중심지였으며 학술문화를 이끈 것은 순우곤이었고, 마지막은 순자였다. 관자는 관중의 사상 논문집으로 기록을 보니 2012년에 1,000여 쪽에 이르는 분량을 읽고 메모한 기억이 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목민관자에서 뽑은 거다. 관자의 정신 중 하나는 사시四時에 어긋나지 않게 정치를 하면(농번기에 전쟁 일으키지 않고, 봄에 장정을 노력에 동우너하지 않기 등) 국가 재정이 튼튼하게 된다는 것이다. 맹자의 恒産恒心(5년간 백수로 지내보니 깊게 느꼈다)이란 사상의 원형이 여기에 있다. “한문을 배우려면 반드시 맹자를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양혜왕장구 상의 해석 분량은 100쪽을 넘어 읽어가며 지치게 할 수 있다.

 

양혜왕장구 하

조선초부터 궁중과 민간에서 연주되어오는 여민락이란 관현합주곡의 이름이 맹자에서 유래해 맹자사상이 조선왕조에 미친 영향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즐거움을 천하와 더불어 하고, 근심을 천하와 더불어 하고서도 천하의 인민이 그에게로 귀속되지 아니 하는 자는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습니다.”(p.183) 맹자와 제선왕의 대화에서 환과독고鰥寡獨孤야말로 천하에 빈궁한 사람이니 먼저 보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홀애비), (과부), (자식 없는 늙은이), (고아) 맹자의 왕도론의 중요항목은 정전제, 관료의 봉급을 보장하기,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한 통행세, 물품세 폐지, 군주의 사유지 공개, 연좌제 폐지하고 형벌보다 서민교육으로 도덕을 진작시키기, 환과독고의 최빈자를 최혜자로 다루기등이다. 1b-8(p.198~203)맹자가 조선에 자리 잡는 과정을 상술하며 구한말 동학 역시 맹자의 혁명사상이 없이는, 맹자의 호연지기 없이는 태어날 수 없는 사상이라고 말한다. 수호지의 영웅, 양산박의 두령인 송강의 별명이 급시우 及時雨(때맞추어 내라는 비)로 맹자의 若時雨降이란 표현에서 유래한 것이다. “맹자 논리의 위대성은 민중을 변호함에 있다. 군주라도 정치를 잘못하면 인민이 군주에게 항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는 혁명사상이 깔려있다.”(p.215) “외환의 본질은 내우에 있다 작은 나라 일수록 내우를 다스리면 외환의 문제는 해소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p.220)

 

公孫丑章句 上

인간의 화복이라는 것은 결국 자기 스스로 자초하지 않음이 없다. ‘하늘이 지은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지은 재앙은 도저히 도망갈 길이 없나이다’ (p.249)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움직인다. 측은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요, 수오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오, 사양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오, 시비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측은지심은 인의 이요, 수오지심은 의의 단이요, 사양지심은 예의 단이요, 시비지심은 지의 단이다. 퇴계와 고봉의 사칠논쟁도 이 장의 해석을 두고 이루어진다. 퇴게와 고봉 편지를 쓰다는 제목으로 출판돼 있다. ‘孺子入井이란 상황은 측은지심의 일상적 예다.

 

公孫丑章句 下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호만 못하다.”(p. 265) 천하에 두루두루 통하는 존귀함에는 셋이 있어 작위, 나이, 이다. 하나만 갖고 있다고 해서 나머지 두 개의 존귀함을 가지고 있는 자를 깔볼 수 없다. 不敢請耳, 固所願이다.

