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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대화 - 1997년 하노이, 미국과 베트남의 3박 4일
히가시 다이사쿠 지음, 서각수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미국과 베트남은 20여 년만의 국교를 정상화한다. 이후 이 책의 토대가 되는 ‘하노이 대화’라는 3박 4일간의 협상을 왜 하게 되었나를 밝히는 내용이다. 전쟁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 맥나마라와 북베트남군 최고사령관이자 부총리였던 보응우옌잡의 동의하에 베트남 외교차관이 대표로 참가한 회의다. 4가지 주제를 토대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21세기에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 두 국가가 공감했기에 이루어진 대화다.
미국은 베트남을 몰랐고, 베트남도 미국을 몰랐다. 쉽게 종결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긴 전쟁으로 300만의 베트남인과 5만 9천 명의 미군 사상자를 냈다. 한국군의 피해는 언급되지 않는다.
하노이 대화의 첫날은 미국과 베트남의 Mind Set(정세분석)에 밝힌다. 미국은 베트남이 공산화되면 동남아가 도미노처럼 공산화될 것이며, 소련, 중국, 베트남은 한배를 탔다고 보고 있었다. 이에 베트남은 베트남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전쟁이었지 동남아를 공산화하려는 목표는 없었다. 중국과는 전쟁을 벌이는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했다.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관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 미국은 일개 지역 사령관이 제멋대로 공격하면 미국 군법회의에서 처벌받는다. 베트남 측에서 보자면, 게릴라 공격까지 하노이 정부가 일일이 지령하는 것은 완전히 상식 밖일지 모른다. 이는 미국의 관점에서 베트남 전쟁에 지상군을 대량 투입하여 직접 개입하게 된 계기로 삼은 ‘쁠래이꾸’ 미국 공군기지에 대한 베트남의 공격을 두고 확인된 각국의 관점이다.
역사상 한 번도 본토가 공습당한 경험이 없는 미국은 ‘이쪽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공격을 계속하겠다’라는 사상적 풍토를 갖고 있다. 베트남은 협상하려면 공격을 중단한 상태가 유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노이 대화의 결론은 ‘적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각국 지도자 간의 대화는 유지되는 것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라는 제안이다. 한반도에 적용해서 탈이 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비판 정신이 왕성한 사람은 어는 곳에서건 높은 자리에는 올라가지 못하는 법이지요.” 이는 베트남의 외교관으로 평생을 살았지만, 대사로 진급하지 못했던 외교관의 말이다. 베트남도 우리와 비슷한 문화적 토대를 갖고 있음을 알게 한다.