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의 실종 을유세계문학전집 95
아시아 제바르 지음, 장진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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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의 실종>
2024.6.9.(일)
일과 퇴고, 유튜브라는 늪에서 벗어나야겠다고 했기에 일요일 오전에 몰입을 시도했다.
아시아 제바르의 『프랑스어의 실종』을 읽고 소설에 더 잠겨 있고 싶어 <알제리 전투>와 <영광의 날들>을 다시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 오후 일정을 바꾼다.
소설은 알베르 카뮈가 『페스트』를 쓴 배경으로 삼은 지중해 남서부 해안, 알제리의 알제에서 서쪽으로 가야 볼 수 있는 오랑이란 도시 근처다. 지역으로 보면 알제가 중심이지만 퀘벡, 모로코 등 프랑코포니 권역이다.
알제리가 프랑스 식민지였기에 독립하기 전 베르칸(여성인 저자가 남성으로 표현한 주인공이다)은 가족으로부터 아랍어를 배웠고, 프랑스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운다. 아랍어는 구어이고 프랑스어는 문어였다. 알제에서 지배자의 언어와 피지배자의 언어가 대립하고 공존했다. 독립한 알제리의 아랍화 정책은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지식인에게 프랑스로 가라 하고, 프랑스에 망명 중인 알제리인의 내부에서는 알제리로 돌아가야 하는가 두고 갈등한다.
알제리의 역사는 식민지 시대 독립을 위한 투쟁을 소설에서 나지아(베르칸의 아랍 연인) 조부의 삶과 저격을 통해 묘사한다. 영화 <알제리 전투>를 다시 보게 하는 동인이다. 독립 이후 베르칸이 아랍화 정책에 비판적 은둔자의 태도를 보이자 배신자라 평가되며, 많은 이들이 프랑스와 퀘벡으로 몸을 피하는 갈등을 연출한다.
베르칸은 두 여인의 사랑을 받는다. 프랑스 연인 마리즈와 사랑을 나누지만, 육체 교합에서 프랑스어로는 ‘야 하비비’(Ya habibi, 오, 내사랑)라는 아랍어의 느낌을 전하지 못한다. 야 하비비는 절정에 달했을 때 튀어나오는 아랍어인데 이를 프랑스어로 전할 수 없다. 이런 부족함은 조상의 땅인 알제리로 돌아가 글을 쓰라고 부추긴다. 베르칸에게 글을 쓰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마리즈가 해낸다.
귀향 후 “문득 그녀에게 성욕을 느꼈다.”(p.120)라는 문장에서 시작하는 소설 전개가 놀랍다. 황당하고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 문장 이후 베르칸과 나지마의 관계는 급속도로 전개한다.아랍 여인이었던 나지마와 사흘 밤낮에 걸친 사랑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묘사하고, 주인공이 나지마를 잊지 못하는 까닭은 언어에도 그 몫이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알제를 떠났던 나지마는 두 해가 지난 뒤 베르칸의 실종을 알지 못한 채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베르칸을 사랑하며 인지 않는다며, 파도바로 찾아 오라는 편지를 보내며 소설은 끝난다.
소설 제목 ‘프랑스어의 실종’은 이베리아반도에서 레콩키스타 이후 이슬람교도가 쫓겨나며 아랍어가 사라졌듯이 알제리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하며 프랑스어가 사라짐을 의미한다고 본다. 이를 주인공 베르칸의 실종으로 암시한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2024년 아직도 알제리는 프랑스어가 제2 공용어인 프랑코 포니 국가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다.
식민지를 경험한 한반도 상황을 알기에 베르칸을 통해 친일 또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변절했던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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