 

滕文公章句 上

여기는 중요한 맹자사상이 표출되고 있는데, 성선의 전제로서 깔려있는 인간평등론이다. 인간은 누구든지 평등하다는 사상이 확보되어야만 인간은 누구든지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p.307) 항산이 있는자는 항심이 있으나 항산이 없는 자는 항심 또한 없다가 다시 언급된다. 선비만이 항산이 없어도 항심을 유지한다. 소국인 등나라에 정전이라는 조법의 유연한 제도(경제적 구상)를 활용하여 민중의 삶을 편안케 하고, , , 學校와 같은 서민을 위한 지방학교를 세워 인민대중을 가르쳐야한다고 말한다. 정전제는 토지의 균등분배와 사유를 허용하는 일종의 집단농장체제이며 상부상조의 복지체계이다. 정도전이 꿈꾸었던 경자유전의 유토피아가 맹자에서 비롯된다. 親義別序信,“오륜이라는 말 자체는 명대 선종이 편찬한 오륜서를 그 용례의 최초로 삼은 것이며, 이 책을 영종이 널리 보급하여 일반화된 후대의 개념이지 맹자의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맹자는 인륜人倫이란 표현만 썼다.”(p.334)

 

滕文公章句 下

이 세계는 도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자에게 가혹하다. “아무리 타협으로 부귀를 누린다 한들 그것은 현세를 지배할 수 있으나 결코 누적되는 역사의 가치가 될 수 없다.”(p.344)는 문장은 멋지다. 위정자 자신이 도덕적으로 정당치 못하면 정치는 행하여질 수 없다. 현재도 명태균 게이트가 증명한다. 장부란 독자적 실존 영역을, 즉 단독자로서라도 삶의 도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진자 이어야 하나, 여자는 순종을 도리로 삼아 독자적 실존을 갖지 못한다는 부분은 오늘날 가장 비판받는 부분이다. 위무威武 즉 국가권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것이 대장부의 조건 중 하나이다. 사나이의 진정한 용기는 실존 내면의 도덕성에서 우러나온다. 그래서 공자는 삼군의 거대병력에 맞서 장수를 빼앗을 수 있으나 초라한 필부에게서도 그 뜻을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맹자는 인류의 역사란 일치일란一治一亂이라 본다. 천당이나 종말이라는 목적이 없다.

 

이루장구離婁章句 上

이루의 시력이 있고, 공수자의 기교가 있다 하더라도 규구規矩(콤파스와 곡척)에 의존하지 않으면 정밀한 사각형이나 원형을 만들 수가 없다. “위에 있는 자ㄱ들이 예의를 지킬 줄 모르고, 아래에 있는 민중이 교육을 받지 못하면, 백성은 도적이 되어 봉기하기 마련이니, 그리하면 국가의 멸망은 며칠 남지 않은 것이다.”(p.385) 행하여 내가 기대한 것이 얻어지지 않을 때는 항상 그 원인을 나에게 구하라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을 탓하는 사람은 아직 갈 길이 멀었고, 스스로를 탓하는 사람은 절반쯤 온 것이며 아무도 탓하지 않는 사람은 이미 도착했다.”라는 중국 속담과 다르다. 自暴者와는 더불어 가치있는 의론을 할 수가 없다. 自棄者와는 더불어 가치있는 행동을 할 수가 없다. 오늘알 대통령의 지위에도 폭넓은 교양과 정확한 판단력과 다양한 인식능력을 갖춘 자라야 그 지위에 앉을 자격이 있다. 어떤 일이든 가볍게 말을 내뱉는 놈들은 심각하게 비판할 아무런 가치조차 없다. 맹자는 부귀나 빈천에 흔들리지 않고 어떠한 위무에도 굴하지 않는 대장부의 모습을 제자들에게 요구한다. 조선 시대의 선비상이 이런 맹자의 영향으로 형성되었다라고 말한다. 맹자가 말한 불효의 세 가지는 부모를 불의에 빠뜨림, 부모가 연로하신데 자기 앞가림 못하는 것, 후손을 잇지 못하는 것이라 한다. 영주시 이산면 신암리는 우리나라 최초로 맹자세미나가 이루어진 현장이고 주관한 인물이 삼봉 정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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