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사회 2.0: 닫힌 세계와 생존 게임 - 글로벌 패권전쟁과 한국의 선택
홍성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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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다. 아마도 과학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가 말한 모든 진실은 연속된 오류의 수정이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대신할 수 있다. 일상에서 체험하는 변화 외에 총체적, 거시적으로 변화를 보는 안목은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급변하거나 혼란한 사회에서 미래학자라는 이름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글이 많다. 수축사회 2.0 : 닫힌 세계와 생존 게임은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다섯 가지 관점에서 수축사회를 정의한다. 수축사회와 관련하여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베트남, 인도가 흔들리고 있음을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패권전쟁 중이다. ·중 패권전쟁의 네 가지 측면과 변수를 설정하고 패권전쟁을 전망한다. 수축사회를 맞으며 한국인의 눈으로 한국인의 관점에서 세계 경제를 전망한다. 한국의 과제는 무엇인가 고민한 결과를 토대로 미래 경제를 전망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자 한다.

 

저자는 수축사회를 과거 디플레이션으로 개념화한 것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파이가 정체 혹은 줄어드는 사회로 정의한다. 수축사회를 전 지구적 현상으로 보는 까닭은 기후/안전위기, 고령화와 인구감소, 과학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낸 3가지 위험이 동시에 다가오기 때문이다. 3가지가 상호의존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 삶의 기초 환경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미 중간 패권전쟁도 수축사회로 가는 과정이다.

수축사회로 진입하면서 일상적인 삶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자 부적응 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2000년 통계로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31만 명과 자살로 인한 사망자 81만 명을 비교한다. 산업혁명 이후 우상향으로 성장 추세가 계속된 팽창사회가 끝났다. 기후위기는 45억 년 지국 역사 최대 사건으로 본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울리히 벡은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사회가 더욱 위험해진다는 위험사회를 주장한다. 고령화 문제로 모든 사회 시스템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기반을 이루는 제도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공급과잉과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왔다. 여기에 AI까지 가세하니 공용이 불안정해지고 제로섬게임, 혹은 토머스 홉스가 주장하는 만인대 만인의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수축사회는 복합 불평등시대가 된다. 소득 양극화가 영향을 준 교육 불평등, 디지털 불평등, 서비스업 불평등, 초저금리가 부른 자산 불평등, 고령자 불평등, 상속 불평등, 코로나 불평등, 지역 불평등은 수축사회의 특징이다. 여러 가지 불평등이 겹쳐서 나타나면서 양극화는 빠르게 확대된다. 이는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이지만 한국의 양극화 속도는 너무 빠르다.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는 좌우 양 끝단의 정치적 이념을 자기게 하고 포퓰리즘 시대를 만든다. 경제와 사회의 기초 작동 원리인 자본주의도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뀌고 있다. 모든 재화가 국경을 넘을 자유, 기업이 국가의 통제를 벗어날 자유, 노동운동으로부터 경영의 자유는 신자유주의의 원칙이다. 이는 자본가 중심의 이데올로기로 냉전 종식 이후 파이가 커진 상황에서 가능했다. 실물경제보다 금융경제가 활개를 치면서 자본의 드나듦이 빠르게 경제를 변화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다.

 

수축사회를 맞이하며 각국은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편에 서야 하는 국제 질서로 변하고 있다. 미국은 패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미국 내 민주주의는 약화하고 중국의 성장과 디지털 군사력 시대로 미국의 군사력은 위협받는다. 과학기술분양에서 미국과 상대국 간 격차는 축소되고,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과 중등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기축 통화로서 달러의 신뢰성이 약화하였다. 소프트 파위 분야에서 다양한 문화가 등장하고 미국이 관리하던 글로벌 규칙인 표준화는 패권전쟁으로 사용 범위가 축소되고 있다.

미국이 내부로부터 붕괴하고 있다는 근거로 일곱 가지를 정리한다. 미국은 제조업 없는 과소비 사회다. 빚으로 유지되는 나라다. 중산층이 몰각했다. 인종갈등은 상존한다. 미국의 절대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장기적 위험이다. 기독교 바탕으로 세워진 미국이 사회적 갈등과 부적응이 늘어가면서 종교적 성향이 강해지는 것도 문제다. 총기 소유가 자유인 까닭에 내전 중이라고 볼 정도로 치안이 불안하다.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은 미국에 대항해 맞서는 국가로 성장했다. 중국공산당의 통치체제는 사상통제, 인사 통제, 조직 통제, 경제 통제, 무력 통제 등 5가지 핵심 통제 수단을 기반으로 한다. 이것이 모순적인 듯한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기반이다. 서구에서는 중국에 위기가 올 것으로 본다. 시진핑 1인 통치의 위험, 중진국의 함정, 인구감소와 고령화, 일자리 부족, 환경과 자원의 역습을 토대로 판단한 것이다.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의 모순을 극복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며, 공급과잉 문제를 풀고 국가 부채의 규모를 관리하며 소프트 파워를 키워야 한다.

 

일본은 역사상 최초로 수축사회에 진입한 나라다. 아베가 대담한 금융정책, 과감한 재정정책, 투자 촉진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였으나 수축사회를 탈출했다고 볼 수 없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국은 제조업이 부진하고 금융으로 먹고살고 있는데 이마저 EU에서 탈퇴하여 생기를 잃었다. 독일, 러시아가 상황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여기는 베트남, 인도, 멕시코도 수축사회를 피할 길이 없다.

 

미 중간 패권전쟁은 세계화의 종말일지 모른다. 중국은 세계화 확산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잘 이용했다. 세계의 자본과 기술이 중국으로 몰리면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패권전쟁은 영토를 늘리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패권을 차지해야만 생존하고, 패권을 빼앗기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패권전쟁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세계의 핵심 국가들이 참여한다. 중국 없이 미국도 살기 어렵다. 과학기술 패권전쟁이 뜨겁다. 미래 권력의 핵심이 반도체에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전기차도 중요한 무기다. 금융패권전쟁은 달러 기축 통화를 둘러싸고 중국의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사회주의적 요소를 버리지 않는다면 금융 분야의 취약성은 극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때 2030년경이 중국이 미국의 GDP를 추월할 것으로 보았으나 최근 분석에서 중국의 미국 추월 시기가 점점 지연되어 2035년 이후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저출산 고령화, 기후위기, 과학기술의 발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나라가 승리할 것이다.

 

저자는 패권전쟁 이후에도 한반도 주변에 늘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안미화중(安美和中), 안보는 미궁을 우선하되 중국과는 화목 화평하게 지내는 정책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그 근거로 글로벌 공급망 안전성이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133개 품목 중 중국산이 127개로 가장 많았고, 일본산과 미국산은 각각 3개씩에 불과하다(p.349)고 분석한다. 더불어, “가치동맹은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도 없으며,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한국 편이어야 한다.(p.350)라고 주장한다. 각국 도생, 정책 부재, 물가와 금리 안정, 부실 채권 문제 부상, 한국 금융시장 불안정 지속, 새로운 공급망 재편 시도, 차별화되는 디지털 경제, 일관성이 없는 자산시장, 사회전환 정책의 시행, 경제적 포퓰리즘 확산을 미래 경제를 10개 트랜드로 열거한다. 한국은 수축사회 극복을 위한 대전환을 시도해야 하며 경제 구조 재편을 제안한다. 저자가 제시한 산업 전략 4가지는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산업에서 압도적인 초격차를 유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후장대형 산업을 포기하지 말고 최고의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과감하게 아웃소싱 해야 한다. 끝으로 소프트웨어 중심국가로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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