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인생 수업
장재형 지음 / 다산초당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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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1세기 포스트 모던 시대를 살아간다. 계몽사상으로 세상을 본 덕분에 이성의 힘으로 낡고 불합리한 관습과 제도를 버렸다. 피와 땀을 흘려가며 만든 합리적인 세계는 질서정연함, 효율적인 기능, 규격을 기준으로 산업화를 이끌었다. 덕분에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던 20세기를 지나며 감성과 차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비합리성, 개성에 가치를 부여하는 포스트 모던 시대를 열고 있다. 포스트 모던 철학은 절대적 진리보다는 다원주의적 가치를 추구한다. 플라톤의 사상은 서구 모더니즘 사회에서 빛이 났으나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도 가볍게 볼 것은 아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플라톤의 생각을 따라가 본다.

자연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제우스나 포세이돈과 같은 초자연적 신에서 찾지 않고 자연 자체에서 사물의 본질에 대한 합리적인 대답을 구하려 한 사람이 만물의 근원은 이라 본 탈레스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을 통해 알 수 있다. ‘관찰을 문제의 해답을 찾는 출발점으로 인식한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이전에 소피스트들은 옳고 그름, 선과 악에서 개인주의와 상대주의를 취해 그리스의 예술과 민주적 사상에 이바지했다. 인간의 삶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상대주의가 극단으로 흐르면, 각자의 가치가 옳다고 주장할 경우 어느 것도 옳다고 말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보편적 윤리에 상대주의는 타당하지 않다. 저자는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되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적 기준은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플라톤은 인간을 영혼과 육체로 나누고 영혼을 육체보다 우위에 두고(이원론) 영혼을 돌보는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삶으로 본다. 이 세상을 보이는 세계보이지 않는 세계, 즉 이상(이데아)’으로 나누고 이상만이 참된 세계로 본다. 널리 알려진 동굴의 비유로 이데아를 설명한다. 이데아는 존재하는 모든 개체의 본성이라 보는데 이는 서양철학을 2000여 년 지배하며 논쟁의 장을 열었다. ‘동굴의 비유로 이데아를 설명한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의 세계를 부정하고 눈에 보이는 현실 세계만 인정한다.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이 이성, 기개, 욕망으로 이루어졌으며 욕망은 자연스러운 본능이기에 부정할 것은 아니며, 인간이 삶을 유지하는 추동력으로 본다. 가치 있는 욕망을 추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다. 지혜(이성), 용기(기개), 절제(욕망)이 가장 조화를 이룬 상태를 정의, 즉 올바름이라고 말한다.

나의 자질과 역량, 미덕(지식)을 탁월한 수준으로 키우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본다. 삶의 고통은 회피할수록 무기력해진다. 우리의 지성을 드높이려면,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고, 쾌락과 고통이라는 감정의 조화와 대립 탐구하는 법을 배우며, 삶이 주는 고통에 도전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죽으면 이미 우리는 존재하지 않음으로 죽음을 인식할 수 없다.”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이 문제다. 두려워할 것은 삶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행복한 것처럼 꾸며진 행복은 진짜가 아니다. 참된 행복은 운명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상태에 있다. 진정한 행복은 영혼의 안정과 만족에 있다.

 

삶의 기준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의 해답은 자신에게 두어야 한다. 영혼, , 부라는 세 가지 소유물에 관한 플라톤의 생각이다. 플라톤은 자기 영혼을 존중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자기 과실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쾌락을 탐닉하지 마라. 노고와 두려움과 어려움과 고통을 굳건하게 견뎌라. 삶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여기지 마라. 미덕보다 아름다움을 더 존중하지 마라.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지 마라. 악행을 저지르지 마라.] 아름다움을 위해 가꾼 몸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체력적으로 건강한 몸이어야 한다. 인간의 소유물 중 돈과 재물은 필요한 것들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재산이 가장 알맞고 가장 훌륭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에 생명력과 활력을 부여해 주는 것은 에로스다. 가난, 실패, 좌절, 절망 등으로 고통스러울 때가 삶의 최악은 아니다. 최악은 삶에 지루함을 느낄 때다. 삶에 무언가가 빠져 있어 불안하지만 그러한 결핍 때문에 무언가를 욕망하며 나아간다. 흔들린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다. (P. 233) 저자는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분별하고, 불확실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자고 말한다.

 

플라톤의 인생 수업에는 플라톤만 등장하지 않는다. 피타고라스, 제논, 쇼펜하우어, 파스칼, 아리스토파네스, 프로타고라스, 에픽테토스, 톨스토이, 알랭 드 보통의 생각도 꺼내놓고 이야기한다. 서양 철학사에서 17세기 데카르트의 합리론과 로크의 경험론이란 방향을 가지는데 플라톤의 사상은 합리론에 깊게 연관된다. 예술이란 이데아로 모방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환상적인 관념들을 자극해 냉철한 이성을 잃게 하므로 이상 국가에서 예술가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톤의 실수라 이름 지을 만하다.

 

거칠게 보아 플라톤 사상의 핵심인 이성(이데아)은 크리스트교와 결합해 서양 중세 암흑의 시대를 지배하기도 했으나, 17세기 계몽사상, 근대사회 성립과 서구의 산업화에도 이바지했다. 세상은 옳고 그름만으로 판단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이해할 수 없다. 이성을 잃지 않고 감성과 직관, 주관,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며 플라톤의 사상을 점검해보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 2024. 4. 6() 다산북스(다산초당)로부터 받은 책을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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